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나고 유쾌하고 과감한 뮤지컬영화의 매력 전해드립니다”
[인터뷰] “신나고 유쾌하고 과감한 뮤지컬영화의 매력 전해드립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7.19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 ‘탤런트 M&M' 4인의 감독들 “멘토들의 열정어린 도움, 고생한 스탭들, 배우들에게 감사”

지난 15일 막을 내린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영화의 고향으로 불리는 충무로에서 뮤지컬과 영화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영화의 매력을 전하는 영화제였다. 하지만 뮤지컬영화를 상영하고 그에 맞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만이 영화제의 목적이 아니다. 영화제는 영화의 미래를 위한 하나의 제안을 전할 때 더 빛이 난다.

그런 면에서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진행 중은 ‘탤런트 M&M'은 주목할만한 세션이다. 신인 감독들에게 단편 뮤지컬영화를 만들 기회를 주고 선정된 작품은 뮤지컬 연출가, 안무가 등이 멘토로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이 섹션은 미래 한국의 뮤지컬영화를 미리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실력있는 신인 감독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주목해야할 세션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으로 스크린에 자신의 영화를 선보이게 된 4명의 감독들. 어쩌면 이들 중 당당하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으로 장편 뮤지컬영화를 선보일 감독이 나올 지도 모른다.

인터뷰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독자 여러분은 이들의 이름도 꼭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어쩌면 뮤지컬영화의 미래가 이들에게 걸려있기 때문이다. 박형남, 손희송, 여선화, 이한종. 기억해야할 감독들의 이름이다.

▲ (왼쪽부터) 이한종, 여선화, 손희종, 박형남 감독

처음으로 영화가 상영됐다. 지금 기분이 어떤지

이한종 감독(<대무가>, 이하 이) : 관객이나 관계자분들이 어떻게 봐주셨는지와는 별개로 속상한 부분이 있다. 후반 작업의 미진했던 부분이 보이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먼저 든다.

여선화 감독(<별들은 속삭인다>, 이하 여) : 나도 역시 후반작업 기간이 너무 짧았다. 다른 감독님들의 작품은 정말 잘 봤는데 내 작품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 고통스러웠다.

손희송 감독(<딸들의 밥상>, 이하 손) :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였다. 손으로 가리면서 봤다(웃음).

박형남 감독(<돌고돌아 우린>, 이하 박) : 내 영화인데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걱정을 많이 했다. 내 영화가 첫 영화로 상영됐는데 집중을 제대로 못하고 오히려 두 번째, 세 번째 영화들로 가면서 더 좋게 봤다(웃음).

영화의 소재를 발굴한 과정이 궁금하다

: 주변의 연애 이야기를 참조했다. 내 경험도 약간 있는데(웃음), 헤어질 때 말하는 언어들이 만남을 시작할 때 언어와 유사하게 다가왔다. ‘느려졌던 발걸음 빨라지는 발걸음’이라는 영화 속 노래 가사가 있는데 ‘같지만 달라지는 것들’에서 출발하면서 이 가사가 나온 것 같다. 

: 3년 전에 엄마와 같은 존재였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같이 밥먹었던 것이 가장 큰 추억이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우리 다 열심히 살아서 다시 만나자’ 이런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다.

: 베트남 여행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그 곳에서 농인들을 만났다. 처음에 한국 농인들이 말을 걸 때는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들, 그리고 다른 국적의 농인들과 함께하는 모임을 통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 때 술이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웃음). 그렇게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영화 속에서 농인인 ‘연이’가 말을 하는 판타지를 표현하기에는 뮤지컬이 적격이라고 생각해 뮤지컬영화를 제작했다.  

: 영화 작업을 하면서 친분을 맺은 두 배우가 있는데 이 배우들을 꼭 출연시키고 싶었다. 그게 주인공 ‘신남’ 역 배우와 ‘청담도령’ 역 배우다. 청담도령은 정말 크게 될 것이라 생각해서 엔딩 크레딧에 ‘소개합니다’라고 언급을 했고. 그 무렵에 공고를 보고 뮤지컬영화를 해볼까하고 나섰는데 그게 고통의 시작이었지(웃음).

▲ 박형남 감독 <돌고 돌아 우린> (사진제공=충무로뮤지컬영화제)

<돌고 돌아 우린>은 극 중 노래의 멜로디가 인상적이었고 두 배우의 호흡도 좋았다. 특히 ‘옥수 옆에 약수, 약수 옆에 돌곶이’ 이 리듬이 참 좋았는데(웃음)

: 그 가사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같이 가던 길을 떠올렸던 것 같다. 애벌 가사를 만들면 작곡가분이 거기에 맞춰 곡을 만들어주고 서로 맞추는 과정으로 진행을 했다.

남자 배우는 기숙사 룸메이트였는데 전작도 같이 했다. 전작 역시 뮤지컬영화였고. 여주인공은 소개를 통해 알게 됐다.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초록색 옷을 입고 온 배우를 보고 딱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웃음). 

