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아크람 자타리, 당신은 누구십니까?
[전시리뷰] 아크람 자타리, 당신은 누구십니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5.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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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형성하지 못한 국립현대미술관 '아크람 자타리:사진에 저항하다'전

우리는 아직 그를 모른다. 그를 모르기에 그를 알려고 전시를 본다. 전시를 보고 설명을 보고 듣다보면 전시장을 나올 때는 비록 완전하지는 않아도 '그래, 이 작가가 이런 작가구나'라고 어렴풋이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시장을 나와도 이를 모른다면 상당히 난감하다. 내가 이해력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좋은 전시인데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가? 그런데 전시를 봐도 난 그를 모르겠어. 하지만 모른다고 하면 이해력 부족한 사람으로 불릴 지 몰라. 어찌해야 할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크람 자타리:사진에 저항하다>전을 보고난 후 필자의 생각이 딱 이랬다. 우리는 아크람 자타리를 잘 모른다. 그렇잖아도 그가 처음 한국에게 인사를 하는 전시다. '시각아카이브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예술로서의 수집'을 동시대 미술 안에 중요하게 자리매김시킨 레바논 출신 작가'. 아크람 자타리를 소개한 미술관의 설명이다.

▲ 아크람 자타리_사진에 저항하다(2017), 국립현대미술관

작가는 사진을 '찍는' 작가이기보다는 사진을 '수집하는' 작가이고 찍은 결과물을 보여주기보다는 필름을 통해 사진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려한다. 그 모습이 바로 '사진에 저항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사진을 찍고 보는 결과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진이 또 다른 모습으로 재해석되면서 새롭게 재촬영되고, 우연의 결과물을 차용하는 것이 그의 작품이다.

아크람 자타리는 사진 매체의 정체성을 창의적 방식으로 교란시키고, 재해석하고, 새롭게 각색함으로써 사진 아카이브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사진을 평면 인쇄물이 아닌 입체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하고 ‘아카이브’를 이용해 역사와 기억을 재구축한다. 

"녹아내린 네거티브 필름이나 인화지의 구겨진 자국까지 모든 화학적 반응과 그 반응을 이끌어낸 시간의 흐름, 보존상태 그리고 독재시절의 지난함, 전쟁의 불안정 상태 등 역사 해석에 사진 내용만큼이나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점에 주목한다"는 것이 미술관의 전시 설명이다.

▲ 아크람 자타리_사진으로 본 사람들과 현시대(2010), 국립현대미술관

문제는 이런 이해가 일반 관객들에게는 아직 낯설다는 데 있다. 물론 '눈으로 보고 느낀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크람 자타리라는 작가는 물론, 레바논과 중동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일반 관객들의 눈에는 생경한 부분이 많은 전시였다.

특히 아쉬운 것은 아크람 자타리가 남긴 주요 작품들을 소개하기보다는 비교적 최근 작품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물론 최신 작품을 소개한다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그는 이번에 처음 한국에 소개되는 작가다.

그렇다면 최소한 과거에 찍었던 작품들을 통해 아크람 자타리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고 최신작을 보게 했다면 그가 누구인지를 일반 관객들이 인식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이렇게 차단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사진 전시에 공을 들이고 있고 이번 전시는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공동 기획자로 이름을 올렸다. 전시 중인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전과 더불어 아시아의 허브로 우뚝 서려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의욕이 담긴 전시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의욕도 관객들의 이해와 박수가 있어야 성취될 수 있다. 관객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보고 전시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전시로 기억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