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개성공단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개성공단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일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7.0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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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일상 문화로 재조명하는 '개성공단', 9월까지 문화역서울284

개성공단의 일상을 문화적으로 재조명하는 <개성공단>이 오는 9월 2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개성공단의 공간, 물품, 생활문화 등과 관련된 자료 등을 토대로 일반인들이 알 수 없었던 개성공간의 일상문화를 소개하고, 개성공단의 사람들의 특별한 일상의 기억과 내부의 이야기를 참여 작가의 예술작업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며,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부품을 사용하거나, 근무했던 관계자의 인터뷰를 담은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박계리 교수는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인 판단, 경제적인 효과 외에 우리가 개성공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전시다. 개성공단의 일상과 문화,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만든 사람들을 우리는 평화를 만들어가는 '예술가'로 오마쥬하고자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저마다 개성공단의 모습을 표현한 작가들의 작품과 개성공단과 관련된 아카이브로 구성되어 있다.

▲ 유수 <개성공단 북쪽 노동자> (사진제공=레이컴)

참여 작가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을 직접 방문한 유수 작가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깨 <2018년 4월 도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밤>을 선보이고 정정엽 작가는 흰 천에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출근하는 모습을 먹으로 그린 <정상 출근> 연작과 거울을 이용한 <개성공단의 문>을 선보인다.

최원준 작가의 <피륙의 결>은 봉제 공장에서 일하는 남북한의 두 여공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 개성공단에서 일어났을 남북 노동자들의 갈등과 그것을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고 이부록의 <로보다방>은 노동자들이 막대커피(커피믹스)를 음용하는 컨셉 스토어와 함께 공단을 상징하는 미싱 테이블을 함께 설치하고 생산표어와 초코파이 등 물자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시한다.

김봉학 프로덕션의 <아리 프로젝트>는 수제 축구화 장인이자 북측 노동자에 기술을 전수한 김봉학의 일상을 보여주며 남북 문제와 노동과 정치적 현실을 질문하며 임흥순의 <형제봉 가는 길>은 2016년 11월 개성공단 기업대표자들이 국회 앞에서 진행한 장례식의 모습과 감독 자신이 관을 등에 지고 북한산 형제봉을 오르는 모습을 반대편에서 각자 보여주면서 한쪽으로만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표현함과 동시에 마지막 '그 날이 오면' 노래를 통해 화해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임흥순 <형제봉 가는 길> (사진제공=레이컴)

이밖에 개성공단을 상징적으로 연결한 미디어 설치작업인 무늬만커뮤니티의 <파티, The Party>, 공단의 산업적 구조를 형상화한 이예승의 <30분의 차이 그리고 그 어딘가에>, 자동차와 풍선 등으로 다시 평양을 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한 양아치의 <평양, 30분, 서울>, 백두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상작업인 제인 진 카이센의 <TALE ONE OR MANY MOUNTAINS> 도 만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통계자료, 10.4 남북공동선언 전문 등 개성공단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각종 자료들,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이들의 목소리, 개성공단 사람들의 24시간을 보여주는 영상 등 아카이브도 만날 수 있다.

▲ 양아치 <평양, 30분, 서울>

개성있는 작가들이 눈으로, 혹은 머릿속으로 그려낸 개성공단의 이미지를 살펴본다는 즐거움도 있지만 설치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에게는 다소 전시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임흥순의 작품 속 '그 날이 오면'이 주는 뭉클함과 유수가 담아낸 노동자들의 얼굴, 개성공단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 등을 보며 '개성공단이 우리에게 무엇이었는가'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 전시를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