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수출하다니!
‘한글’을 수출하다니!
  • 최정길 인턴기자
  • 승인 2009.09.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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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NYTㆍWSJ,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의 한글사용 집중 보도

 미국 주요 신문들이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사례를 집중 보도하며 한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족의 초등학생들이 한글이 사용된 교과서를 통해 토착어를 배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인도네시아 부톤 섬의 소수민족 찌아찌아 족이 사라져가는 토착어를 지키려고 한글을 사용하기로 했다면서 ‘한글섬’ 사연을 소개했다.

 또 뉴욕 타임스(NYT)는 12일 ‘한글이 한국의 새로운 수출품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훈민정음학회 이기남(75) 이사장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이 신문들은 한국인들이 1446년 세종대왕이 발명한 한글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문자가 없어 고유의 언어 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소수 민족들을 타깃으로 한글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부톤 섬의 초등학교 교사 아비딘은 “찌아찌아 문화가 사라지지 않게 돼서 매우 행복하다”면서 한글을 사용하여 토착어인 찌아찌아 어를 어떻게 읽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친다고 했다.

 또 부톤 섬 주민들은 이제 한글 사용을 넘어 아시아 경제강국 중 하나인 한국과의 교류 강화도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부톤 섬의 최대 도시인 바우바우 시의 정부 관리들이 한국을 방문해 기업들을 탐방하고 관광개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바우바우 시의 아미룰 타민 시장은 “바우바우에 한국 문화센터를 건립하고 주변 해역에서 생산되는 해초를 한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바우바우에 투자해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민정음학회 창설자 이기남(75) 여사

 이번 한글 수출에 크게 기여한 이기남씨(사진)는 건설업으로 재산을 모은 뒤, 2002년 아버지 원암(圓庵) 이규동 선생의 호를 딴 원암문화재단을 선립해 한글의 해외 보급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한국인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을 외국에 보급하는 활동을 전개했고, 2007년에 서울대 언어학과 김주원 교수 등과 함께 훈민정음학회를 창립했다.

 이씨는 2008년부터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 족이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는 사업을 후원해 이들을 위한 한글교재를 펴내기도 했다.

 이씨는 “<국적 없는 의사회>라는 단체처럼 세계에 자기들의 언어를 표기할 문자가 없는 사람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라면서 “찌아찌아 족에 대한 사업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세종대왕이 국민들을 사랑해 한글을 창제하셨듯이 한국인들도 인류애 차원에서 한글을 세계에 널리 보급해야 하며, 이것이 세계화 시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NYT는 이씨의 한글 보급 시도에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콜러스 담멘 한국 주재 인도네이아 대사는 “찌아찌아 족이 굳이 한글을 수입할 필요는 없으며, 로마자로 표기할 수도 있다”며 “바우바우의 다른 부족들이 찌아찌아 족에 대한 특별대우를 시기하고 나설 개연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정길 인턴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