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수 회장 “낙안읍성은 선조가 물려준 문화유산, 농사 짓는 마음으로 잘 가꾸자”
송상수 회장 “낙안읍성은 선조가 물려준 문화유산, 농사 짓는 마음으로 잘 가꾸자”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8.06.11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천 낙안읍성 보존회 회장 및 이사 감사 취임식 열러

순천시 ‘사적 302호 민속마을’로 지정돼 있는 낙안읍성 주민자치회인 낙안읍성보존회 회장(촌장) 취임식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낙안읍성은 현재 유네스코 등재 후보로 올라가 있는 곳으로, 실제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어 그 보존가치가 더욱 높은 곳이다.

▲송상수 낙안읍성보존회장이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낙안읍성 내 낙민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낙안읍성 주민을 비롯 순천과 여수, 서울 등 전국에서 100 여명의 축하객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임채지 곡성짚공예박물관장, 서예가 공제 김일명 선생, 허석 시장후보를 대리해 부인인 정연옥 여사가 참석했으며, 강형구, 박성범 시의원 후보, 낙안면장, 낙안읍성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취임한 송상수 회장과 이사, 감사들이 단상 앞으로 나와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취임식에서는 송상수 회장과 4년간 낙안읍성보존회를 함께 이끌어갈 이사와 감사 자문위원들이 소개됐다. 이사진은 상임이사에 이봉식씨를 비롯 문중곤, 임정운, 김도수, 박창복, 김성연씨가 선임됐으며 감사에는 장영현, 강연봉씨가 선임됐다. 보존회 자문위원으로 류연석 전 순천대 교수와 이광수 전 곡성군 부군수가 위촉됐다.

▲낙안읍성보존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류연석 전 순천대교수와 송상수 회장, 이광수 전 곡성군 부군수(사진 좌측부터)

이 자리에서 송상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선조들의 얼이 살아 숨쉬는 역사깊은 충절의 고장인 낙안읍성을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오늘의 우리가 할 일” 이라며 “그동안 전문성 없는 공무원들의 전시행정에 훼손된  문화유산을 복원하는데 일생을 바치겠다”라고 취임 일성을 전했다.

송회장은 또 “낙안읍성의 주인은 공무원이 아닌 우리”라며 “회원간에 서로 화합하고 하나로 뭉쳐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 가꾸기를 농사 짓는 마음으로 잘 보존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낙훈 운산판소리보존회 원장이 판소리 안중근역사가를 열창하고 있다.

그는 “여름이 되면 하수구 악취냄새, 이름 모를 벌레에 물려 병원응급실에 실려간 주민들,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으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알지 못한다” 며 “국가에서는 사유재산을 문화재로 지정해 놓고 주민들에게 문화재법을 적용시켜 주민들을 범법자로 전과자로 만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그간 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토로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송회장은 임기동안 다음의 3가지를 꼭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첫째, 이 공간에 머문 돌멩이 하나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훼손돼 버린 부엌아궁이, 화장실, 장독대, 굴뚝장 등을 복원해 옛 모습을 관광상품화 하도록 문화재청과 순천시와 협의하겠다.
둘째,  주민들의 생활문화를 현대식보다는 재래식 조선시대 생활모습으로 주민들의 의상을 옛  선조들이 살아왔던 모습처럼 바꾸고 미풍양속이 넘쳐나도록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자치마을을 만들어 운영하겠다. 셋째, 한국의 역사문화와 전통문화의 교육체험장을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

▲낙안읍성 주민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축하객들.

이날 류연석 전 순천대 교수는 축사를 통해 “그동안 송상수 회장이 낙안읍성 보존을 위해 평생을 바쳐 혼신을 다해 노력해 온 점을 높이 치하한다”고 말하고 “낙안읍성은 전 세계에서도 유일한 곳으로 낙안읍성의 전통을 잘 보전해 세계에 길이 물려줄 가치있는 곳으로 만드는데 힘을 모아가자”고 당부했다.

본 행사에 앞서 식전, 식후 행사로 이낙훈 운산판소리 보존회 원장과 서예가 공제 김일명 선생의 축하 퍼포먼스가 펼쳐져 참석자들에게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낙훈 원장이 부른 판소리 안중근 역사가는 낙안읍성의 전통을 지켜가고자 하는 낙안읍성 주민들의 염원을 우리 민족과 나라의 정기를 되살리고자 한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통해 잘 풀어냈다.

▲서예가 공제 김일명 선생이 자신의 서체인 공서체로  ‘낙안읍성 복되게 하소서’를 맨바닥에 일필휘지로 써내려 가고 있다.

식후 행사로 펼쳐진 서예가 공제 김일명 선생은 자신의 호를 딴 공서체로 ‘낙안읍성 복되게 하소서’ 라는 글을 맨바닥에 일필휘지로 써내려가 참석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김 선생은 참석자들에게 “서예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배운 학문을 혼자 즐겨서는 안 되며 다시 세상에 돌려줘야 한다”고 서예와 학문을 하는 자세를 일깨우기도 했다.

한편 낙안읍성은 그동안 전 순천시장과 공무원들의 그릇된 행정으로 문화재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주변에 어울리지 않는 가건물 설치 등으로 주민들의 원성이 쌓여왔다.

▲행사가 끝난 후 축하객들이 마을주민들이 준비한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순천시는 성곽 보수공사를 이유로 법으로도 금지된 문화재 위에 포크레인을 올려놓는 행위를 자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현대화'를 이유로 현대식 정원을 만든다며 토종 야생화를 뽑아내고 외래종 꽃을 심는 등 원형을 훼손해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더구나 이를 감독해야할 문화재청 역시 손을 놓고 있어 더욱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급기야 주민들은 순천시가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문화재청의 직접 관리를 요구하며, 문화재 지정서를 반려하기도 했다.

▲낙안읍성보존회장 및 이사, 감사 취임식에 참석한 주요내빈들이 주먹을 불끈쥐고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낙안읍성의 이런 문제들을 보다 못한 뜻있는 시민들이 모여 지난해 ‘낙안포럼’을 결성하고 낙안읍성 내 민속자료 보존과 계승을 위해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낙안읍성을 둘러싼 순천시와 해묵은 갈등이 이제는 해소돼야 할 때다. 따라서 이번 송상수 보존회장 취임은 낙안읍성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으로 주변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가온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