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일본속으로]극적인 변화의 2018년,‘diversity’와 평화적 공생을 위해
[이수경의 일본속으로]극적인 변화의 2018년,‘diversity’와 평화적 공생을 위해
  •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승인 2018.06.0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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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의 파격적 변화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지난 5월19일은 글로벌 시대 속의 다양성(diversity)을 재인식하게 된 역사적인 날이었다.오랜 역사와 전통과 규율을 중시 여기며 변화를 꺼려왔던 영국 왕실이 해리 왕자의 결혼식을 통하여 가히 혁명적 변신이라 할 수 있는 인종주의 초월과 다양성을 부각시키며 열린 왕실을 세계에 보인 것이다.

필자는 2011년에 케임브리지대서 안식년을 마칠 무렵,엘리자베스 여왕의 주말 휴식처로 알려진 윈저성과 템즈강 건너편의 이튼 스쿨 거리를 돌아보며 영국의 왕실과 19명의 수상을 배출한 명문 사학의 전통적 공간에서 세계사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특히 윈저성이 소장하는 레오날드 다 빈치의 작품 등을 본 뒤, 이튼 스쿨 거리에서 카페를 즐기며 현지인들과 소박한 대화를 나눴던 시간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편,다이애너비의 결혼식에서 그녀의 활동과 사망까지를 뉴스로 접했던 필자는 엄마 잃은 어린 왕자가 방황의 시기를 거쳐 ‘흑인 혼혈,이혼녀,연상,미국의 평민 출신’의 파트너를 어떻게 왕실에 소개하였고,보수적인 영국 사회나 왕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물론 메건 마클은 인도주의적 사회 봉사활동을 통하여 해리 왕자와 깊은 교감을 가지고 있으며,혼혈녀인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가진 커리어 우먼으로서 아프리카계 어머니를 엘리자베스2세및 왕실에 인정받은 인물이지만,결혼식을 통해 영국 왕실에 대한 통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고 싶어서 일본 언론의 생방송을 보게 되었다.우선 식장에서 눈에 돋보인 것은 30년 전의 이혼 후복지 활동가로 메건을 키워 온 어머니 도리아 여사를 정중하게 에스코트 하던 챨스 왕세자,사랑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미국 성공회 첫 흑인 주교가 된 마이클 커리 주교의 설교와 흑인 성가대의 고스펠 송 ‘Stand by me’합창이었다.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중에서도 미국 인기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나 테니스 선수인 세레나 윌리암스,영국의 첫 동성애 커플 가수인 엘톤 죤 등이 돋보인 것도 하나의 변화였으리라.비록 우여곡절 많았던 차남의 결혼식이라지만 쉽사리 깰 수 없는 보수적 전통 문화를 계승해 온 영국 왕실이 시대적 과제인 다양성을 인정하며 인종주의를 초월하는 개방성을 보여준 것이다.또한 수 많은 하객들이 윈저성을 에워싸며 축하를 보내는 것을 보며 왕실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이 들었다.반면에 다양성과 인종주의 초월의 평등성에 다가가고 있는 영국 왕실과는 달리,일본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을 라이브로 방송하는 일본 언론 매체.(사진=일본 방송매체)

변화를 꺼리는 일본 사회의 변화
물론 일본 왕실도 개방성을 의도하며 궁내성 서고인 서릉부만 봐도 다양한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음을 자료 수집 때 체감한 바 있다.하지만 아직도 사회는 전통과 격식에 매달려 천황제를 유지하면서 여왕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스모선수가 쓰러졌을 때 객석의 여성 간호사가 씨름장에 올라가자 여자는 내려가라는 안내방송이 흐르는 등,전통과 현실 속에서 현저한 젠더문제가 존재하는 모순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일본의 국기라 칭하는 스모에서 주된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현재,외국 출신의 선수들이다.

외국인 남성은 보기에도 큰 체격을 갖고 있으니 인기도 염두에 두고 그들을 받아들이지만,씨름장에는 여성의 출입을 금하고 있고,아직도 흑인 출신의 스모선수는 배출되지 않고 있다.참고로 글로벌 젠더 갭(Global Gender Gap) 2017년에 보면 144개국 중에서 중국이 100위, 일본이 114위,한국이 118위이다.그만큼 정치,경제,교육,건강 면에서 양성평등을 논하기에는 후진국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대역행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헤이트 스피치가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일본이지만 경제적 면에서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단적인 예로 일본정부관광객(JNTO)의 2017년 통계를 보면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714만200명(추계치)에 이르는데 이는 통계를 시작한 1964년 이후 과거 최다의 수치라고 한다. 13억 인구의 중국인 방일 관광객이 735만5800명임을 생각할 때 5125만의 인구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700만이 넘게 일본에 온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사회와 문화를 즐기려는 의도가 아닐까?

실제로 필자는 이번 5월 초의 골든위크 휴가 때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도쿄서 자동차를 몰고 왕복 약 5000 Km 정도의 거리를 달렸다.지방 도시는 물론,산촌이나 어촌 등의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도 한국인 혹은 외국인(노동자 포함)을 만날 수 있었고,어느새 일본 사회 곳곳에 다문화권 출신 주민들이 생활하며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느꼈다.

