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기술, 예술의 경계 무너지다
인문학, 기술, 예술의 경계 무너지다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8.12.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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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진중권 등 4인 전문가, ‘융합의 시대, 예술의 가치를 말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센터장:이규석)는 '융합의 시대, 예술의 가치를 말하다'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지난 1일부터 4일 까지 아르코 미술관 1층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열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이자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최문규 교수, (주)배상면주가 배영호 대표이사 , 미학자 진중권교수가 삶과 일, 현 시대에 예술과 각 분야가 지향되어 져야 할 방향에 대해 진솔한 생각을 전했다.

질의자로는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의 상임이사 추미경 교수, 메타기획컨설팅 사업본부장 오성호 교수, 감자꽃스튜디오 대표 이선철 교수, 연출가이자 극단 드림플레이 대표 김재엽 교수가 참석해 좌담을 진행했다.  
각계의 전문가들과  예술의 가치와 미래에 대하여 생각을 나누었던 이 좌담회에서는 시대적 흐름에 대한 문화적 통찰력, 조직 운영의 창의적, 예술적인 시도와 실천, 이 시대에 문화와 예술이 갖는 가치, 한국문화예술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 박원순 변호사 좌담회 모습
사회디자이너, 낮은곳에서부터 변혁을, ‘예술, 사회와 소통의 길을 묻다’/박원순

박원순은 대한민국 검사에서 인권변호사,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 그리고 희망 제작소까지 지난 20년동안 우리사회 변혁을 낮은 곳, 작은 것으로 부터 이끌어 내고 보통 사람들의 힘을 모아서 성공시킨 사회 디자이너이다. 

그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 사회에서 사회디자이너의 새로운 시각으로 볼 때 예술이 어떤 분야와 어떻게 융합되어가야 하는지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말문을 열였다. 

문화 예술은 삶의 행위, 예술을 위한 올바른 기부문화 만들어 가야

문화예술은 모든 것의 근본이다. 문화예술은 삶의 행위이고 양식이며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자연스런 것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은 직장이 교사. 철밥통, 대기업인 사회는 희망이 없다. 세상의 이웃과 이 땅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문화예술을 활용하면 많은 창업 아이템을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행복설계아카데미라는 사업은 은퇴하신 분들의 노후를 생각하는 사업이다. 하다못해 재활용만 해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썩어나는 플랜카드로 가방을 만들었는데 현재 쌈지에 입주해있다. 뉴욕 맨해튼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너무 좋다고 해 여섯 가지를 납품하기로 했다.

예술가들은 고립되지 않고 다른 영역으로 과감히 들어가야 한다. 특히 예술을 위한 모금영역이 있다. 예술분야가 사회적 공공재인데도 불구하고 예술 쪽으로 투여되는 기부가 적다.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기부문화를 확산 시킬 수 있는가. 핵심은 신뢰다. 투명성이 최고의 방법이다. 나는 전문모금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만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재단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아름다운 재단을 운영 하고 있는 장본인으로 문화 나눔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소외지역 지도를 만들어 지원하거나 다양한 문화예술놀이와 시선을 싣고 돌아다니는 예술 배 띄우기 프로젝트도 가능하다고 본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이 자신이 주인인 이 땅에서 참여하고 외치고 주장하면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고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가 모은 힘으로 여러 재벌 회장이 구속되었고, 부패방지법 법안들이 통과됐다. 문화연대도 문화 속에서 참여연대 역할을 하는 존재다.

시민운동은 돈과 권력은 없지만 아젠더를 가졌기 때문에 힘을 가지고 세상을 바꿀 수 있었다. 요새 위기라고 하지만 그런 아젠더를 놓치고 있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예술과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예술을 할 수 있어야 발전이 있다.
복지나 문화도 정부의 일 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의 열정과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본주의는 천민자본주의다. 돈을 잘 버는 것은 잘 쓰기 위해서벌어야 하고 자본주의는 인간을 위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기업인이 처음부터 배워야하는 것은 인문학이다.

▲ 최문규 교수 좌담회 모습
예술과 공간, 커뮤니케이션 필요, ‘공간의 예술, 예술의 공간’/최문규

최문규는 건축이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이야기하는 명랑 건축가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딸기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 서울 인사동 ‘쌈지길’ 등을 통해 특화된 기능성을 갖춘 예술문화공간의 건축 설계는 어떤 관점으로부터 출발하여 구체화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나라 문화공간이 나아갈 바에 대해서도 모색했다.

