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창작 대가기준, 좀 더 명확하게 범위 정해져야”
“미술창작 대가기준, 좀 더 명확하게 범위 정해져야”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8.06.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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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창작(전시) 대가기준 도입을 위한 토론회’ 개최 “예술인 양극화 문제 등 부작용 우려”

‘미술창작(전시) 대가기준 도입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27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미술창작(전시) 대가기준(적용대상, 산출산식)에 관련해 미술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에 나온 방안은 미술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외에도 큐레이터와 평론가에게도 창작 활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9월부터 국공립미술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미술작가 보수제도'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 미술창작(전시) 대가기준 도입을 위한 토론회

지급 대상은 작가는 물론 큐레이터, 평론가까지 확대됐으며 성격은 ‘작가보수’에서 ‘용역제공대가+저작권사용료’로, 적용대상은 국공립미술관 전시는 물론 정부의 전시보조사업까지로 확대했으며 사립미술관 등 민간영역은 자율 적용키로 했다.

황승흠 국민대학교 교수는 “작가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에게도 정당한 용역대가를 지급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모호한 성격의 작가 보수를 용역 제공 대가와 저작권 사용료로 명확하게 이원화하며,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산출 산식을 변경하고, 용역 제공 대가를 지급해 인건비 성격의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사회보장 조치(산재+연금+건강보험 및 고용보험)의 적용 기반이 마련됐으며, 용역 제공 대가와 저작권 사용료를 분리해 처리하는 것이 세금 부담 측면에서 예술가에게 유리하다”면서 미술전시 창작대가기준이 필요한 이유를 밝혔다.

용역제공대가는 ‘월 기준 단가 X 창작 기간(월) X 참여율(%)’로 계산하며 전시 횟수에 따라 예술가를 3등급으로 구분해 월 기준 단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저작권사용료는 ‘전시회당 1일 평균매출액 X 사용요율 X 전시일수 X 작가별 배분율(작가별 작품 수/총 작품 수)’ 또는 ‘2,000원 X 전시일수 X 작가별 작품 수’ 중 높은 금액이 나오는 결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큐레이터 대상 편집 저작권 사용료는 ‘1일 저작권 기준금액(20,000원) X 전시일수 / 참여큐레이터 수 ’로, 평론가의 복제 배포 저작권 사용료는 ‘20,000원 X 200자 원고지 매수;로 산출 산식을 정했다.

황 교수는 “전시 비용 상승으로 인한 전시 횟수 감소, 혜택받지 못하는 예술인 발생, 4대 보험 적용 관련 기관의 행정처리 업무 증가 등이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결국 숫자의 한계 부딪힐 것”

김남표 한국미술협회 작가는 “이번 방안이 이전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이긴 하지만 예술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단지 전시횟수로 단편적으로 적용될 때에는 그 기준이 세분화가 된다고 해도 숫자가 가지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전시횟수가 적다고 그 작가가 예술적 가치가 적다고 할 수 없다. 전시공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원로 및 중견 작가의 독점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경제적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창작기간이 언제부터인가, 큐레이터의 활동 개시일을 어디로 볼 것인가 등 기간에 대한 모호함도 존재한다. 숫자놀이의 한계가 드러난다. 결국 예술적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제한된 예술활동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예술과 예술가를 지원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밝혔다.

양철모 미술작가는 “국공립 기관에서 미술전시 창작대가기준을 수행하는 것은 그 동안 당연히 해야될 것을 하지 않았던 것이며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라면서 “창작자의 대부분은 제도 미술관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창작자들이다. 민간도 자율적으로 함께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여지를 제도적으로 열어두어야한다”고 밝혔다.

