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의적 시어로 독특한 시 세계 연 김경린 시인"
"다의적 시어로 독특한 시 세계 연 김경린 시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6.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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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린 탄생 100주년 학술심포지엄 "해방 후 활동에만 집중, 총체적인 연구 필요해"

'한국 후기 모더니즘 시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경린 시인의 탄생 100주기를 기념하며 시인의 시 세계를 재조명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지난달 29일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탈후반기 시동인과 대산문화재단, 한국작가회의, 그리고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은 시낭송과 김경린 시인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물 상영, 그리고 김경린의 시 세계를 재조명하는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 김경린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 (사진=정영신 사진가)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는 200명 가까이 된 참석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끝까지 토론과 시낭송을 경청하며 김경린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를 빛냈고 성황리에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박일중 시인(탈후반기 동인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5년 전부터 시인의 자료를 모으려 준비했는데 우리나라 시문학사에서 일제강점기보다 오히려 해방 후 자료가 부족했다. 일본에 작품이 남아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자료를 구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동인지에 기고했었다"고 말했다.

▲ 행사장을 메운 참석자들 (사진=정영신 사진가)
▲ 기조연설을 하는 박일중 시인 (사진=정영신 사진가)

박 시인은 "2015년 문학의집서울에서 80년간 일본 도서관에서 묻힌 김경린의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시보다 문학활동에 대한 평가에 더 가까웠다. 이 자리는 김경린의 시를 평가하는 자리다. 빠르게 변해가고 세계성, 동시성의 사고를 지닌 이 시대에도 김경린의 시가 맞을까하는 생각으로 '4차 산업혁명과 김경린'을 이야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영자 시인이 <지나치게 푸르러사>, 김예자 시인이 <서울은 야생마처럼 거인처럼>, 장충열 시인이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을 차례로 낭송했고 이행자 시인은 '선생님에게 바치는 시'를 낭송했다.

▲ 김예자 시인의 시낭송 (사진=정영신 사진가)

발제를 맡은 홍승진 서울대 박사는 "한국문학사에서는 해방 후 신시론, 신후반기 동인 활동에 집중해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김경린은 7.8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했고 시집들도 그 무렵에 나온 것이다. 총체적으로 보려면 전반적으로 다 봐야한다"면서 "박인환, 김수영과 함께 했다는 것은 그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인데 두 시인이 일찍 작고했기에 더 오래 산 사람이 더 많은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김경린의 모더니즘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박사는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확 변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변신했다고 하면 유행을 따라가는 경향으로 해석하게 된다.이전부터 생각이 있으셨고 그것을 일관적으로 진행한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김경린을 평했다.

이계설 시인은 "제도권 연구자들은 우리 모더니즘을 전기와 후기로 나누고 심지어 우리나라의 모더니즘은 실패했다고 기술한다. 그 이유는 조급한 수용, 생경한 언어 사용, 외래어 남발, 표현의 난해성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김경린, 박인환, 김수영, 이봉래 등의 빛나는 모더니즘 활동은 외면했거나 편행된 시각으로 부실한 연구를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김경린 시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맹문재 안양대 교수는  "김경린은 외래의 문예사조를 무절제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과 환경과 관습과 언어와 토양 속에 적절하게 용해시킴으로써 새로운 전통을 창조하려했다. 김경린의 시적 메타언오는 근원적인 고향을 모색한 언어로 보았는데, 귀향 의식보다는 자신이 발딛고 살아가는 이곳에서 추구한 세계인식을 보편성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 좌장을 맡은 민용태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정영신 사진가)

좌장을 맡은 민용태 고려대 명예교수는 "요즘 표현을 빌면 시단의 '왕따'가 김경린이었다.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시인들과도 원만하지 못했지만 다의적 시어를 통해 독특한 시 세계를 연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라고 김경린을 평했다.

이날 토론은 김경린의 미래시적 언어와 시학을 보여줬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더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