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현실을 풍자하며 조롱하는 이인철의 ‘in the paradise’
[전시리뷰]현실을 풍자하며 조롱하는 이인철의 ‘in the paradise’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8.05.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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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5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려

이인철의 ‘in the paradise’전이 23일부터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정치적 모순, 분단국으로 남은 전쟁위기, 그리고 인간성 상실로 치닫는 기계화의 야만성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며 비판하고 있다.

▲작품 앞에 선 이인철 작가. ⓒ조문호

작품들은 3D 프로그램과 2D 포토샵으로 그린 도형적 이미지들인데, 전시장에 걸린 다양한 형상의 작품들을 돌아보면 마치 과학 교재실에 들어 온 듯 흥미롭기도 하지만 경직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자세히 드려다 보면, 하나하나의 이미지가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로켓이 김밥 잘리듯 잘려있고, 스텔스기에 치즈를 발라 놓았다. 인조 잔디밭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인간이 있는가하면, 힘없이 날아가는 탄두는 어디 떨어질지 불안하다.

▲이인철, 핫바 171,1X96,25cm, 2018.

불행한 세상으로 치닫는 현실을 파라다이스에 비유하며 풍자하고 있으나, 그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작가의 이상 또한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있다.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당하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여 그 구조적 모순을 공격한다는 자체도 흥미롭다.

작가 이인철은 인간성을 상실한 야만성의 현실을 비판하는 가상의 세계를 그렸지만,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in the paradise’란 제목이 주는 의미처럼, 무기를 해체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타파하여 사람답게 사는 낙원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인철, 스텔-스안주,140X96,25cm(부분).

컴퓨터로 그려진 그의 작업들은 그림보다 사진에 더 가까운 이미지다. 사진처럼 철저한 사실묘사로 이루어진 가상의 디지털 작업이었다.

몇 일전 문영태 유작전에서 만난 민중미술가 신학철선생께서 “이인철 작품은 과학적 감성의 결과물”이라고 호평한 바도 있지만, 과학적 감성을 바탕에 둔 창의력으로 사회를 향하여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인철, 세월1, 86,5X100cm

더러는 사회 규범과 권위에 도전하는 거친 표현도 있다. 표제작으로 내놓은 작품은 성경에다 칼을 꽂아 놓았고, 그 작품 옆에는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 난민이 고개 숙이고 있다. 이게 뭘 말하는가? 나 역시, 성경이나 법전에 나오는 거룩한 말씀을 거지발싸개 정도로 여기지만, 신이 계시다면 세월호 같은 사건이 어찌 생길 수 있으며, 착한사람은 못 살고 나쁜 사람이 잘 사는 이런 세상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인철, 우리들의 일그러진 꼴통, 46X36,5cm

그런데, 작가 이인철은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다. 부인 김명희씨가 목사님이 아니던가? 그래서 전시 뒤풀이에서 만난 김명희 목사께 그 문제를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어보았다. “너희에게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칼을 주러왔다”는 예수님 말씀이 마태복음에 있다고 했다. 싸워서 평화로운 세상을 쟁취하라는 역설적인 표현이라며, 이인철씨 표현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역시 한 편인 것 같았다.

작품을 평한 미술평론가 김진하씨의 글이 이인철씨의 작업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이인철, 사과-탄, 60X80cm

“비록 가상의 세계지만, 그 쉬르와 하이퍼 리얼을 교직한 미적 쾌감은 소통의 폭을 확장시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 반영은 인식을 담보하고 거기서부터 현실을 개진해 나가려는 비판성과 사회적 함의가 발생한다. 이인철은 바로 그런 ‘이미지노동’을 통해 디스토피아를 파라다이스로 역전시키고 있다. 거기에 이인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소통하는 이미지’의 힘이 있다.”

서울 ‘민미협’ 대표를 역임한바 있는 중견작가 이인철씨의 일곱 번째 개인전 ‘in the paradise’는 오는 6월 5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02-722-7760)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