유기체에 기이한 생명력을 넣는 작업, 허은경 '보태니멀 가든'
유기체에 기이한 생명력을 넣는 작업, 허은경 '보태니멀 가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4.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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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지하 대형 설치작품 포함한 100여점의 보태니멀 드로잉 시리즈

허은경 작가의 개인전 <보태니멀 가든(Botanimal Garden)>이 10일부터 6월 24일까지 아리라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허은경은 세포의 이형적 증식과 교합을 통해 유기체에 기이한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업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 Unkyung Hur, SW-1, 2018, rice papce, natural pigment, acrylic, 148 x 210 cm

이번 개인전에는 전시장 지하의 대형 설치작품을 포함해 100여점의 보태니멀 드로잉 시리즈를 선보이는데, 작품의 이미지들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모두 이형적인 생물체의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식물이라는 의미의‘보태닉(botanic)’, 그리고 동물의‘애니멀(animal)’을 합성해 부르는 이‘보태니멀(botanimal)’ 시리즈는 정형과 이형의 경계, 동물과 식물의 분류, 아름다움과 낯선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한다.

전시장의 지하에서는 유기체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3차원의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대형 설치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은사를 뜨개로 엮어 만든 레이스 천막이 하늘을 만들고 땅에는 축축한 이끼가 어떤 생물체의 관처럼 보이는 무덤 위에 자라나고 있다. 

작가는 실존하는 생명체가 사는 공간이 아닌, 외계의 장소로 관객들을 인도함으로써 우주적 생명력을 전달하는데, 이로써 우리는 그 거대한 메커니즘 속에 존재하는 인류, 나아가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시간과 운명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