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유물 보는 곳으로 인식되는 시대는 끝났다”
“박물관, 유물 보는 곳으로 인식되는 시대는 끝났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7.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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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취임 1주년 간담회 ‘따뜻한 친구, 함께하는 박물관’

민족 문화의 정수 보여줄 ‘대고려전’, 해외박물관과 맞교환 전시 추진 등

취임 1년을 맞은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따뜻한 친구, 함께하는 박물관’이라는 비전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추진전략을 밝혔다.

배기동 관장은 지난 1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고 문화적 향유 활동을 해야한다고 본다. 문화공감과 감성치유의 복합문화공간이 되려 한다”며 ‘따뜻한 친구, 함께하는 박물관’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배 관장은 “특별전은 인지도가 낮았던 시대를 중점적으로 할 것”이라면서 오는 12월로 예정된 <대고려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라나 조선의 유물에 비해 고려가 인지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고려에는 민족 문화의 정수가 되는 유산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토대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려한다”고 말했다.

<대고려전>은 청자 사자형향로를 비롯한 국보 20건, 보물 28건 등 뛰어난 고려문화를 보여주는 48건의 국가지정문화재와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아미타여래도’, 그리고 해인사 등 국내 기관과 이탈리아, 중국, 일본, 미국, 영국 등 기관에서 출품한 유물들이 선보인다.

여기에 지난 2006년 서울에서 한 번 공개된 적이 있었던 ‘왕건상’이 이번 전시에 선을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배 관장은 “통일부에 전시 유물 목록을 전달했다. 왕건상이 이번에 다시 와서 합천 해인사의 ‘건칠희랑대사좌상’과 함께 전시되어 왕건과 스승 희랑대사가 한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싶고 북한에서 발굴된 고려 활자도 와서 국민들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홍보를 많이 할 예정”이라면서 <대고려전>에 대한 기대를 보여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중앙과 지방의 상호협력으로 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계획 아래 소속박물관의 브랜드화(특성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배 관장은 “각 소속관마다 대표적인 문화의 주제를 정하고 유물을 정해 인지도를 높이고 박물관을 보다 활성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주, 광주, 전주박물관을 지역 거점 박물관으로 정하고 2천 1백여점의 소장품을 이관해 브랜드 목표에 맞춘 소장품의 재배치 작업에 들어간다. 중앙박물관이나 진주, 경주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가야’ 관련 소장품을 국립김해박물관으로 이관시키는 것이 한 예다.

이와 관련해 배 관장은 “전주박물관의 브랜드가 조선의 선비, 양반 문화인데 이런 면에서 최근 전주에 부임한 천진기 전 국립민속박물관장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은 ‘e-뮤지엄’을 통한 소장품 공개 확대와 함께 열람 공간 확보 및 열람 시간 연장과 횟수 제한 폐지로 열람의 기회를 확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소장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배 관장은 “해외 주요 박물관과의 MOU를 통해 외국 박물관과 우리 박물관 유물을 맞교환해 반상설전을 여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 브루클린박물관과 서로의 유물을 바꿔가며 전시를 하기로 했다는 점을 밝혔다.

또 아시아관 신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세계문화관을 오는 2020년에 신설할 것이라면서 문화다양성을 인지하는 특별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뜻도 밝혔다.

배기동 관장은 '디지털 스마트 박물관‘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박물관을 사용하게 만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이다. 내년 후반기 전담 부서를 설정하고 총체적인 디지털화로 장소에 관계없이 즐기게 하려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물관은 북한의 문화유산, 국외소재 문화재, 발굴 과정 등의 VR콘텐츠 제작과 첨단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잇는 ‘VR전용관’ 조성, 안내하는 AI로봇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박물관은 소장품 수집 범위를 현대 역사자료 및 현대 예술품까지 확대하고 남북 국립박물관 교류 활성화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과 조선중앙력사박물관의 소장품 상호 대여, 문화 유산 공동 연구 및 특별전시, 도록 공동발간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배기동 관장은 “용산에 지난 2005년 입주했는데 미래에도 공간이 충분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박물관의 개념이 달라지고 보여지는 부분이 이 공간으로 충분한가라는 문제가 대두됐다.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할 것 같고 용산기지 활용 문제는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의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배 관장은 접근성 문제에 대해 “사실 사람이 걷기 힘든 구조고 활용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순환버스나 셔틀버스 배치도 좋지만 용산기지를 활용한다면 용산역에서 공원을 통해 걸어오는 길이 확보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배 관장은 “주요 방문객이 어린이와 학생들인데 성년층은 소리에 민감해 갈등이 일고 있다. 어린이의 교육 공간 자체를 분리시켜야하는 것인지가 관람실의 화두”라면서 어린이박물관을 별도로 만드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기동 관장은 “박물관이 유물을 보는 곳으로 인식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곳이 되어야한다”면서 야외에서 각종 공연을 열게 함과 동시에 ‘야외 서가’ 등 다양한 공간 활용을 통해 박물관을 좀 더 국민과 가깝게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