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다시 문 열었다
폐쇄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다시 문 열었다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8.05.2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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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으로 외교권 뺏긴 뒤 113년만에 복원, 태극기도 다시 게양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긴 뒤 폐쇄됐던 워싱턴 소재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지난 22일 다시 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열린 개관식에는 1889년 개관 당시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독립유공자 월남 이상재 선생의 증손이 참여했으며 113년만에 태극기를 다시 거는 국기 게양식도 함께 열렸다.

▲지난 23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미국을 방문한 문재인대통령 부부가 새로이 개관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1877년 남북전쟁에도 참전했던 정치인 세스 펠프스가 자택으로 건립했던 건물로, 대한제국이 1889년 2월 2만5000달러에 매입한 뒤 구한말 대미 외교의 본거지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긴 뒤 폐쇄됐고, 1910년 한일 합병 직후 일제가 단돈 5달러에 강제 매입해 미국인에게 10달러에 처분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복원 공사를 끝내고 새로이 개관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전경.

이후 2003년 한국인의 미국 이민 100년을 계기로 한인 사회에서 공사관 매입 움직임이 일어났고 문화재청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을 통해 2012년 10월 당시 소유자였던 변호사 티머시 젱킨스로부터 350만 달러(39억5000만 원)에 매입한 뒤 6년간 고증·복원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빅토리아 양식에 걸맞게 책상·의자·침실 등 각종 집기와 꽃무늬 카펫, 벽지까지 특별 주문했고 철저한 복원을 위해 규장각은 물론 미국 언론의 마이크로 필름까지 살폈다.

공사관에는 초대 공사였던 박정양, 최초의 주러시아 공사를 지내기도 했던 이범진 등의 외교활동 사진이 진열됐으며 이범진 공사의 차남이자 1907년 고종이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비밀 파견했던 ‘헤이그 특사’ 3인방 중 한 명인 독립운동가 이위종 선생의 어린 시절 사진도 전시돼 있다.

▲미헌팅턴 도서관 소장 하고 있는 1893년도의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사진(좌)과 복원공사 후 재현된 현재의 주미 대한제국공사(우)

공사관 1층은 객당(접객실)과 식당, 2층은 공사 집무실과 침실, 서재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침실이나 연회장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3층은 공사관 및 한·미 관계 역사를 홍보하는 전시실로 탈바꿈했다.

공사관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에게 공개되며,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