국내에서 가능한 방식의 건축 고민해야

근대건축이라는 말을 20세기에 쓰는데 콘크리트나 유리, 철로 만든 도시를 말한다. 이런 비슷함을 극복하기 위해 특이한 건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즉 지난 10년간 자본을 이끈 사람들이 자신의 건물을 랜드마크가 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사동의 쌈지길을 내가 지었는데 일반적인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레 걸어 올라가며 포도송이처럼 있는 상점을 만날 수 있는 건물을 꿈꾸며 지었다. 인사동은 수평한 길이기 때문에 서로 간에 만나지 못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안 될 수 있지만 쌈지길에서는 위의 길에서 아래 사람들과 손짓도 할 수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극장의 발코니에서처럼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길을 만드는 건축과, 건물이 가야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건축은 미술작품과 달리 사람들이 활용하면서 바이탈리티를 가져야한다고 느낀다.

건축가는 공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서 사회적 역할을 가진다. 건축가는 사적인 영역을 어떻게 하면 공적인 영역으로 바꿀 수 있는 가를 고민한다. 공공적인 영역은 국가의 스폰서로, 사람들의 세금으로 건물을 짓는다. 하지만 사적인 영역에 비해 물량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100중 99가 사적인 영역인데 공공 영역은 돈을 받지만 사적은 영역은 그렇지 않다.

쌈짓길은 7백평의 건물이다. 루브르에 3만명이 오는데 쌈지길에 주말에 최고 많이 올 때는 5만명 까지와 건물이 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쌈지측에서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것이 논란이 되어서 무마됐다. 사적인 영역도 공적인 영역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될 부분이 생긴다. 

또 건축가에게는 어떤 재료로 무엇을 만드는가도 중요한 이슈다. 환경주의라고 다들 말하면서 나무, 자연소재 이런 것들을 활용해야한다고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나무가 많이 나지 않아 외국에서 베어서 싣고 와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죄책감은 없는 것 같다. 황토도 마찬가지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을 안가질 수 없다. 우리나라만의 방식으로 가능한 건축을 개발해 가야한다. 쌈짓길의 뒷모습을 보면 벽돌이 카페트처럼 휘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3~4개 나라에서 가능한 것이다. 장인정신이 있어야 하고 기술도 있어야 한다. 

건물이나 공간이라고 하는 것들이 예술을 담을 수 있는 수단이지 건축이 자꾸만 예술이 되려는건 위험하다. 무대장치, 세트를 너무 잘하면 배우가 안 보인다는 말처럼 건축도 너무 앞으로 나서면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공연장이 권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고들 하는데 우리나라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이 세워질때만해도 7~80년대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금 덜 짓고 무조건 크게 짓지 않았으면 한다. 예술과 공간이라는게 땔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없다. 건축가들도 변해가고 있고 예술도 여러면에서 변하고 있으니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바래본다.

▲ 배상면 주가 배영호 대표이사
전통술에의 헌정, ‘풍류행’ 이 있는 공간, ‘예술, 경영을 디자인하다’/배영호

술에는 감성과 문화를 함께 담아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20년 가까이 한길을 걸어온 기업인 배영호. 기업 마케팅을 위한 예술 분야에의 관심을 넘어, 사회창의력의 원동력으로서 예술을 이해하면서 경영에 도입하려는 그의 시도와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술 비즈니스는 문화 비즈니스, 디자이너 인문학 지식 가져야

술은 감성적인 상품이다. 21세기가 감성의 시대이니 만큼 술 비즈니스는 문화 비즈니스, 감성비지니스가돼야 한다. 즉 술은 미디어이고 술 비즈니스는 문화 비즈니스며 술 산업은 농업이다.

전통술은 미디어이자 문화다. 전통술을 서양식 카페 같은 공간에서 특별히 디자인된 잔으로 사람들에게 제안 하면 좋아한다. 나는 포천에 있는 우리 공장 앞 4천평 되는 야산을 매입해서 가칭 ‘전통술 문화센터’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5천년 문화 민족이라 하면서도 중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에는 다 있는 30년 이상된 술의 원액이 없다. 그래서 다음 세대를 위해 묵혀놓는 술을 만들자 해서 시작한 일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이 될 예정이고 전통술에 헌정하는 귀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 문화의 정체성, 보편성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그 공간이 어떻게 하면 그냥 멋진 공간이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를 담고 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또 현대인들에게도 의미를 갖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가를 고민하고 있다.

일단 ‘풍류행’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풍류’라는 단어처럼 적절한 것이 없는데, 풍류에‘행’자를 붙이면 동사화 된 ‘풍류행’이라는 단어가 된다. ‘전통술 문화센터’가 전통술을 매개로 한 우리 전통 미학의 공간으로 21세기를 열어가는 공간의 작은 시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가 박물관을 만들거나 양재동 1층 사옥을 갤러리처럼 만들어 문인이나 화가, 예술가들이 전시회나 이벤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화마케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파티장으로서의 또 하나의 풍류행의 공간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1년에 최소 4번, 봄, 여름, 가을, 겨울 세시주 (계절마다 빚는 술)를 빚어 햇술이 나온 기념으로 파티를 한다. 파티는 우리말로 하면 잔치이며 옛 잔치에는 풍류가 있었다. 풍류라는 것이 사람의 소통, 함께하는 생산이 있어야 진짜 풍류인데 일종의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이다.

