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준의 승무, 불교의식 무대화 노력의 결과”
“한성준의 승무, 불교의식 무대화 노력의 결과”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8.06.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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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무 한성준과 내포의 불교문화 재조명’ 학술세미나, 한성준 춤과 불교문화의 관계 논의

명무 한성준과 내포의 불교문화를 재조명하는 학술세미나가 지난 12일 종로 조계사에 위치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와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학술행사로 한성준의 예술세계에 깃든 내포지역 불교문화 유산의 숨결을 민속학, 불교학, 무용학 등 다층적인 방면으로 접근해 조망하는 자리였다.

▲ 지난 12일 열린 학술세미나

김헌선 경기대학교 인문대학장은 "한성준이 고안하고 무대화한 예술이 재래의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되는게 긴요한 발전을 거듭한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영산재, 수륙제, 상주권공재 등과 같은 재례인 불교의식에는 승려들이 법고춤, 바라춤, 나비춤 등을 추는 것을 착안하고 이를 무대화하는데 노력한 결과"라고 밝혔다.

김헌선 학장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혜공과 혜숙, 원효의 예를 든 뒤 "불교문화의 공연문화는 민속공연에 풍성한 사상을 덧보탰고, 불교민속과 공연문화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구현됐으며, 불교의 존재들이 일반민속이나 공연문화에서 중요하게 패러디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불교민속에서 보여주는 공연문화의 흐름은 고여 있지 않고 역동적으로 재인식되고 변화되면서 발전하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민속예술문화와 공연문화예술에서 가장 선명한 사상적 흔적과 빛깔을 남겨놓은 것이 바로 불교"라면서 "불교의 유산이 민속예술과 접합되고 새롭게 태어난 것도 있음을 주목해야하며 진정한 예술적 창조의 한복판에 우리나라의 춤이 가로놓여있다"고 밝혔다.

불교사회연구소장인 주경스님은 "내포지역은 근대한국불교의 중흥조로 꼽히는 경허선사와 그 제자 만공선사가 법을 펼친 곳이며 수덕사에서 불교적 전통을 접하고 그동안 배워온 기예를 정리해 춤과 장단의 원리와 조화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이가 한성준"이라면서 "한국불교의 수행전통을 지켜오면서 오늘의 한국불교의 토대와 체계를 굳건하게 세운 만공선사의 삶의 궤적과 동시대 한국 춤과 무용을 집대성한 한성준의 삶의 여정은 너무나 닮은 점이 많다"고 밝혔다.

주경스님은 "서해안 시대를 맞아 내포지역과 이 지역에서 깃들어 살아온 선조들이 근현대 한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그 애씀과 공덕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하며 가치가 있는 일인 줄 이제야 겨우 알아가고 선인들의 발자취를 다시 살펴보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러우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오늘날 전승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는 한성준이 창안하고 손녀딸 한영숙으로 내려오는 대표적인 민속춤이다. 한영숙은 자신의 승무를 동양인의 가슴 속에 깊이 깔린 무(無)의 사상과 결부시킨다.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빚어내는 예술적 정화가 바로 승무의 미학으로 귀결되며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신 통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단지 파괴한 여승의 고뇌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비판하면서 보다 고차원적 불가의 사상이 깃들여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기숙 교수는 "한성준 승무에서 눈여겨볼 점은 법고가락이다. 세상의 번뇌를 잊고 탈속한 경지에서 세속적 욕망을 초월하려는 의지가 담긴 승무의 핵심이 법고가락에 집약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님들이 법고를 치면서 내면에 마음 심(心)자를 그려보이는 것과도 연관된다"고 밝혔다.

토론에 참여한 윤광봉 히로시마대학 명예교수는 "불교는 우리 선조들의 마음의 고향이요 삶 그 자체"라면서 "불교가 전래된 나라는 대체로 기존의 자국 토속신앙와 잘 융합해 충돌이 없었는데 이는 항시 상대방을 배려하는 화엄사상과 연계되며 특히 문학과 예술 쪽에서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한국의 무용과 불교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이어졌고 근원을 찾는 노력과 함께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한편 8월 21~22일 열리는 제5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은 국립민속박물관과 공동주최로 한성준 춤계보를 잇는 중앙의 명무와 지방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들이 함께하는 공연무대와 한중일 3개국 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이 국립민속박물관 공연장과 전통배움나눔터에서 열린다.

또 8월 25일에는 천년 고찰 폐사지인 서산 가야산 보원사지에서 중앙과 지역무용인이 함께 꾸미는 야외춤판이 열리고, 12월에는 명무 한성준을 화두로 창설된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지난 5년의 성과를 되짚어보는 학술포럼과 한성준의 삶과 예술세계를 영상으로 기록한 한성준영상다큐멘터리 상영회 등이 서울 연낙재와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충남도립도서관 등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