글로벌 사회, 책임있는 행동과 상식의 공유를
다언어로 표기된 도로 이정표도 익숙이 되어 갈 즈음,도쿄서 약 750 Km 떨어진 돗토리현(鳥取県)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비교적 조용한 온천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요즘은 실시간으로 운영하는 호텔 앱이 있기에 굳이 사전 예약이 없어도 적당한 호텔을 알아 주기에 여행하기에는 편리한 시대이다.

호텔 체크인 후 가벼이 식사를 마치고 피로를 풀 겸,별관의 온천욕탕에 들어가자니 입구에 [온천은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곳이니 부디 자리 차지를 위한 개인 물건 두기를 하지 말고,서로 양보하며 사용해 달라]는 한국어로 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한국인이 얼마나 자리잡느라고 설쳤으면…'이란 마음보다 '이렇게 큰 호텔에서 특정 언어라니!!' 라는 의미에 화가 났다.

다양한 손님을 모시는호텔의 경영 차원에서 본다면 특정 언어로 고객에 대한 불만을 표명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한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자신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면 설사 무질서한 행동이 있다고 하여도 특정 언어보다 일본어,영어,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 안내문을 작성하여 온천 사용자 모두에게 질서를 독려하는게 현명한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 센스가 필요하다고 프론트의 매니저에게 전하면서,한국인 손님이 와서 불편한 행동을 많이 하냐고 물었더니 복잡미묘한 웃음으로 대답을 피했다.그 미소가 무엇을 말하는지 필자는 다음 날 아침 식사시간에 확인할 수 있었다.

옆 자리에 애들과 애 엄마, 할머니가 앉았는데 식당 안의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는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안방처럼 고함을 지르며 떠드는 것은 물론,종업원을 마치 종처럼 대하는 안하무인식 언사에도 접객의 프로 답게 미소로 답하는 일본인 종업원의 태도가 돋보이는 광경이었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놀라움과 더불어,과연 그들의 몰상식한 태도가 한국에서도 당연하게 통용이 될까?조용한 문화를 자부하는 일본서 고함을 지르는게 무슨 애국 운동이라고 착각이라도 하는걸까?이런 막무가내식 행동이 한국 사회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면 우리는 뭐라고 할까???

한국인을 욕하는 명분을 만드는 그들을 보다가 심기가 불편해져 필자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글로벌 사회란 보편성과 인권의식을 공유하며 상호 가치 존중이 이뤄질 때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다.자국을 떠나면 어느새 개개인이 민간외교관 차원에서 책임있는 행동으로 선진 국민성을 보이는 바람직한 태도를 공유할 시대가 아닌가?

노동력 확보를 위한 일본의 변화
비록 한일 정치외교는 경색 상태지만 시민간 교류는 끊이지 않고 있고,K-pop의 방탄소년단,트와이스 등의 한류 인기도 한 몫을 하여 일본에서는 우리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층의 한국 사랑이 높아지고 있다.2018년의 방일 한국관광객도800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듯이 한국인에게는 미우나 고우나 이웃나라 일본 문화 및 일본의 자연 경관,일본인과의 교류에 우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파생된 경제 및 일자리 문제로 인한 체감 실업률이 높은 한국과는 달리, 일본 사회는 현재인력 부족으로 2025년까지 건설,농업, 개호,숙박,조선업의 5 분야에서 50만명 이상의 외국인 단순노동자를 받아들인다는 정책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일본어 구사가 되는 기능실습생을 5년 기한으로 받아들였으나 개정된 취로자격에서는 일본어를 못 해도 기본작업이 가능하면 합격(가칭 특정기능평가시험)을 시키고 기능실습기간인 5년이 지나면 다시 최장 5년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2024년에는 일본 인구의 과반수가 50세 이상이 된다는 현실을 앞에 두고,연령이 아닌 경제력으로 의료비 부담,연금 수급개시 연령의 유연화 등을 검토하는 사회보장제도의 발본적 계획안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령자들도 100세 시대인 만큼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정년을 두지 않는 Age free사회를 위해 [고령자]의 정의나 명칭을 새로이 고치자는 제안도 나왔다(5월29일 자민당 고이즈미의원).
장수대국 일본이 안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는 노동력 확보만이 아니다.도시든 지방이든 줄어드는 인구로 인해 생겨나는 빈집의 처리와 한계마을 등의 문제가 큰 정책 과제가 되고 있다.

