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샤갈이 '영혼의 정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시리뷰] 샤갈이 '영혼의 정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5.0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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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마르크 샤갈 특별전-영혼의 정원展'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 우리에게 정말 익숙한 화가의 이름이다. 전시도 계속 열렸고 샤갈의 대표작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익숙함'은 때론 '반쪽의 지식'에 우리를 가둔다.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도 그를 '아는 척' 해야하고 그의 작품을 보지 않아도 '봤던 척'해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우리는 샤갈을 안다고 하지만 얼마나 아는 지는 모른다. 우리는 정말 샤갈을 잘 알고 있을까? 정말 샤갈이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일까?

▲ <러시아 마을> Marc Chagall, Russian village (1929)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지난달 28일부터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 <마르크 샤갈 특별전-영혼의 정원展>은 샤갈의 모든 작품들을 담아낸 역대 최대규모의 전시다.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25점의 작품과 함께 유럽 4개국의 개인 컬렉터들의 소장품인 총 238점의 원화 작품, 20여점의 책자로 구성된 이 전시는 작품의 연대기를 통해 샤갈의 일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샤갈이 마련한 '영혼의 정원'에 들어오기만 하면 된다.

전시회를 찾은 관객들 중에는 작은 판화와 삽화들이 집중된 1부 전시를 보며 약간의 실망감을 느낄 지도 모른다.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하더니 결국 작은 그림들 모아놓고 숫자만 늘린 거 아냐? 이건 대표작들도 아닌데'. 하지만 그 작은 그림들을 돌아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된다. 1부 전시는 바로 샤갈이 '색채의 마술사'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성서와 라퐁텐 우화는 그의 초기작들의 자양분이었다. 특히 성경은 초기작은 물론 샤갈의 예술 인생의 자양분이 됐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과 성경을 좋아했던 그는 그 순수함을 평생 지니고 있었다. 전쟁으로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다녀야하는 상황에도 가족을 챙겼고 이념에 휘둘리지도 않았고 경향에도 영향받지 않았다.

그는 그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 입체파니 미래파니 하는 것은 샤갈과 무관했다. 샤갈은 샤갈이었다. 그 샤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1부 전시에 있다. 그림의 크기는 작지 않았다.

▲ <두개의 파란 옆모습 이중초상과 빨간 당나귀> Marc Chagall, Double profil bleu et âne rouge (1980) gouache and pastel on paper,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2부 전시 '전쟁과 피난'은 샤갈의 친구이자 작가인 앙드레 말로가 스페인 시민 전쟁 당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대지에서>의 삽화가 중심이다.

러시아 혁명과 두 번의 세계대전은 그에게 큰 고난을 안겨줬다. 말로의 글을 바탕으로 샤갈은 참혹한 전쟁의 모습을 표현하지만 마지막 새들의 그림으로 샤갈은 그래도 전쟁은 끝날 것이고 평화는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전한다. 

프랑스로 돌아와 프로방스에서 새 삶을 살면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3부 '시의 여정'은 자신의 순수한 감정을 그림 속에 투영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잇으며 4부 전시 '사랑'은 바로 샤갈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사랑을 다룬 작품들이 나온다.

생의 마지막까지 화폭에 담아낸 아내와의 사랑. 샤갈은 말한다. "인생에서 삶과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단 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이다".

▲ <길 위에 붉은 당나귀> Marc Chagall, En route, l’ane rouge (1978) tempera and gouache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샤갈의 대표작들, 샤갈의 작품들, 샤갈의 아틀리에 등을 둘러보면 이제 우리는 '샤갈'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가 만들어낸 '영혼의 정원'에서 우리는 이름만 알고 있던 '샤갈'의 모습을 드디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어디선가 지금도 사랑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릴 것 같다.

샤갈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이를 통해 샤갈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하는 이 전시는 오는 8월 18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