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도시조명 이야기] 밤이 아름다운 도시, 밤에 안전한 도시
[백지혜의 도시조명 이야기] 밤이 아름다운 도시, 밤에 안전한 도시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8.07.2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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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도시 조명의 역할은 아름다운 야경경관 창출 보다는 안전한 밤거리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파리에서 어두운 밤(night)은 곧 재난 (deluge)의 의미와 매우 가깝게 여겨졌다고 한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도시의 침입자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 도시로 진입하는 문을 잠그고, 각각의 집도 같은 행위를 함으로서 밤 동시에 재난에 대비했다고 한다.

그 열쇠는 치안을 담당하는 사람이 갖었으며 그들만이 해진 뒤 통행이 가능하고, 그들은 무기와 함께 torch(횃불)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torch는 길을 밝히는 용도였으나, 이는 곧 그들의 신분과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는 이후 가로등의 다시 갖게 되는 사회적인 역할과 무관하지 않아 흥미롭다. 누군가 torch를 들지 않고 밤에 다니면 곧바로 체포되어 가장 엄격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역사는 16세기에 이르러 고정된 조명으로 발전하였다.

매일 오후 6시전에 집집마다 1층 창문에 lantern을 걸어두어 각 집을 표시하고 동시에 길거리 비추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손에 들고 다니던 torch의 기능을 연장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또한 대부분의 빛이 실내에 머물어 거리를 충분히 밝게 비추는 데에는 부족하였다. 

1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거리를 밝히기 위한 lantern이 외부에 설치되었는데 이는 관의 감시를 집안으로부터 외부까지 확장하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가로등의 출현으로 시민의 모든 삶을 보호 그리고 감독 하게 된 절대권력 경찰은 빵이 어떻게 구워지는지, 맥주가 어떻게 발효하는지 집집마다 일어나는 모든 소소한 일상을 감독하며 도시를 평화롭게 유지하려 애썼다.

해진 뒤 한 장소에 모이는 일이 생기면 주동자를 찾아내어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바로 체포하거나 어떠한 방법으로든 제거하는 것이 그들의 주 업무였고  소시민들은 그들이 지켜주는 평화 속에 살며, 대도시의 사람들이 밤에 무질서하게 행동하고 소동을 피우는 도시의 밤은 어둡고, 한적한 정글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하곤 했다.

17세기 대대적인 도시경관사업이 이루어졌고 이 때 각자 집에서 내다걸던 가로등이 공공의 서비스로 변하여 경찰서에서 관리되기 시작하여 다양한 질의 빛을 내던 랜턴이 일반화되어 유리상자 안의 촛불대신 작은 태양처럼 거리를 가로지르는 줄에 매달리게 되었다. 파리 사람들이 공권력에 의한 저항의 의미로 종종 ‘lantern smashing' 행위를 하는 역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에 사람들은 교통과 경관의 시야확보에 방해가 된다는 불평을 쏟아냈으나 곧 가로등에 의한 밝은 밤거리에 지배당하고 말았다.

거리에서의 안전을 개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공권력에 의존하는 정도가 훨씬 덜한 영국과 미국의 경우는 파리와 매우 대조적이다.

런던 경찰의 업무는 주로 보호, 예방에 그쳤고, 가로등의 역할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어두운 밤거리를 파리보다 꽤 오랫동안 유지했다.   

어느 블로거는 미국에 가로등이 도입된 이야기로 아주 따뜻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이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를 위해 집앞에 선반을 만들고 그 위에 등을 올려두었는데 그로 인해 환해진 거리에서 지역이 안전해진 것을 깨닫고 하나 둘씩 집 앞에 등을 두어 미국 가로등의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서울시 구역별 경관개선사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목표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범죄예방 환경설계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 Design)이다. 건축설계나 도시계획 단게에서부터 범죄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주민의 안전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삶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자연적인 감시가 가능하도록 공간적인 시야확보, 기계적 접근 통제 그리고 영역성 강화를 통한 강제적 접근 차단 등에 대한 방법적 전략을 건축물 용도별로 제시한다. 

예상하듯이 조명계획에 대하여는 밝기 및 지속적인 유지관리에 대한 개념이 주를 이루며 그늘지고 어두운 부분이 없도록 밝게 하라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이는 빛의 과잉으로 인한 빛공해 해소, 자연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해 그리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강조하는 야간경관 지향과는 다소 대치적이다.

예를 들어, CPTED를 고려하여 공원의 주도로의 밝기를 KS에서 규정한 조도 30lx 보다 높은 조도로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게 되면 전체적인 밝기 기준이 상향조정되어 결과적으로 그 도시는 타도시에 비해 밝은, 그야말로 光都가 될 것이다. 

도시의 야간경관이 관광자원으로서 경제수익창출과 같은 표면적인 맥락에서 벗어나 이제는 주민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사회적 자원으로 자리 잡아 가는데도 여전히 밝기위주, 보여주기 식의 빛요소가 생기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집 앞, 회사 근처, 길가다 눈에 들어오는 수준 낮은 조명들에 더 이상 침묵하기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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