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 총 9,273개 단체 및 예술인 올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 총 9,273개 단체 및 예술인 올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5.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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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대상 규모 21,362명, 수사 및 법 개정 등 권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에 총 9천273개의 단체 및 문화예술인이 올랐으며 관리 대상 규모는 21,36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175건의 블랙리스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 및 징계를 이 중 144건이 조사결과보고서에 의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위원회)는 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의 종합 결과를 발표했다.

▲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김준현 변호사(오른쪽, 진상조사 소위원장)

진상조사위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는 '지원 배제'로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인의 활동에 대한 불법적인 사찰과 감시, 창작과 표현의 활동 검열, 예술 활동을 위축시키는 통제 및 불이익, 차별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했다"면서 "이는 국가범죄이자 위헌적이고 위법, 부당한 행위"라고 지난 사태를 평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활동 기간 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문건 현황을 살펴본 결과 총 9,273개(단체 342개, 문화예술인 8,931명)가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으며 시국선언 명단을 취합, 분석하면 블랙리스트 관리 대상 규모가 21,362명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는 '좌파 중심' 예술계를 '우파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을 내세워 주요 소속기관 기관장 축출, 방송인 방송 출연 배제, 영화인 지원 배제 등 주로 예술단체 및 대중과 접촉이 많은 유명 문화예술인 중심으로 배제했다.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 기반정비'라는 미명으로 공모사업에서 심사제도 및 심사위원 선정 방식의 변경 등을 통해 블랙리스트 실행을 체계화했고,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확장하고 국정원과 문체부의 긴밀한 협조체계 속에 문화예술계 전방위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다.

문체부는 블랙리스트의 실행 및 집행기구로 '문화예술정책점검 TF'(2013.9), '건전콘텐츠활성화 TF'(2014.5)를 통해 우수문학도서 선정 당시 좌편향 배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현장예술인교육지원사업 폐지,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 청와대 보고 등에 관여했다.

현재 분야별 조사 신청 현황은 175건이며 이중 조사결과보고서에 의결되어 있는 것은 144건이다. 

 

주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는 국립극단 <개구리>, <구름> 검열 사건, 국립극단 2015 공연작 배제지시 및 양해조치, <망루의 햄릿> 포스터 변경, <소월산천> 공연 취소, <춘향이 온다> 연출 교체 지시, 평창동계올림픽 안무감독 교체, 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사업 파행 사건, 모태펀드를 통한 영화계 블랙(화이트)리스트 실행 사건, 부산국제영화제 외압 및 <자가당착> 제한상영가 등급과 <불안한 외출> 고발, 2014 광주비엔날레 <세월오월> 전시 취소 외압 및 2018년 광주비엔날레 예산 삭감 사건, 재외 한국영화제 특정 한국영화 배제 등이 꼽혔다.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관련자에 대해 문체부에 수사의뢰와 징계를 권고하고, 공무원에게는 직권남용권리방해죄 혐의(블랙리스트 실행을 소속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지시하여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및 기타 별도의 범죄 행위, 소속 공공기관 임직원에게는 문서위조 등 지시 이행을 위한 별도의 범죄행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또 제도개선 및 후속조치로는 헌법 각 조항의 개정 및 신설, (가칭) 문화예술 표현의 자유 및 권리 보장 위원회 신설, '문화기본법' 개정 또는 새로운 법 제장을 통한 표현의 자유 및 예술가 권리 보장, '공공기관운영법' 대상 기관에서 문화예술지원기관 제외, 문체부의 역할 재조정 및 국정홍보 기능 재정립, (가칭)국가예술위원회 설립, '참여와 협치의 원칙' '정보공개의 책임'을 '문화기본법'에 명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된 문건, 자료, 진술 등을 확보해 이를 사실로 입증하고 작동 구조 전반에 대한 통합적인 입증 및 분석으로 사회적 공론화를 진행했다는 성과를 거뒀지만 수사권 등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5월말까지 진상규명을 취합한 뒤 5월말~6월초에 발표할 예정이며 6월까지 활동을 연장한 뒤 7월에 블랙리스트 백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조사위는 5월까지였지만 6월까지로 한 달이 연장됐다.

또 6월까지 해결되지 못한 사건이 있다면 '이행책임단' 등을 통해 추가조사 필요시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질의응답에서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제도개선 소위원장)은 "위원회 자체 내에서 범죄의 기준을 잡는다는 것은 결국 자의적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밝혀진 것만을 전달하고 수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면서 "근대부터 헌법에 규명한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해 국가범죄 처벌조항이 없다. 헌법을 통해 강조해야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국가예술위원회는 어떤 큰 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된 권고기관을 만들자는 것이며 사회적 공론이나 예술 정책에 대해 아직 토론할 것이 많기에 그 장을 마련하기 위해 제시한 것이다. 방향과 가치를 이해해줬으면한다"고 밝혔다.

신학철 공동위원장은 "한계가 많았지만 이 결과가 그 동안 위원들의 엄청난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면서 "예술은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받아들이고 시대에 안 맞으면 안 받으면 된다. 이 권고안을 정부에서 잘 받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