디자인도 무척 중요하다. 와인을 보면 술이 꼭 좋아서가 아니라도 용기나 라벨의 디자인이 멋진 제품이 많은데, 전통술 이미지는 조선후기 분위기가 각인, 고착화되어 있어 그것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한다. 나는 우리 회사 디자이너들에게 인문성을 바탕에 둔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라고 말한다. 책 안 읽는 디자이너는 이해할 수 없다. 옛날 건축가들이 선비였던 것처럼 어떤 메시지가 디자인에 있을 때 거기에 생명이 불어넣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대포 같은 경우에는 목에다가 ‘오빠 미안해.’ 같은 메시지도 쓰기도 한다.

이 산업이 농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산업인 만큼 전통술이 문화와 농업과의 접착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요새 어렵다는 진단을 해본다. 문화와 농업이 좀더 융합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 진중권 교수
‘가상과 현실이 통합을 이루는 시대’, ‘상상력의 확장인가? 예술의 과용인가?’/진중권

미학자 진중권은 21세기를 ‘상상하는 것이 힘이 되는 시대, 기술과 예술, 인문학이 하나가 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미래의 공연예술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공연예술은 어떤 준비를 해 나갈 것인지 그와 함께 모색해 봤다.

 21세기는 기술 예술 인문학의 미래, 문화컨텐츠 문학적 깊이 필요

기존의 아트가 퍼포먼스 적이라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관객이 그냥 관객으로 끝나지 않고 참여자가 되고 심지어 퍼포머가 된다. 기존의 퍼포먼스와는 다르게 새로운 테크날리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미학을 필요로 한다.

미학과 예술의 관계는 마치 새와 조류학의 관계 같아서 미학을 열심히 하면 반드시 예술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술과 대중을 매개해주는 고리는 비평이기 때문에 미학을 배울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예술가들이 작품이 완성된 다음에 비평을 썼는가 하면 최근에는 작품을 성립시킬 때 비평이 함께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가 스스로 비평하기도하고 미학 없이는 작품을 설명하기가 힘들어졌다. 어떤 컨셉으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작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이론적인 훈련이 안되어 있다면 힘들 수밖에 없다.

나를 두고 디지털 퍼포머라고 하는 데 듣기 좋은 말이다. 인터넷이 이렇게 발전하기 전에도 나는 ‘낙시의 원조’였고 게시판에 토론을 공론화 시키곤 했다. 촛불집회 당시 네티즌들과 많은 교류를 했는데 그들은 나를 통해 마치 인터넷 리얼리티 게임을 즐겼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상세계와 실제세계에 대해서는 현실이 거짓말이라는 플라톤의 관점과 가상을 긍정하는 니체 관점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우리가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이 얼마 없다. 미디어를 통해 듣는 것이다.

예컨대 촛불 집회 때 1인 미디어가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 주는 작용을 한 것과 같다. 또 현실에서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것처럼 인터넷에서도 닉네임을 가진다. 이로써 자기 자신을 이중화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우리 안에 다른 여러 자아들이 있을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표출을 못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또 다른 자아가 될 수 있다. 즉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가상세계에서는 이룰 수 있다. 가상과 현실은 계속 연결되고 통합을 이루기 때문에 나는 가상을 인정 한다.

과거에는 독자와 필자 구분이 신분적이었지만 지금은 사적 견해를 공론화 시키지 못할 사람은 없다. 네트워크 정권 ‘뉴미디어’와 기존의 정당 같은 ‘올드’는 항상 공존한다. 네트워크 정권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데 반해 정책적 전문성이 결합되지 않을 때 아무리 촛불집회를 해도 되지 않는다. 두 영역이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21세기는 기술, 예술, 인문학의 미래가 형성 될 것이다. 인문학은 컨텐츠가 되고 아티스트가 기술로 구현하는 시대다. 일례로 핸드폰을 살 때 디자인을 보고 사는데 이는 예술적 과제다. 또 핸드폰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연출하기 때문에 인문학적이다.

문화 컨텐츠라는 말이 오용되고 있는데 시정되어야 한다. 애니메이션분야에서 우리가 주체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문학적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1~2년 해봐서 안 되면 철수 하고 마는데 사회의 일반적인 교양수준을 끌어 올리는 일은 이는 5년 10년은 걸리는 일이다. 자본을 통해서 생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체계를 거부할 필요는 없겠지만 예술의 기능 자체가 죽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기술과 예술은 통합이 이루어 질수 있지만 늘 팽팽한 긴장관계를 이룬다. 우리사회자체가 여유가 있어야한다고 느낀다.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