말없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포장마차 주인’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 ‘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설정이다. 두 주인공은 6년을 사귀었는데 6년의 시작과 헤어짐을 상정하고 두 주인공은 변하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을 나타낸 것이 포장마차라는 공간과 주인 캐릭터다. 계속 바라보는 인물로 변하지 않은 것을 상징하려했다.

▲ 손희송 감독 <딸들의 밥상> (사진제공=충무로뮤지컬영화제)

<딸들의 밥상>은 세 자매 역을 맡은 배우들의 자연스런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  배우들이 실제로 뮤지컬을 몇 번 같이 한 분들이라 전부터 친했고 여자들끼리 있다보니 분위기도 좋았다. 같이 합숙을 했을 정도니(웃음) 팀웍이 좋았다. 실제 한옥집에서 뮤지컬을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구하기가 가장 어려웠고 아는 분의 협조로 겨우 장소를 잡았다. 다음에는 기획안에 무조건 어디서 찍어야할지를 먼저 써야겠다(웃음)

세 자매와 엄마와의 어린 시절 추억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뮤지컬 공연처럼 커튼콜 장면을 넣은 점이 인상깊었다

: 스토리를 먼저 잡고 시작했는데 원래 영화는 세 자매가 엄마 집에 모여 엄마와의 각기 다른 추억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세 곡이 똑같은 감정선을 이야기해야하기에 비트가 단조로와져서 아이들의 이야기로 통일을 한 것이다.

세 자매가 한 집에 모이는 컨셉은 스토리로 잡고 다른 감정으로 모였으면 좋겠다를 작곡가에게 이야기하고 잘 표현이 됐다. 노래나 음을 잘 모르기에 감정을 표현하는 식으로 소통을 했다. 

▲ 여선화 감독 <별들은 속삭인다> (사진제공=충무로뮤지컬영화제)

<별들은 속삭인다>는 아역배우를 캐스팅했는데 정말 귀엽고 연기도 좋았다

: 어른 조연들은 일단 생각했던 이미지에 맞춘 배우들을 캐스팅했는데 남녀 주인공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아역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2주간 60여명을 상대로 오디션을 봤는데 정말 운명적으로 두 배우를 만났다(웃음).

‘봄이’는 눈빛에 약간 슬픔과 외로움이 있다고 봤고 실제로 과묵했다. ‘석호’는 장난꾸러기에 목소리 크고 때묻지 않은 어린이지만 약간 나름의 까칠함도 있다.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에 끌렸다.

 ‘농인춤’을 선보이려다가 그만뒀다고 하는데

: 교회 같은 곳에서 수화로 노래를 표현하지 않나. 이를 바탕으로 농인의 마음을 노랫말없이 수화로 표현하려했는데 농인들의 생각을 물으니 그런 개념 자체가 본인들에게는 없다고 하고 ‘청인들의 시각’이라는 지적이 있어 그만뒀다. 

캐릭터를 잘 표현한다고 하지만 당사자에게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그 부분을 고쳐야하고, 혹은 더 많은 것을 알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부분이다.

▲ 이한종 감독 <대무가> (사진제공=충무로뮤지컬영화제)

<대무가>는 무당 굿이 나오기는 하지만 음악 비중이 적어 뮤지컬 영화라고 하기가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웃음)

: 김홍준 예술감독님은 오히려 ‘가장 뮤지컬다운 영화’라고 평하셨는데(웃음). 우리가 생각하는 뮤지컬의 이미지 자체가 서양에서 만들어진 뮤지컬 문법인데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좀더 우리의 것으로, 우리 것을 확연히 보여줄 것이 있다면 한국적 뮤지컬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무식하게 덤벼들었는데(웃음) 그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무속이었다. 무속도 춤과 노래가 결합되잖나. 이를 한 편의 뮤지컬로 만들자는 시도를 했다. 어느 정도 이뤘다는 생각도 있지만 좀 더 잘할 수 있을텐데라는 후회도 있다. 

캐릭터 이름들에 의미가 담긴 듯 하다

: 주인공인 ‘신남’은 신들린 남자라는 뜻도 있는데 내 친구 이름이다. 밥을 정말 잘 먹는 친구인데(웃음) 그 기운을 받으려했다. 여주인공은 원래 본명이 있고 본명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하면 장편이 되니까 그 부분을 없애고 그냥 별명인 ‘우에하라’로 그대로 갔다. 

원래는 내가 야구를 좋아해서 여자 이름에 남자 이름을 넣어보자는 생각으로 투수였던 우에하라 고지의 이름을 땄는데 나중에 스탭들이 알려준 것이 실제로 그 이름을 가진 AV 배우가 있다는 것이다. 참 당혹스러웠다(웃음).

‘탤런트 M&M’은 멘토링을 도입해 뮤지컬영화 제작을 돕고 있다. 각각의 멘토가 있었을텐데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얻었는지

: 신선호 안무가님이 하셨는데 영화는 처음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춤의 완성도를 맞춰주셨고 오프닝 장면에서는 직접 출연도 해주셨다. 안무 퀄리티를 뮤지컬영화에 가깝게 올려주셨다.

