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짧은 시간에 경험하는 미스터리와 '웃픈' 이야기
[전주국제영화제] 짧은 시간에 경험하는 미스터리와 '웃픈' 이야기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5.09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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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시네마스케이프 단편 '미스터리 핑크'와 '성인식'

지난 3일부터 개막한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나라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한국 독립영화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독립영화는 3월에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벌과 6월에 열리는 인디포럼, 12월에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만날 수 있고 상영관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독립영화의 한 해 경향을 미리 알 수 있는 기회는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누릴 수 있다.

새로운 한국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는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에는 다양한 장단편 한국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이 섹션에서 상영된 작품 중 언급할 만한 단편 독립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단편영화를 만들어낸 영화인들을 칭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신의 시선만으로 만들어낸 영화들이 늘어났다는 아쉬움이다.

만듦새는 조금 떨어져도 '어?'라고 느끼게 만드는 기발함이나 자신의 시선을 넘어선 새로운 시선을 표현하는 영화가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의 세계에 갇힌 채 힘듦과 고민을 털어놓는 듯한, 그저 '사담'에 불과한 이야기로 공감을 얻으려하는 작품들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섭섭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언급해야하는 영화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 작품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 <미스터리 핑크>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구혜선의 <미스터리 핑크>는 상징과 비유로 9분의 런닝타임을 채운다. 핑크색 대문을 눕혀놓고 마주 앉은 두 남녀. 남자가 대문 틈으로 뭔가를 보면 어린 여자와 중년 여자, 할머니가 보인다. 할머니는 치매가 있고 중년 여자는 죽은 여자의 시체를 달라고 하며 어린 여자는 죽은 여자를 만지려한다. 

양동근, 서현진, 윤다경 등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들의 얼굴이 우선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 작품은 검은색과 핑크색이 보여주는 강렬함과 남자의 눈에 보이는 여자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가는 미스테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 여자들은 왜 남자에게 접근했을까?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리고 왜 탁자가 아닌 문을 사이에 두고 두 남녀가 만날까? 여러 의문점을 감독은 영상에 풀어넣는다.

감독은 "여러분들이 해석한 것이 다 맞는 답"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감독을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객들에게 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온전히 관객에게 맡긴다는 뜻도 담고 있다.

'예술가는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감독의 말이 더 맞는지도 모른다. 9분의 시간 동안 느끼는 시각의 느낌. 그것을 알려준 영화가 <미스터리 핑크>다.

▲ <성인식>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29세의 여주인공. 그는 대학원에 진학하려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그를 찾아온다.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며 갑자기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앞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선언한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행동을 주인공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모녀의 티격태격이 시작된다.

오정민 감독의 <성인식>은 30이 다 돼도록 캥거루족으로 살려는 딸과 갑자기 독립을 선언하며 딸이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라고 밀어내는 엄마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돌파구를 찾지 못해 결국 다시 엄마에게 손을 벌려 대학원에 다니려는 딸과 '대학 졸업할 때까지만 지원한다'고 약속했다며 지원을 끊으려는 엄마의 이야기는 분명 이 시대의 고민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 고민을 풀어가는 방식은 유머러스한 상황과 재치있는 대사, 코믹한 반전이다. '웃픔'의 묘미를 한껏 살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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