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도시조명 이야기] 원산 야경 팔 수 있갔구나
[백지혜의 도시조명 이야기] 원산 야경 팔 수 있갔구나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8.06.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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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 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지난 12일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담판을 했다. 이유가 어떻든 세기의 담판 장소로 지정된 싱가포르가 단기적으로 가장 이익을 본 나라가 아닐까한다.

회담 장소로 결정된 순간부터 며칠 모든 미디어 매체가 싱가포르에 대해서 세계를 향해 구석구석 보도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 김정은 위원장이 묵었던 세인트 레지스호텔, 회담이 이루어졌던 센토사의 카펠라호텔등.. 이와 더불어 주목받은 것은 은둔형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 전날 밤, 깜짝 나들이를 나서 이슈가 된 싱가포르의 야경으로 이는 북한의 주민들에게 공영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도 돌아본 싱가포르의 야경은 마리나 베이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57층의 3개 호텔이 배모양의 스카이파크를 떠받치고 있는 Marina Bay Sands 마리나베이샌즈 호텔뿐만 아니라 마리나 만을 둘러싸고 수변에 조성된 건물 및 시설물들 모두 독특한 외관과 함께 야경을 갖는다. 열대 과일을 닮은 복합문화공간 Esplanade 에스플라네이드, Merllion Park 멀라이언파크, Flyer 플라이어, 야구 장갑 모양의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은 대표적인 건물들이다.

걸어서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지역에서 에스플라네이드로 넘어갈 때 지나게 되는 DNA 의 이중나선 구조를 본뜬 모습의 곡선형 보행교 Helix Bridge 헬릭스 다리는 그 생김새가 의학책에서나 나옴직하여 생소하나 낮보다 색색의 빛이 입혀진 밤의 이미지가 더 유명하며 검은 바다와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어 중심업무지구의 고층건물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야경의 즐거움을 더한다.

지난 2012년 개장한 식물원 Gardens By The Bay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Super Tree Grove 슈퍼트리 그로브도 싱가포르의 야간경관의 랜드마크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특히 매일밤 8시에 실시하는 슈퍼트리쇼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앞에서 실시하는 Spectra light & water show와 더불어 이미 싱가포르의 중요한 관광자원, 그리고 상징적인 야경 이벤트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심포니 오브 라이트와는 성격이 다른 이 조명 쇼들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기술적인 고민 그리고 예술적인 완성도는 우위에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이렇게 싱가포르가 아름다운 야간경관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 절대적인 역할을 한 곳은 도시재개발국 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로 1000여명의 도시계획 및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되어 싱가포르 전역에 대한 계획, 촉진,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을 갖는다.

‘깨끗한, 잘 정돈된 경관의 싱가포르는 도시의 경관의 범위가 방대하여 강력한 방향을 정하고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그 틀을 유지해가며 실현하기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원에 대한 분석과 방향수립, 실행, 관리 등이 일사불란하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고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싱가포르의 야경요소 중 가장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중심업무지구의 고층빌딩의 조명이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건물에 불이 켜져 있어 싱가포르가 주말에도 일을 할 정도로 업무강도가 높은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싱가포르의 디자인가이드라인에 스카이라인 관련 조명 인센티브가 있어 도시 공간적 경관요소로서 주요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중심업무지역과 마리나 센터 지역에서 건축물 설계의 일부로서 조명을 계획해야한다. 이에 대한 조명기구설치 비용에 대하여 50%지원하고 연면적에 대한 인센티브를 준다. 다만, 유지비용은 소유주가 부담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이 건물들은 금요일부터 일요일의 오후7시에서 11시까지 내부 조명을 켜도록 장려하고 국가 기념일과 축제시즌에는 내외부 조명을 꼭 키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시 야간경관을 위해 건축주 혹은 임대인들에게 그런 지원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역시 싱가폴이 체제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여서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김 위원장이 "평양시의 야경을 강성국가의 수도답게 황홀하고 희한하게 하여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22일 보도했다고 한다. 또한, 김 위원장은 "도시건축물들과 그 주변의 불 장식을 고상하고 품위 있게, 우리 식으로 더 잘하라"는 당부도 덧붙였단다. 더 강력한 권력이 더 좋은 야경을 만들어 낼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