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37] 인왕산 숲길
[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37] 인왕산 숲길
  • 천호선 전 쌈지길 대표
  • 승인 2018.06.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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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왕산 바로 밑에 있는 내수동 집에서 태어났고, 그집에서 첫 번째 아들도 얻었다. 그후 10년의 해외생활 등 30여년을 떠돌아 다니다가 10년전 인왕산 밑에 있는 아파트에 정착해서 인왕산을 매일 보면서 살고 있다. 인왕산은 원래 西山으로 불렸으나, 세종 때 집현전 학사들은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난 세종대왕을 위해 仁王山(어진 임금의 산)으로 이름을 바꿀 것을 제안하였다 한다. 

사직공원에서 출발하여 ‘윤동주시인의 언덕’에 이르는 왕복 5km의 인왕산 자락길은 내가 오랫동안 즐기던 산책 코스였다. 그러다  금년 초 활쏘기연습장인 황학정을 지나서 윤동주시인의 언덕까지 ‘숲길’이 개발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숲길은 오르내리는 경사가 심하지만 자락길보다 한적하고 짧은 출렁다리도 즐길수 있으며 경치도 뛰어나 요즘은 숲길만 애용하고 있다.

특히 숲길에서는 곳곳에서 인왕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인왕산 인근 청운동에서 태어난 천재화가 겸재 정선이 75세에 ‘인왕제색도’를 그린 이야기. 화가 이중섭이 누상동에서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매일 아침 인왕산 수성동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하루종일 그림을 그린 이야기.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난 시인 이상과 화가 구본웅의 우정 등등...

나는 숲길을 산책할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가서 새로운 풍경을 찾아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