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 공석’ 국립민속박물관 ‘오리무중’에도 길은 열릴까?
‘관장 공석’ 국립민속박물관 ‘오리무중’에도 길은 열릴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7.19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모직으로 들어온 관장을 임명직으로 발령? 이해 하기 어려운 인사

‘국립민속박물관 공무원’ 소문에 민속학계 ‘민속학 전문가’ 주장, ‘인사적체’ 도마

지난 7월 초 박물관 학예직의 인사이동이 있었다. 이 중 관심을 모았던 것은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의 국립전주박물관장 이동이었다. 7년여를 민속박물관장으로 재직한 천 관장이 새로운 곳으로 갔다는 것도 이채로웠지만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것은 바로 문체부 직속 문화기관장이 국립중앙박물관 산하 관장으로 이동했다는 것이었다.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전 국립민속박물관장)

전국6개 국립박물관장의 인사 이동은 연례 행사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이를 '인사적체' 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차관급인 관장 산하에 학예직급으로 학예연구실장이 있으며 경주박물관장, 광주박물관장, 전주박물관이고위공무원단으로 이들간의 수평이동이 가능하지만 민속박물관은 단일조직이기 때문에 관장이 비면 바로 공백이 생긴다.

몇몇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를 '민속박물관을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민속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독립된 개체이고 기관의 성격도 다른데 독립된 기관의 관장을 중앙박물관 산하 지방박물관으로 보낸 것은 민속박물관을 여전히 '아래'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민박의 굴욕'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민속박물관 관계자가 중앙박물관 쪽으로 갔기에 민속박물관장을 중앙박물관 인사로 선임하는 이른바 '맞교환' 인사다. 민속박물관이 민속학 중심이라면 중앙박물관은 고고학, 미술사학 중심이기에 비슷한 점이 없고 결국 민속학과 관련이 없는 인사가 나온다면 독립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런 맞교환 인사를 '인사적체'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또 하나는 공모를 통해 관장직을 맡았던 천진기 관장이 임명직 자리로 갔다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한 문화계 관계자는 “천진기 관장은 2011년에 공모를 통해 들어온 인사이기에 임명직이 아니다. 그런데 임명직이 아닌 이를 공모가 아닌 발령을 통해 다른 곳으로 보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책성 인사 아닌 능력보고 결정” VS “공모직을 임명직으로 배치한 설명 없어”

지난 11일 한 매체는 문체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천 관장이 7년여를 민박 관장으로 있는 동안 민박 내 파벌 형성 같은 부작용이 일어났고 민박과 중박 양쪽의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우선 천 관장을 중박 쪽으로 옮겼다"는 말과 함께 "중박의 고위 공무원단 2명에 대한 인사 절차를 진행중"이라는 보도를 했다.

하지만 본지와 통화를 한 문체부 관계자는 "천관장에 대한 문책의 의미는 전혀 없으며 능력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면서 "인사 절차는 진행중이지만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중박 관계자라는 것도 확실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립민속박물관 입구

한편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국립전주박물관이 조선 선비 양반 문화를 브랜드로 하고 있기에 민속학을 한 천진기 관장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민속학계 “민속박물관장, 민속학 전문가가 되어야”

민속박물관장이 공백이 되자 한국민속학회, 비교민속학회, 한국무속학회 등 8개 학회로 구성된 민속학술단체연합회는 지난 2일 "민속박물관장은 민속학 전문가가 돼야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학과 관련된 유일한 국책기관"이라면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민속학이 담당해야할 시대적 책무가 큰 상황에서 민속박물관장은 민속학 전문가가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민속학계는 “2012년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공모를 거쳐 한국 근현대사, 정치학 전공자를 관장으로 선정했는데 그보다 더 역사가 오래된 국립민속박물관에 민속학이 아닌 다른 학문 전공자를 앉히려는 정책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민속박물관의 인사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박 관계자가 온다’는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제나저제나 국립민속박물관장의 공백을 하루 속히 메우는 것이 급선무지만 아직 윤곽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알고 있다. 알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저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고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 상황은 인사권자가 아니면 아무도 지금의 상황을 알 수 없다. 그 속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 인사권자의 결정만이 있을 뿐

국립민속박물관은 최근 ‘세종시 이전’ 문제로 시끌시끌했다. 문체부가 세종시 이전 계획을 발표하자 전직 민속박물관장들을 비롯한 문화인들은 용산기지로 잡아놓았던 민속박물관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존재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장의 공백이 길어질 경우 박물관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건 불보듯 뻔하다.

지금의 이런 불안감은 민속학이 그동안 홀대 당했다는 생각도 한몫을 하고 있다. 만약 민속학 전공이 아닌 인사가 관장으로 임명될 경우 또 한 번의 파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공이 비록 다르더라도 전문성과 경영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관장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래저래 국립민속박물관의 미래는 현 시점에서는 오리무중이다. 정해진 것도 없고 그저 인사권자의 결정만을 기다려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인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현장 문화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현재로서는 필수다. 이에 앞서 문체부는 공모직 관장을 임명직으로 발령을 낸 것에 제대로된 설명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