필자의 집은 공무원 사택이 많은 한적한 주택가이다. 복잡한 업무가 많은 요즘은 주말의 산책을 통해서 충전을 꾀한다. 도쿄 근교는 근대 이후 녹림 조성에 힘을 쏟아 왔기에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 즐겁다.일본의 개인 주택들은 비교적 담이 낮고,잘 가꿔진 정원이나 각종 분재를 구경하는 재미도있다. 그러나 잠시 걷다 보면 괜찮은 주택이지만 이미 사람 손길이 떠난 듯한 빈 집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필자가 일본 각지를 답사하다 보면 인구 과소현상으로 인한 한계마을(限界村)은 물론,마을 소멸(폐촌, 廃村)이라는 심각한 상황까지 와 있는 지역도 꽤 보게 된다.그렇기에 정부나 지자체는 결혼,출산을 권장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풍족한 물질 문화를 향유하며 자란 아이들은 결혼을 절대적 선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뤄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대기 중인 대기아동 문제가 사회의 과제가 되고 있다.

제2도쿄한국학교 건설 예정도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일본인 대기아동 해결을 위한 장소 우선이라는 공약으로 무산이 된 바가 있다.하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증설도 지역주민의 반대로 인해 곳곳에서 설립 불가능이 될 지경이니 일본 정부는 미래의 국가 동력이 될 아동의 증가를 위한 고심에 빠져 있다.

이러한 일본의 사회 문제 속에서 다문화권 이주민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다각도로 일어나고 있고,이미 히로시마 부근에서는 유학생 유치 마을을 조성 중이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받아들이는 사회가 자민족 중심주의,자민족 우월주의에 빠져서 이주민의 정체성을 부정하고,내셔널리즘이 내재된 일본 동화를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더더욱 국경을 넘나들기 쉬운 시대에 와 있다.일본이 다문화권 노동자를 받아들여야 할 입장이면 영화를 꿈꾸던 제국주의의 환영에서 깨어나 상대 문화를 존중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 구축을 위해 인프라 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또한 일본에 오는 다문화권 출신자들에 대한 사회적 복지제도적 배려도 강구를 해야 한다.물론 오카야마현의 마니와시 같이  김치제조를 마을 일구기 사업화로 시켜 변화를 추구하는 지자체도 있다.

일본도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며 한계마을,노동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국인 노동자 지원 시스템 및 이주 지원책도 준비하여 공생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동시에 젠더 문제의 개선책 모색과 인권의식의 함양,다문화권 출신자에 대한 사회적 교육적 환경 정비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상호 불가침조약의 신뢰관계 구축과 공생을 통한 동반성장
2018년은 세계가 주목하는 변화의 연속으로 다양성이 시험당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평창 올림픽 이래 숨가쁠 정도로 국제정치의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특히 북한의 사회적 변화 모색은 남북간의 관계 뿐 아니라 한국전쟁 휴전 당사자인 북한과 중국,그리고 미국과의 종전선언을 통한 정상적인 국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핵 완전 폐기를 의도하는미국측의 CVID와 완전한 체제 보장을 요구하는CVIG를 놓고 세기의 빅딜이 현재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북한의 체제 보장 및 남북한 상호 신뢰관계의 협정이 가능하게 되면 동북아 평화 정착은 물론,재일동포 사회의 복잡한 동포 관계도 급변화 하게 된다.

한반도와 미국,중국,러시아.. 하지만 마지막에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이웃은 일본이 된다.수 많은 재일동포의 노력어린 희생으로 남과 북은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이념을 달리하는 북한과 일본은 체제상 정상화를 미뤄 온 결과,식민지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오늘을 맞고 있다.하지만 남북한 평화협상과 상호신뢰 구축이 이뤄지면 자본주의에 노출되지 않았던 북한과는 한 민족 두 국가 체제의 한반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톱 다운식의 기존의 북한 체제가 자본주의에 익숙되는 변화 과정에 주변 국가의 도움은 절대적이다.북한의 현실 상황 속에서 도로,산업,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정상화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

비록 모리/가케 사학 스캔들 수습으로 국제정치의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아베 정권이지만 그의 방파제로 존재하는 일본회의가 있는 한 아베 정권이 무너지기란 쉽지 않다.그렇다면 차라리 Japan Passing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기반 구축을 위한 5자, 6자 구도를 마련하여 북한과 일본과의 정상화에도 진력하여 일본의 부족한 노동력 보급 및 한계 마을 보완을 위한 인적 자원 교류를 도모하는 것이 서로의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 정부도 기존의 네거티브한 대북 정치에서 벗어나 보다 큰 틀을 놓고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북한과의 정상화를 의도하며 동북아 평화 구축에 적극 참가할 필요가 있다.

대기 오염 등으로 인한 식재 문제가 현대 사회의 중요 과제가 되고 있지만 북한은 그런 면에서 아이러니하게 농약 등의 화학물질이 사용되지 않은 청정지역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핵 제조 및 폐기 등으로 방사능 문제가 어디까지 개선될지 모르나 환경 문제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관련 기업 진출,희토류 원소와 같은 지하자원 개발 및 기술 개발,노동력의 기술 양성을 통한 인력 확보 등에 협력하여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동북아 공생 공간을 조성한다면 서로가 간직하고 있는 과거사 정리도 자연스러이 해결될 것이다.지혜로운 diversity를 통한 다문화공생권이 현실로 다가오는 2018년,각국의 역할이 기대되는 변혁의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