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송광사 설경 보며 송화 백일주 한잔 어떠하리”
“완주 송광사 설경 보며 송화 백일주 한잔 어떠하리”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8.12.13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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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 바쁜 일상 잊고 한해 조용한 마무리

▲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정철훈 여행작가
숨 가쁘게 달려온 2008년도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며 한껏 들뜨게 되기도 하고 한 해를 되돌아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파티가 많은 요즈음 와인도 좋지만 조용한 곳에서 하얀 눈을 바라보며 약주 한잔에 지친 심신을 달래보면 어떨까. 전북 완주에 가면 한방에 해결된다. 

정성이 빚고 세월이 담근 깊은 울림의 맛, 완주 송화백일주

소나무의 꽃가루인 송홧가루는 노란 빛깔이 고와서 우리 선조들에 의해 오래 전부터 떡 등에 활용돼 왔다. 완주에서 맛볼 수 있는 송화백일주는 이런 송홧가루를 술에 사용한 경우다.
송화백일주는 수도승들이 고산병 예방을 목적으로 즐겨 마셨다는 곡차에서 유례를 찾을 수 있으니 말 그대로 ‘약주’인 셈이다. 송화백일주는 송홧가루, 솔잎,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찹쌀, 백미, 보리 등 다양한 재료로 빚은 밑술을 빚은 후 이를 증류해 얻는다.

송홧가루의 황금빛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송화백일주는 독한 증류식 소주(38도)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넘김이 부드럽다. 또 은은한 솔향과 달짝지근한 뒷맛이 무척이나 특이하다. 매혹적인 이 맛을 내는 데에는 좋은 물과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성껏 빚는 게 최선의 비법이라고 한다.

특이한 재료는 ‘기다림’이다. 세월을 거스르지 않는 기다림. 술 한 병을 빚는 데 꼬박 100일이 걸린다고 해서 이름 자체도 백일주다. 제 맛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100일 완성 후에도 3년을 더 묵히면 좋다고 하니 ‘기다림의 미학’을 느끼면서 철학적으로 술맛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완주’ 송광사

▲ 보물 제1243호인 송광사 대웅전과 보물 제1244호인 亞자형 종각/정철훈 여행작가

시간이 멈춘 듯한 사찰 마루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설경을 보며 마음을 비워 보는 것은 어떨까. “완주 송광사를 아시나요?”라고 질문을 하면 순천 송광사를 떠올릴 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완주 종남산자락에 숨어 있는 송광사도 역사가 깊은 고찰이다. 신라 시대에 창건됐고 한때 폐허화되기도 했으나, 고려 시대에 중흥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한때 6백여 승려들이 상주했고 16방사와 16방주(주지)가 있었던 큰 절이다.

이 절의 스님들은 호란을 겪은 이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신 소헌세자와 봉림대군이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오실 것을 기원하였고, 국난으로 돌아가신 일체 영가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했다고도 한다.

더욱이 호란 당시 왕조실록을 보관한 전주사고를 지키기 위하여 본사에 승군 700명을 배치하였던 곳으로서 민족의 역사적 영욕을 함께했던 호국 사찰이다. 이 호국 정신의 고찰은 이제 고즈넉해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곳이 되었다. 고색창연한 아름다움도 시간을 잊게 한다.

이런 장점을 십분 활용해, 송광사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1일 관광객 외에도 늘 쫓기는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이라면 찾을 만하다. 다도와 사찰음식 체험, 전통한지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다리고 있다.  

눈으로 덮인 설경 속에 풍경소리 들으며 얼큰히 취해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전북 완주로 향하자.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