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유쾌한' 오페레타, 가벼움이 대중과의 벽을 허문다
[공연리뷰] '유쾌한' 오페레타, 가벼움이 대중과의 벽을 허문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7.0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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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 대중을 향해 가는 길을 인정하며

제목 그대로 '유쾌하다'. 국립오페라단이 지난 1일까지 선보였던 <유쾌한 미망인> 이야기다.

이 작품은 정확히 말하면 오페라가 아니라 '오페레타'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구성된 오페라와는 달리 오페레타는 무대에 오른 가수들이 노래는 물론 연기도 해야하고 춤도 춰야한다. 오페라의 형식을 갖췄지만 오페라보다 뮤지컬에 더 가까운, 그래서 오페라보다 다소 가볍지만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입문서 역할을 하는 장르가 오페레타다.

▲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윤호근 예술감독이 새로 부임한 후 첫 작품으로 전막 오페라 <마농>을 선보였다. 당시 기자는 <마농>이 2018년 새롭게 변한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매니아들에게 건네는 인사이자 앞으로 국립오페라단이 어떤 길을 걸어야할지를 돌아보는 화두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 사이 국립오페라단은 한국 관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장면들을 재현한 <오페라 갈라>를 선보였고 이번에는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을 선보였다. 조금 이른 평가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국립오페라단이 대중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유쾌한 미망인>은 미국 뮤지컬계에 '빈 오페레타' 붐을 일으키게 한 작품이다. 1905년 독일어로 작곡되어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와 우아한 멜로디, 폴로네즈와 마주르카, 왈츠 등 춤곡과 어우러지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무대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오페라라고 하면 어느새 갖게 되는 엄숙함, 비장함 등의 선입견을 깨고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유쾌한 미망인>이다. 이 정도되면 우리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은행가의 미망인 '한나'의 재혼을 막으려는 남자들의 모습과 그들에게 도도하게 맞서는 한나의 모습은 노래의 의미를 몰라도 행동 자체가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남자들이 한데 모여 여자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노래로 풀어내는 장면은 요즘 시각에서 보면 '뭐 저런 남자들이 다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시각이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하며 혀를 차고 봐도 재미가 있다. 녹아든다. 그 녹아듦이 <유쾌한 미망인>을 유쾌하게 하는 이유다. 

▲ 한나를 유혹하는 남자들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노래와 춤, 특히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춤은 정말 흥겹고 재미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가수들이 선사하는 노래와 춤이 신선함을 준다. 사실 '가볍다'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무대에 서는 이들은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해낸다. 주인공 한나(바네사 고이코에체아, 정주희 분)와 다닐로(안갑성, 김종표 분)는 물론이고 각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무대는 가볍지만 신선하고 활기차다. 적당한 가벼움이 주는 즐거움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무대다.

▲ 해피엔딩의 피날레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특히 주목된 이는 발랄한 캐릭터인 '발랑시엔' 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순영이다. 발랑시엔은 폰테베드로(작품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국가) 대사인 '제타 남작'의 부인이지만 매력적인 젊은 외교관 '카미유'와 밀회를 즐기는 자유분방한 여성으로 이 작품에서 노래는 물론 무용수와 함께 춤까지 선보여야하는, 어떻게 보면 '멀티' 캐릭터다.

김순영이 선보이는 연기와 춤은 전문 뮤지컬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 김순영은 뮤지컬 배우가 맞다. 소프라노로는 최초로 뮤지컬 <팬텀>의 주인공을 맡았고 올해 <안나 카레리나>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연기와 춤을 보면서 '소프라노'가 주는 무게를 벗고 대중에게 더 정감있게 다가가는 새로운 김순영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마농>으로 오페라 매니아들에게 먼저 인사를 한 국립오페라단은 <오페라 갈라>와 오페레타를 선보이며 조금씩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이 노력을 무대 밖으로 이어나가야하는 것이 국립오페라단이 해야할 일일 것이다. 어쨌든 새롭게 대중과 함께하려는 이런 의지를 작품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계속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