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조 스님 21일째 단식 "종단 변화 올 때까지 목숨걸고 계속"
설조 스님 21일째 단식 "종단 변화 올 때까지 목숨걸고 계속"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8.07.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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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개혁과 비위 승려들 퇴진 요구, 조계종 여전히 변화 없어

세수 87세인 설조 스님이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21일째 단식을 진행 중이다.

설조 스님은 지난달 20일 "이 목숨이 끝이 나거나 종단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며 단식 선언을 한 뒤 2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설조 스님은 단식 선언을 하면서 "우리 종단은 정화의 전통을 계승한 종단인지, 정화의 이념을 짓밟으려는 집단인지 구별을 해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종단 사태 불행의 원인은 비(非) 비구들의 종권장악이다. 적주(정식으로 비구계를 받지 않은 승려)가 80년대 이후 행정다표를 하며 군화가 사찰을 짓밟고 노름꾼의 수괴가 수많은 불자들의 존경을 받는 스님을 종단 밖으로 내몰고 악행의 유례가 없는 자가 종단의 행정대표가 되어도 거침이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나"라며 종단의 개혁과 비위를 저지른 승려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 21일째 단식 중인 설정 스님

설조 스님은 1994년 종단 개혁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냈고 2013년에도 원로회의 개혁을 촉구하며 21일간 단식에 들어가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설조 스님이 단식에 들어가면서 그를 따르는 승려들과 신도들 역시 조계종의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에 동참하고 있지만 조계종은 여전히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일 오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천막을 찾아 단식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설조 스님은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에서 물러나고 당사자들이 물러나야 단식을 중단할 수 있다. 물러난 후에 개혁을 논의하자"며 입장 차이를 분명히 했다.

조계종은 "설조 스님의 단식이 대중의 설득력을 얻으려면 승가 공동체 내부에서 불교적 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제시해야한다. 지금의 단식도 과거 미봉책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설조 스님이 종단 부패에 대한 도덕불감증을 일깨우기 위해 단식에 돌입했지만 종단 파계승려 누구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이가 없다. 그 중 대표가 바로 설정 총무원장"이라고 맞섰다.

설조 스님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했지만 조계종의 변화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고 있어 상황은 격랑으로 치달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