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축제공감]국악 대중화와 전통문화 계승의 산파 역할, 인당 박동진 선생
[이창근의 축제공감]국악 대중화와 전통문화 계승의 산파 역할, 인당 박동진 선생
  • 이창근 문화기획자/ 예술경영학박사
  • 승인 2018.07.1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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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문화기획자/ 예술경영학박사

“걸쭉한 입담 구수한 익살. 오장이 후련하던 통쾌한 풍자 한판. 찌든 가슴 웃기더니 고된 세파 달래더니 바람 가듯 기어이 꽃잎 지듯 허망히 산돌아 떠나가신 한 시대 예인(藝人)이여”

가곡 “비목”의 작사가로 유명하며 국립국악원장을 지낸 한명희 선생이 故 박동진 명창을 추모하며 작시한 ‘텅빈 공허만이 해일처럼’의 한 대목이다.

1992년 ‘쿵 딱, 제비 몰러 나간다~’로 시작되는 의약품 CF에서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한 광고카피는 90년대를 거친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올해는 그 주인공이었던 인간문화재 박동진 명창이 타계한 지 15주기이다. 그래서 매년 7월은 故 박동진 명창이 태어난 충남 공주에서 추모음악회를 비롯하여 명창ㆍ명고대회, 창작판소리 경연, 학술행사 등 다채로운 추모행사가 열린다. 박동진 선생이 생전에 대회의 기반을 만들어 현재까지 개최되고 있는 공주 박동진판소리 명창ㆍ명고대회는 올해로 19회를 맞았다.

필자는 그중 지난 12일(목) 공주문예회관에서 열린 추모음악회를 찾았다. 추모음악회는 국립부산국악원 연주단이 초청되어 국악관현악 구성의 공연으로 관객을 맞았다. 이날의 사회자인 공주 출신의 판소리 재원인 소리꾼 서의철은 재치 있는 입담과 소리로, 공연 내내 관객들을 무대와 하나가 되게 만들었다.

첫 프로그램은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권성택 지휘자가 단상에 올라 각 지역의 아리랑과 본조 아리랑까지, 다양한 국악기들로 편성된 국악관현악으로 서막을 열었다. 국립부산국악원 소속의 가객 이희재, 경기민요 이수자 이은혜, 소리꾼 신진원과 오케스트라의 ‘사철가’ 협연은 관객들을 부드럽게 소리판으로 이끌었다. 이어 김성국 작곡의 관현악 ‘춤추는 바다’가 연주되었고, 박영란 작곡의 ‘은빛날개의 꿈’에서는 소리꾼 김미진의 애잔한 구음과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원 김기원의 동래학춤을 통해 공주시민들에게 사랑의 감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추모음악회 중 관객을 환영하고 박동진 명창의 예술혼을 회고하는 김정섭 공주시장(사진=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이어진 공연은 충청의 소리 중고제(中高制) 박동진–김양숙에서 맥을 잇고 있는 고한돌 군이 심청가 중 ‘심봉사 목욕하는 대목’을 우렁차게 소리했고, 사회자인 소리꾼 서의철까지 합류하여 관객과 함께 ‘까투리 타령’을 부르며 ‘좋다’, ‘잘한다’는 추임새를 연신 불러일으켰다. 공연의 피날레는 국립부산국악원 소속 피리연주자인 이종철이 국악관현악과 함께 어우러진 서용석류 태평소 시나위로 장식했다. 그러나 역시 공연은 끝이 아니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 공연 중반부 관객과 함께했던 ‘까투리 타령’으로 화답하며 추모음악회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제19회 공주 박동진 판소리 명창ㆍ명고대회는 이날 낮에 학술대회로 ‘박동진 명창의 삶과 예술세계’로 여러 연구자와 국악관계자의 열띤 발제와 토론이 있었으며, 어린이 체험프로그램으로 판소리 배우기, 부채 만들기가 공주한옥마을에서 진행되었다. 또한 대회기간 중 한옥마을 특설무대에서는 저녁마다 시민들을 위해 박동진판소리전수관 출신의 젊은 국악인들과 여러 초청단체가 신명 나는 축하공연을 펼쳤다.

이번 행사의 백미(白眉)는 역시 명창ㆍ명고대회다. 참가부문별 예선을 거쳐 14일(토) 본선은 유아부부터 학생부, 일반부, 명창부까지 전 세대의 예비명창, 그리고 소리꾼들이 출전하여 열띤 경연을 펼쳤다. 故 박동진 명창의 예술혼을 추억하고 동 시대의 국악인으로, 예술가로 본인의 예술역량을 선보이는 시간이었다.

▲명창명고대회 일반부 경연모습(사진=박동진판소리선양회)

그렇다. 인당 박동진 선생은 우리의 기억에 존재하고 역사가 되었다. 1968년 국내 최초로 6시간에 걸친 판소리 완창 공연을 하는 기록을 세웠고, 당시 잊혀져가던 국악을 새롭게 부흥시키는 시발점을 마련한 장본인이었다. 또한 1992년 CF에서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추임새 장면은 한국인들에게 우리 문화의 독창성과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정표였고 이후 문화유산 전승의 시금석(試金石)이 되었다.

공주 박동진판소리 명창ㆍ명고대회는 내년이면 20회를 맞이한다. 국악 대중화와 전통문화 계승의 산파 역할이었던 인당 박동진 선생을 전 국민이 추억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국악의 고장 공주에서 판소리로 화합하는 대국민축제가 되는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