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미 대사관저 ‘방치’ 활용시급
구 미 대사관저 ‘방치’ 활용시급
  • 이의진 기자
  • 승인 2008.12.13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유주 ‘삼성생명’ 활용방안 ‘답변거부’ ,정부 해결필요

옛날 한국일보 건너편에 있었던 구 미대사관저가 20년이 넘게 방치되면서 종로 구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구 미 대사관저는 높이 3m 길이 150m정도의 담장으로 둘러있어 외부에서 보면 감옥을 연상시켜 처음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은 “이곳이 감옥이냐?”고 한번 씩 묻고 간다.

이 지역은 경복궁이 있고 창덕궁과 창경궁이 있으며 문화지구로 지정한 대학로와 인사동이 있다. 더욱이 한옥보존지역 개발 중인 가회동이 있어 문화의 보고라 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구 미 대사관이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 종로에 20년 넘게 방치되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구 미대사관저. 현재 건물은 철거되고 담으로 둘러싸인 공터만 남아있다.
1980년대 지금의 미 대사관저가 중구 정동으로 이전하면서 구 미 대사관저는 삼성생명이 구입했다. 지금은 대사관저 건물도 다 헐리고 빈 공터로 황량하게 남아 있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몇 년 전 종로구청은 구청 청사가 좁아 신청사를 건축할 계획을 세웠었다. 따라서 신청사를 건축할 동안 임시 구청사를 지을 마땅한 부지가 없어 미 대사관저를 생각해 사용계획을 서울시에 건의를 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미 대사관저가 서울시 땅이 아닌 개인 땅이라 허락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와, 지금까지 종로구청은 신청사를 못 짓고 있어 좁은 구청을 사용하는 구민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이 각 종 문화재들이 있는 가운데 위치한 대사관저를 매입 시 활용계획이 있었을 텐데 20년이 넘는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일대는 문화재의 보고지역이라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데 비해 주차장이 없어 주차난이 심각한 상태.
해외 관광객이 오면 대형 주차장이 없어 주변에 다 불법 주차해야 하고 인근에 음식을 먹을 만한 곳도, 관광 상품을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없어 바쁘게 인사동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은 겨울이라 그래도 뜸하지만 봄과 가을로 관광시즌이 오면 이곳의 교통체증은 엉망이란다. 외국 관광객은 갈수록 늘어 가는데 관광객이 필요한 이용시설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미 대사관저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구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미 대사관저가 약간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니 지하를 파서 대형 주차장을 만들고, 지상에는 문화호텔을 전통한옥으로 지어서 관광 상품화 하면 부가가치가 높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하에 대형주차장을 만들면 교통체증과 불법주차가 한 번에 해결됨으로써 환경적으로 매연이 해소되고, 관광객들이 주변에 있는 고궁들을 걸어서 관람할 수 있어 편하고 여유로운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창덕궁 주변에 살고 있는 이모씨는 “주차장이 없으니까 길가에 불법주차로 인해 피해를 많이 받고 있다”고 하소연을 하며 “삼성이 투기목적으로 저 곳을 사놓고 돈이 안 되니까 저렇게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상에 전통한옥으로 호텔을 지으면 멀리 가서 숙박할 필요가 없어 관광과 숙식이 해결되니 관광객입장에서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관광을 즐길 수 있고, 서울시와 지자체입장에서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최근 관광객 취향과 소비가 양극화 되고 문화관광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소규모 틈새 호텔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여 문화호텔이 부상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숙박 시설이 단순히 잠을 자기위한 시설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관광객이 현지 문화를 접하는 주요통로로서의 기능을 중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종로구는 전통한옥 보존지역이다. 따라서 단순한 호텔이 아닌 전통한옥으로 문화호텔을 짓는다면 우리의 전통문화체험이 되어 일정이 빡빡한 관광객에게 경주까지 갈 필요 없이 시간과 경비를 절약시켜 한국을 다시 찾게끔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으며, 한국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미 대사관저 주변에 사는 박모씨는 “매일 높은 담장을 보면서 감옥을 보는 기분이다. 관광객을 위해 팔도에 있는 관광 상품 기념관이나 큰 행사를 할 수 있는 컨벤션을 지어도 좋을 것 같은데 저렇게 오래 방치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렇듯 주변의 반응과 미 대사관저 활용방안에 대해 소유주인 삼성생명에 공문을 보내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삼생생명측은 “검토 중이며 질문에 대한 아무런 답을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보내왔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미술관을 지으려고 구입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층건물을 지어 부가가치를 올리려고 구입했으나 고도제한에 걸려 채산성이 없어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이 미 대사관저 활용은 지자체를 떠나 서울시가 정부에 요청을 해야 하고 정부는 삼성생명 측과 협의를 해야 한다. 관광대국을 계획하는 정부가 이 부지를 다시 사들여 정부차원의 지원을 하거나, 고도제한 규제를 풀어 삼성이 문화재의 보고인 종로구에 맞게 활용하여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

    이의진 기자 luckyuj@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