마지막 촬영 때 신남이 무당이 되어가는 신을 다 찍었는데 거의 22시간을 찍었다. 그 시간을 신선호 안무가님이 계속 계셨다. 열정적으로 도와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아무 도움없이 영화를 찍었다면 다큐멘터리 같은 춤이 나올텐데 안무가님 덕분에 드라마틱한 춤으로 나온 것 같다. 

: 뭔가 하나를 배웠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어렵다. 김동연 연출가님께서 도움울 주셨는데 농인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배우고 이들이 속마음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부분을 조율하고 작곡가 선생님도 소개해주셨다. 

시나리오도 고쳐주시고 뮤지컬을 가르쳐주시면서 뮤지컬은 좀 더 과감해도 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오버해도 되는 장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셨다.

: 정도영 안무가님이 커튼콜 안무도 도움을 주셨지만 캐스팅도 도움을 주셨고 의상, 메이크업 분야 분들을 다 소개시켜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안무가님이 원래 광고도 하시고 뮤지컬 영상을 많이 하셔서 이 분야를 알고 계셨다. 여 감독님 말대로 뮤지컬이 과감해도 되고, 그리고 통쾌함과 신남이 있어야하는 것이 뮤지컬의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뮤지컬을 보는 주변 사람들이 ‘왜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냐’, ‘왜 이 장면에서 노래를 부르느냐’ 등의 질문을 의외로 많이 한다. 이 부분은 영화를 만드는 이에게도 고민인데 김규종 연출가님을 통해 뮤지컬이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되어야하는 지를 알 수 있었고 안무가님을 소개시켜주셔서 춤이나 움직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게 만들었다.

아직 우리에게 뮤지컬영화는 생소한 부분인데 뮤지컬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 뮤지컬이 특별하거나 특이한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뮤지컬 공연이 많이 만들어지고, 물론 외국보다는 짧지만 우리도 역사가 그렇게 짧은 것은 아니다. 하나의 영화 장르일 뿐이고 기존 영화에도 음악과 춤이 있는 영화가 많다. 전혀 생소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번에 두 번째로 뮤지컬영화를 찍었는데 전작은 엄청 밝은 내용이었다. 노래 틀어놓고 춤추고 노래하고 그에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니 일반 극영화를 찍을 때보다 흥이 나고 현장이 정말 재미가 있다. 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재미있게 찍은 영화를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더 좋았고. 관객을 환상으로 이끄는 것이 뮤지컬영화의 매력이라 본다. 그런데 이번엔 좀 가라앉은 내용인데(웃음),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 처음 만든 뮤지컬영화인데 ‘시한부’라는 어두운 소재를 어둡게 표현하면 지칠 것 같다. 오히려 유쾌하게 만드는 것이 더 여운이 남을 것이다. 뮤지컬의 신남과 유쾌함으로 한층 더 감정의 동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뮤지컬은 무조건 신나고 재미있어야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노래가 나오는 장면 만큼은 뭔가 재미있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고 그게 매력이라고 본다. 규율을 깨야 더 재미있는 것이 뮤지컬인 것 같다.

: 일반 대사가 아닌 춤과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매력이다.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가 현대 뮤지컬영화의 정점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다고 보는데 우리도 한국형 뮤지컬영화를 누군가가 만들어서 시장을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제 다음 공모가 시작되는데 뮤지컬영화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 일단 예술감독을 맡은 김홍준 감독님이 <정글스토리>를 만든 감독이고 정말 괜찮은 멘토들이 기다리고 있다. 거목들이다. 그분들께 많이 의존하고 배웠다. 그분들도 정말 좋은 것들을 배울 것 같은데 어떤 팁을 알려주기보다는 뮤지컬영화의 베이스에 나만의 생각을 녹여서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 정말 왜 뮤지컬영화를 한다고 했을까 할 정도로(웃음). 그렇지만 멘토분들이 계시고 그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신다. 이분들을 믿고 함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는?

: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뮤지컬영화 안만든다고 주위에 말하고 다니는데 뮤지컬영화의 매력이 있지 않나. 꼭 장편 뮤지컬을 만들고 싶고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다. 뮤지컬 장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 VR을 지금 하고 있고 EDM 다큐를 하고 있다. 내년에는 뮤지컬 웹드라마를 하고 싶다. 웹드라마를 원래 하고 싶었다. 한 에피소드 당 10분인데 에피소드에 담겨있는 곡이 좋다면 무한반복해서 들을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되면 뮤지컬에 대한 접근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 주어진 어떠한 영상물도 멋지게 찍을 능력이 있고 이번 작품을 이어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 열심히 찍으려한다.

: 6개월간 영화에 매달려서 당분간 생활인의 삶에 적응해야할 것 같다. 이제 아이도 있으니까(웃음).  다음 영화도 독특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어떤 작업이 올지 몰라도 나에게 왔을 때 최대한 에너지를 쏟아부어 좋은 결과 만들어내도록 하겠다.

감독들:(한 목소리) 고생한 스탭들, 배우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