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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의지 없는 예술위, 차라리 해체가 답이다
2018년 05월 18일 (금) 12:03:41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반성과 혁신으로, 국민과 예술인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2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 고개를 숙인 예술위 위원들

예술위는 "예술위의 출범은 예술지원정책 수립에 있어 자율성과 독립성의 획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술위는 이러한 사명을 망각했고 부당한 지시를 양심에 따라 거부하지 못했으며 반헌법적 국가범죄의 공범자가 됐다. 문체부의 강경한 입장에 맞서야 함에도 정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지원배제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예술위는 "예술은 자유로운 감수성에서 태어난 것이기에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한다"는 출범선언문 첫 문장을 언급하며 "중요한 가치를 예술위 스스로가 심각하게 훼손된 점은 돌이킬 수 없는 명백한 잘못이다. 우리는 신뢰를 잃었다. 그렇기에 새롭게 각오를 다지며 예술현장의 진정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노력을 다하겠다. 송구스럽지만 격려와 성원을 보내준다면 더 분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예술위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참여와 소통의 확대, 문예진흥기금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권고안 적극 수용 등을 약속했다. 그리고 처음과 끝 두 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최창주 위원장 권한대행이 이 사과문을 발표한 직후의 예술위는 실천 의지가 전혀 없는, 아니 여전히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현장 예술인들의 여러 항의에도 "권고안이 나온 뒤에...", "노력을 하겠다"는 '영혼없고 판에 박힌' 답으로 일관했다. 회견장에 참석한 현장 예술인들의 답답함은 극에 달했다.

이미 예술인들은 이날 예술위의 사과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다. 회견장 입구, 그리고 회견장에는 과일 사과가 놓여졌다. "사과받지 않겠습니다", "사과가 무엇인지 모르세요?", "미안 사과할게. 그러니 우리 집으로 와. 내일 2시에. 못 옴 말고" 등의 글귀도 함께 놓였다. 그리고 그 말은 실제 예술인들의 입으로 예술위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예술위는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공연예술 창작산실', '서울연극제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등 문예진흥기금사업 심의과정에 개입해 블랙리스트 예술인과 단체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위는 여전히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고, 사과문 또한 현장 예술인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정말 부족했다.

   
▲ 현장 예술인들이 입구에 놓은 사과

예술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은 올초 자체적으로 진상조사 TF를 구성했지만 워낙 광범위한 문제인데다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를 운영하고 있어 자체조사를 하지 않는 대신 자료들을 진상조사위에 전달하며 진상조사에 협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술위 스스로가 정말로 이 문제를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자체적인 징계나 수정이 있어야하지만 예술위는 전혀 자체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 나오지 않았으니 이렇게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2015년 서울연극제 문제가 불거질 당시 사무처장이었던 관계자가 여전히 사무처장으로 앉아있었다. 사람조차도 바뀌지 않은 것이다. 이러니 예술인들이 '썩은 사과'를 내놓은 것이었다. 급기야 한 연극인은 '사퇴하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그 사무처장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반성을 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지만 예술위 사람들의 경청 자세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현장 예술인들의 문제제기에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흘려 듣는 듯한 모습이었다. 현장에 있는 이들 누구나 이들이 진정으로 사과를 한 것이라고 믿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사과문을 '옛다!"하고 갖다 주고난 뒤 '빨리 끝나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 최창주 위원장 권한대행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동안에도 사과는 앞에 놓여져 있었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지적했던 무용잡지 댄스포럼의 '크리틱스 초이스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예술위는 여전히 이전의 답을 고수했다. 부적격자에게 3년간 1억 8천여만원을 지원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계속 '옴부즈만으로 규정을 바꾸었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언론의 강한 촉구도 이들은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역시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무시하고 있었다.

물론 예술위가 이 상황에서 속시원한 답변을 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치겠다고 하면 적어도 어떻게 고치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야하고 현장 예술인들의 분노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함께 하자고 즉석에서 제안할 수도 있다.

적어도 '아직은 미흡하지만 고치려는 노력은 보인다'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격려라도 하고 동정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지난 2015년 연극인들을 외면하던 그 모습 그 얼굴 그대로였다. 여전히 현장 예술인을 자신의 밑으로 아는 예술위의 추악함이 고스란히 보여진 것이다. 

과연 이런 예술위가 필요할까?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말대로 신뢰를 잃었다. 자율성 독립성은 커녕 정부의 말만 듣는 단체로 '찍힌' 지 이미 오래다. 그들은 이날 마지막 남은 기회마저 차버렸다. 의지도 없이 그저 '권고안 오면 이행한다'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이제 누가 예술위를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현장 예술인의 목소리를 듣는 공공기관으로 생각하겠는가?

이럴 바엔 차라리 예술위를 해산하라. 위원회 전체가 의지가 없다면, 현장 예술인을 배척하며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공공기관이라면 그런 기관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왜 '(가칭)국가예술위원회'를 제안했는지 이날 예술위는 제대로 보여줬다. 신뢰를 잃었으면서 여전히 고자세로 나오는 예술위라면 해체를 시키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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