양 작가는 “전시회 산정기준 절차의 모호성을 판단할 기구가 필요하며, 외국 작가의 경우 어떻게 책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한다. 비영리 전시공간 대관 전시를 산정기준에 포함할 것인지, 국공립에서 민간자본으로 전시를 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여러 논의를 진행,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호 한국큐레이터협회 경인지회장은 “‘수익이 창출되는 상근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개별 창작자에게는 이 제도가 유효할 수 있지만 기관 소속 큐레이터에게 이 제도는 무의미하거나, 정보 전달 차원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 큐레이터 인건비 산정에서 작가에게 해당하는 3등급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독립큐레이터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큐레이터 인건비를 명확하게 하면 지자체의 의욕만 넘치는 우후죽순격 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고 비엔날레 등에서 외국 기획자에게 거액의 기획비를 지급해도 정작 기획에는 소홀한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정반대로 외국 기획자가 적은 기획 비용 때문에 예술감독을 맡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지자체가 오히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획 기간을 줄여 성급하게 사업을 진행해 결국 질적 하락으로 갈 우려도 있다. ‘기획 노동(창작)’ 기간으로 산출해 인건비를 책정한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젊은 창작자 더 어려워질 수도, ‘예술노동’ 수업 학교에서 하기를”

김이순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은 “‘대가’라는 단어 대신 ‘지원금’이라는 단어 사용을 제안한다”면서 “평론가의 경우 일괄해서 동일한 원고료를 책정하는데 그것이 합리적인지 검토를 요망하며, 평론 글의 재사용/재게재에 대해서는 이에 해당하는 원고료 지불은 물론, 평론가의 허락을 받아서 재게제해야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대가 원고료와 더불어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젊은 평론가들은 자신의 글을 제대로 발표할 기회가 거의 없으,며 연구를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너무 열악하다. 미술평론 활성화를 위한 별도의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태림 미술평론가는 “창작대가 제도가 꾸준히 관리, 보급, 갱신되기 위해서는 노사정 위원회 같은 기구가 꼭 필요하며 '아티스트 피‘를 포함해 창작대가 제도는 한국미술진흥재단이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관리 보완해야한다. 문예위의 체질이 시각예술 분야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이 제도는 문예위가 충분히 담당할 수 있고 담당해야한다”고 밝혔다.

홍 평론가는 “인건비 산정에서 신작 제작 기간의 최소 및 최대 기간에 대한 다양한 세부기준이 필요해보인다. 작가의 아티스트 피 요율이 계속 갱신돼야하는 것처럼 큐레어터 창작비와 평론비도 물가 상승률에 맞춰 계속 갱신될 수 있어야하고 문체부는 예술대학의 교육과정에서 예술노동과 관련된 수업이 필수사항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써야한다”고 밝혔다.

심지언 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지원팀장은 “무엇을 기준으로 산정할 지의 문제는 대가기준 안을 바탕으로 현장 주체들의 다양하고 다층적인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기준 마련과 함께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대가지급 문화 정책을 위한 제도화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함께 애써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팀장은 “아티스트 피와 매개자의 기획비 및 인건비 책정, 평론가의 고료 현실화 등과 관련된 내용들은 공공기관의 지원 사업들에 있어 도입단계에 있으며 우선 시행이 지급문화 형성 및 순차적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대원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문예지원부장은 “특정 예술인들을 위한 제도로 한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 주목하고 있다.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예술가와 다른 수입원이 많은 사람과의 차별성은 있어야하며 반대로 인지도가 높고 소요예산이 많이 투여되는 전시회의 작가가 책정된 사례비 단가를 인정하지 않아 관람객 수요가 많은 전시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 부장은 “이번 방안은 미술창작자뿐만 아니라 큐레이터 등 전시 관련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자 하는 좋은 취지의 계획”이라며서 “현장의 상황과 맞지 않아 전시공간의 담당자의 업무가중으로 전시사업에 대한 기피가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예술인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창작기준 도입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기준 등급 선정의 문제점으로 인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전시 기회가 적은 젊은 예술가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점과 큐레이터 인건비 상승으로 촉발될 수 있는 전시 진행의 문제, 저작권의 적용 문제 등이 거론이 됐고 앞으로도 현장에서 심도깊은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