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마동욱의 사람없는 사람의 풍경 '하늘에서 본 영암'전
[전시리뷰]마동욱의 사람없는 사람의 풍경 '하늘에서 본 영암'전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8.06.26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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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영암의 신 대동여지도 다음달 5일까지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셀카봉 매력에 푹 빠졌다. 불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겨우 셀카처럼 움직여도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학기술발전으로 등장한 드론덕분에 생명의 위험을 덜고, 하늘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장면을 땅에서 편하게 보면서 촬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향토사진가 마동욱씨가 3년여 동안 드론으로 촬영한 ‘하늘에서 본 영암’이 지난 21일 남대문 억불카메라 4층 ‘벤로갤러리’에서 전시를 열며 사진집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마동욱씨는 영암군에 있는 600여개 마을을 찾아다니며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과 허름한 집이나 담장, 바위와 돌부리와 풀포기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드론을 띄워 기록했고, 전남도의회 우승희의원은 영암마을이야기를 글로 써서 ‘하늘에서 본 영암’사진집을 출판하였다.

▲ 삼호읍 서창리 원서창 (사진제공:마동욱작가)

드론이 나오기 전에는 고향마을을 입체적으로 촬영하기 위해 6m나 되는 사다리를 직접 제작해 촬영할 정도로 고향마을기록에 열정을 쏟아 왔다. 장흥에서 태어나 자라며, 30여 년을 고향을 지키면서 사라져가는 고향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탐진강의 속살’ ‘고향의 사계’, ‘하늘에서 본 장흥’ 등 고향장흥을 기록한 사진집을 여러 권 출판하며 ‘고향마을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한순간에 만들거나 이룰 수 없는 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낱낱이 기록함으로써, 소중한 지역의 유산을 남기게 된 것이다.

▲ 마을사진가 마동욱씨 Ⓒ정영신

만약 그가 사라져가는 고향마을의 흔적을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우리후손들은 무엇이 사라졌는지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2015년부터 드론이 대중화되자 장흥의 부감사진을 다시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400가구였던 마을이 그 사이 100여 채나 없어졌다는 것이다. 농촌마을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며, 하루도 촬영하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우승희 도의원은 “한마을의 흔적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 마을의 역사도 문화도 없어진다는 것인데, 요즘 고령화와 저 출산으로 인해 마을이 점점 붕괴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마동욱씨가 남긴 사진에서 누군가는 사진 안에 있는 집과 골목, 논밭에서 잊고 있었던 추억을 꺼내볼 것이다”고 전시장에서 축사를 건넸다.

▲ 금정면 홍리마을 고구마수확 (사진제공:마동욱작가)

마동욱씨가 기록한 사진에는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을 둘러싸고 있다. 마치 농부가 땅 위에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언어화해 보이며 사람들에게 고향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는 사적인 고향마을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기록했다.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마을의 장면 장면을 증명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서정적인 풍경으로서의 장소성을 인식하게 만든다.

▲ 구산리 (사진제공:마동욱작가)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 교수)사진비평가는 서문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사람이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이미지로 재현할 수 있으나, 그 이미지 속에 나타나지 않은 존재도 말 할 수 있고, 읽어낼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은 과학이면서 문학이 되는 것이다. 사진 속 마을에 지금 살고 있거나, 그곳을 고향으로 마음에 둔 채 떠나 왔거나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 사진을 눈이나 머리로 읽지 않고 가슴에 새길 것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그것도, 시간과 시간을 이어줌으로써 그리움을 자아내게 해주는 역할이 사진이라 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기록사진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된다“ 고 평했다.

▲ 학송리 반송정마을 (사진제공:마동욱작가)

이광수씨는 ‘사람이 없는 사람의 풍경사진’에서 마동욱씨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분명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 분명 사진 속에는 부모가 자식을 위해 땅에 그림을 그리듯 농사일을 하고 있다.

어떤 이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만들어준 연을 놓쳐버려 온 마을 산자락을 뒤지다가 연을 발견했을 때 고향의 산은,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될 것이고, 어떤 이는 중학교에 들어간 딸을 위해 차에 실리지 않는 책상을 이고 들판을 헤치고 걸어오면서도 행복해하던 엄마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그리움일 것이다.

사진가 마동욱씨는 고향을 떠난 이들에게 아름다운 그리움을 사진으로 담아 헌사하고 있다.

▲ 군서면 해창리 신덕정 (사진제공:마동욱)

마을사진가 마동욱씨는 돌아오는 2030년이면 전라남도지역의 농촌마을이 거의 소멸한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 진행하고 있는 강진과 보성, 고흥을 마치면 전라남도 전체 마을을 드론을 띄워 기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하늘에서 본 영암’은 600여 개 영암 마을의 4계절을 드론으로 촬영한 컬러사진 600여 장을 수록했다. ‘달이 나온다’는 뜻으로 불리는 월출산(月出山)은 영암의 상징이다. 월출산은 영암마을 곳곳에 등을 지기도 하고, 마주보기도 한다. 영암의 넓은 평야와 긴 강을 너른 품으로 품고 있는 자연경관이 수려한 국립공원 월출산과 영산강하구언을 중심으로 펼쳐진 영암군의 전형적인 취락구조와 자연생태를 보여주는 상공지리지다.

▲ '하늘에서 본 영암'책표지 (사진제공:눈빛)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 ‘하늘에서 본 영암’전은 영암의 사계절을 담은 컬러 사진 50여 점이 영암 특산품이 담기는 농산물 박스위에 펼쳐져, 고향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전시문의 :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5 (흥국생명빌딩) 억불카메라 4층

벤로갤러리(02-775-6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