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국립무용단 <향연> 순회공연, “예산전용 제재없는 것 문제”
‘화이트리스트’ 국립무용단 <향연> 순회공연, “예산전용 제재없는 것 문제”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6.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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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조사 결과 뒤집기" 반발 vs “관객 호응 좋아, 공연 하지 말아야할 이유 없다”

국립무용단의 <향연>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대전과 울산, 거제를 돌며 전국 순회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향연>은 원로무용가 조흥동이 안무를 하고 다양한 문화예술방면에서 창작자로 활동하는 정구호가 연출을 맡은 것으로 한국 전통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한데 모으며 '이것이 한국춤이다'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공연이다.

하지만 <향연> 공연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로 <향연>이 박근혜 정권 당시 ‘화이트리스트’의 대표적인 공연이었다는 것이다.

전 정권의 비호를 받은 공연을 아무런 제재 없이 그대로 공연하는 것은 국립무용단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향연>은 지난 2015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국정2기 문화융성의 방향과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그 후속조치로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으며 현재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김종덕 전 장관은 국립극장과 국립무용단에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 작품을 제작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당시 안호상 국립극장장과 국립무용단은 갑작스런 장관의 지시를 받은 상황에서 예산 마련에 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를 움직였고 결국 '2015년도 공연예술 창작산실' 예산 중 연극과 오페라 분야 잔여 예산 6억원을 국립무용단이 소속된 국립중앙극장에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 

예술위는 민간에 지원해야 할 예산임에도 위원회 전체회의 서면결의를 통해 국립중앙극장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금 공연되고 있는 <향연>이다.

이 사실은 지난 2016년 국감에서 문제로 떠올랐고, 올해 5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그 내용이 다시 정리됐다. 특히 전용된 6억원 중 1억원은 연극 <개구리>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박근형 연극연출가의 작품을 배제하면서 발생된 잔여 예산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고 블랙리스트 가담과 방조를 이유로 공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에서 정작 그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이 만들어낸 공연이 아무런 제재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문제가 제기되자 국립무용단 측은 “<향연>이 초연부터 지금까지 연속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향연>을 통해 우리 춤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많아졌다. 관객들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고 호응도 여전히 좋기에 굳이 공연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립무용단 측은 "2015년 12월 초연된 <향연>은 3년 연속 총 네 차례 공연에서 모두 매진을 기록했고, 특히 전통예술 공연에 큰 관심이 없던 관객에게도 우리 문화의 높은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켜며 '한국춤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러한 <향연>이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를 벗어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시도한다. 국내 발레 오페라의 팬덤이 만들어진 무대에 올라 우리 전통의 가능성을 다시금 입증할 것이다"라고 <향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향연>은 초연을 비롯해 2016년 4월, 2017년 2월과 12월 총 네 차례 공연이 모두 매진이 됐으며 특히 재공연될 때마다 공연 횟수를 1~2회씩 늘려 2회 공연을 3~4회 공연으로 늘렸음에도 모두 매진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지난해 2월과 12월에 열린 두 차례 공연에서 국립극장 홈페이지 예매자 중 2,30대 젊은 관객층의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는 젊은 관객들의 큰 호응이 <향연>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 <향연> (사진제공=국립극장)

올해 <향연>은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를 떠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새롭게 오르게 됐다. 국립무용단 측은 “주로 발레, 오페라 등 서양 고전 장르에 기반을 둔 대형 작품을 공연하고 몇 년간 공연 라인업만 보더라도 순수 전통무용 장르가 공연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향연>이 우리의 전통(클래식)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서양 클래식 공연에 익숙한 기존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관객에게 세련된 감각으로 재탄생된 우리의 전통예술이 어떤 매력으로 다가설지 주목할 만하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편에서는 <향연>이 비록 탄생 과정의 문제는 있지만 관객 참여 프로그램 ‘오픈 클래스’를 여는 등 대중과 전통무용의 거리를 좁히는 노력을 하고 있고 순수 전통공연으로 진행되고 있어 정치적인 내용이나 의도가 없기에 공연 자체를 막는 것은 지나친 지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향연>이 기획 상설공연으로 전국 순회 공연을 하고 이를 통해 우리 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있는 점은 인정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공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남아있는 ‘화이트리스트’라는 따가운 시선을 털고 나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향연>이 진정 사랑받는 공연으로 발전하려면 공연제작 과정의 예산 전용의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잘되고 있다’는 이유로 덮어버리기 보다는 이런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다. <향연>이 오랜 기간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