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오를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 오를레앙 허
  • 승인 2009.09.13 17: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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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계도시축전' ,캐나다 퀘백 아트서크 서크 엘루아즈 공연

세계적 아트서크 연출자 제노 팽쇼의 만화ㆍ공상과학ㆍ영화,무궁한 낙서가 결합된 '종합예술'

오를레앙 허
예전에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최대 볼거리는 야시장과 서커스였다.

일상의 무료함에 지친 서민들은 오랜만에 활기를 띤 축제의 장에 구름같이 몰려들었고 상인들은 대목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른의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의 눈은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들을 주워 담느라 보름달처럼 동그래져 있었다.

나는 외할아버지의 무동을 타고 서커스를 본 기억이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곡예사들이 일반인은 불가능한 동작들을 취함으로 받는 환희와 충격..! 아날로그 세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법한 소중한 추억이다.

지난 주말(9월 5일)인천세계도시축제가 한창인 송도에 갔다. 이곳이 세계적인 경제특구로 발전하길 바라는 염원은 신종플루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홍보대사로 활동중인 인기절정의 보컬 그룹 소녀시대 뿐만아니라 인천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일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축제의 장엔 불법,탈법의 좌판을 깔고 서민의 호주머니를 유혹하는 초라한 행색의 야바위꾼

은 찾기 힘들다. 오로지 건전하고 투명한 희망찬 대한민국의 미래만이 보일 뿐이다.(조금 과장된 듯도 하지만^^)

이날 본 캐나다 퀘벡 아트서커스 예술공동체팀의 서크 엘루아즈 < ID > ,이와같이 잘 진화된 서커스공연은 모든 면에서 발전 될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암시적으로 보여 주는 듯 하였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페막식의 한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던 세계적 아트 서크 연출가 제노 팽쇼의 창의적인 연출과 가치관은 기존의 서커스를 바라보던 나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뿌리째 흔들기에 충분했다.

중세 기사, 영주부인등과 같은 마담들에게 교양있게 다가가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자 기쁨이기도 했던 트루베르같은 음유시인들은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은 채 장미를 건네며 낭만적인 시를 노래하곤 하였다. 이와같이 용맹성과 서정성을 두루 겸비한 기사도정신은 오래전부터 남성스러움의 기준처럼 미화되어왔다.

하지만 실상은 까탈스런 마담들을 상대로 접시를 돌리는 저글링이나 트럼프 곡예를 하고 아크로뱃댄스를 추기도 했어야 하는 등 손수건이 없으면 차마 듣기 힘든 속사정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시 말해 중세 기사는 곧 군인이자 음유시인 트루베르이자 아크로배트(곡예사) 이기도 하였다는 희극적 진실을 만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여인의 맘을 사로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제노 팽쇼의 아트 서크는 스탠다드와 모던하게 발전한 곡예 기술들과 예술성에 기반한 안무, 무대장치, 조명 ,의상 그리고 음악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종합예술이었다.다른 장르들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브리콜라주형식의 차원높은 예술적 경향의 서커스였던 것이다.

사방팔방에 난무하는 이미지의 홍수가 현대인으로 하여금 기준점을 상실하게 하는 비인간화된 미래형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이 공연은 구상되었다고 한다. 마치 미래도시로 건설될 송도 국제도시가 간과한다면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어두운 단면을 미리 경고하는 듯 하다.

연출자 제노 팽쇼는 만화, 공상과학 영화, 그리고 무궁무진한 낙서의 세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유미주의를 창조한 인물이다. 비디오 예술과 조화를 이룬 록풍의 전자적이고 현대적인 음악은 이 공연의 유희적이고, 역동적이고, 발랄하고, 도시적인 측면을 강조해 냈다.

캐나다 퀘벡 아트 서커스 예술 공통체팀의 서크 엘루아즈 <ID>는 서커스가 과거의 기억속에서나 존재하는 르느와르장르가 아니라 하위문화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문화적 재생의 중심에 당당히 리메이크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를레앙 허 press@sctoday.co.kr


오르레앙 허

작곡가 겸 재즈피아니스트 (본명 : 허성우)

1973년생.경남 진주 출생. 국립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를 졸업하고 모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던 중  재즈음악에  빠져  서른의 나이에 프랑스 파리로 유학 IACP, 파리 빌에반스 피아노 아카데미 디플롬, 파리 에브리 국립음악원 재즈음악과를 수석으로 졸업, 현재 숭실대, 한국국제대에 출강중이며 출시되자마자  화제가 되고 있는 재즈보컬 임미성퀸텟의 1집 ‘프린세스 바리’ 녹음에 깊이 참여하였다( 작곡과 피아노 )

주요경력 : 제6 회  프랑스 파리 컬러즈 국제 재즈 페스티벌 한국대표 참가 ( 임미성퀸텟)
수상경력 : 제 1회 한전아트센터 재즈피아노 콩쿨 일반부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