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새 문화정책 수립에 바란다
[김승국의 국악담론]새 문화정책 수립에 바란다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8.05.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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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지난 해 12월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향후 문화정책의 기조를 제시한 ‘문화비전2030 - 사람이 있는 문화’를 공개하였으며 향후 민관 협치 과정과 폭넓은 여론 수렴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을 담아 올 5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비전 2030’은 8대 정책 의제로서 ▲ 개인의 창작과 향유 권리 확대, ▲ 문화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 ▲ 문화다양성 보호와 확산, ▲ 공정 상생을 위한 문화생태계 조성, ▲ 지역 문화 분권 실현, ▲ 문화 자원의 융합적 역량 강화, ▲ 문화를 통한 창의적 사회 혁신, ▲ 미래와 평화를 위한 문화협력 확대를 정책 의제로 제시하였다.

한마디 한마디가 다 옳다. 이는 ‘지난 해 세월호 재난을 겪으며 ‘이게 나라냐’라고 절규했던 사람들,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나라를 외쳤던 사람들, 희망을 잃어가는 미래세대,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국민의 창작·향유권을 침해한 국가에 대한 반성에 기반을 두고, 진보정부 10년과 보수정부 10년을 뛰어넘는 미래지향적인 문화정책, 사람의 생명과 권리를 중시하는 문화가 원리의 중심이며, 문화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영역에서 창의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화 개념을 확대하고 사회 혁신의 동력이 되는 문화를 지향‘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문화기본법에 기반한 국민의 문화복지와 예술인들의 창작환경 개선, 그리고 정의에 기반을 둔 사회적 통합 정신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그러한 것은 당연히 국가가 챙겨야할 의무이고 책무이다. 그러나 이번에 문화정책의 기조를 설계한 전문가들이 한번이라도 대한민국 헌법을 들여다보고 문화비전을 설계하였는지 의심이 갔다.

우리 헌법 제9조에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할 의무를 명문화한 것으로서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문화국가에 관한 기본조항이 되고 있다.

또한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취임 선서에도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되어있어 민족문화창달을 위한 대통령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문화비전 2030’ 어느 곳에도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대한 언급은 한 음절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유감스럽지만 문체부 정책 담당자가 “구체적인 대표과제들은 정책현장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해 발굴해 나갈 계획이며, 공론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문화비전에서 제시한 의제들은 얼마든지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으니 추후 보완 수정되리라고 기대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발표가 있은 후인 12월 20일에 ‘국악의 진흥과 창의적 성장을 위한 방안’이라는 주제를 갖고 개최한 ‘한국국악포럼’의 창립기념학술회의를 통하여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을 위한 구체적 정책을 반영해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였다.

그 일이 있은 후 해가 바뀌어 지난 1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였다. 문체부는 행정혁신을 통해 국민 참여 방식으로 정책 수립 과정을 개선하고, 조직혁신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문화’와 ‘사람, 기업, 지역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문화의 창의성, 상상력을 키워 사회와 세계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향을 세우고, ‘사람이 있는 문화,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공정하고 균형 있는 문화, 국민의 삶을 바꾸는 문화, 혁신성장을 이끄는 문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역시 지당한 말이기는 해도 지난해 말 발표한 ‘문화비전 2030’ 8대 정책 의제를 재확인한 것이지 전통문화예술을 진흥하고자 하는 계획은 ‘2018 업무계획안’을 구석구석 다 뒤져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포괄적으로 음악인의 실험적 창작활동을 돕는 음악창작소 기능을 강화하는 등 문화의 기본을 튼튼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문화예술 기초 장르를 육성하겠으며 전통문화를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전통예술계에 속한 사람으로서 이것이 문체부가 말하는 현장과의 대화, 열린 소통과 행정혁신을 통해 국민 참여 방식으로 수립된 정책인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다시 한 번 부탁하고 싶다. 정책 수립자들은 헌법에 명시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를 창달’할 국가의 의무를 잊지 말고,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전통예술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우리고, 열린 대화를 통해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