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김동진, 문진우, 정남준의 다른 시선 ‘부산 사(思)견록’
[전시리뷰] 김동진, 문진우, 정남준의 다른 시선 ‘부산 사(思)견록’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8.07.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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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까지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려

이 무슨 날벼락인가? 전시리뷰를 작성하려 컴퓨터를 열어보니, 노희찬 의원 자살 소식이 떴다. 눈을 의심했으나,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현실이었다.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있더냐?

지난 일요일은 여야 원내대표 다섯 명을 싸잡아 욕하기도 했다. 미국을 방문한 원내대표들이 워싱턴DC 의사당 앞에서 연예인들처럼 뜀박질하는 사진을 보았기 때문이다. 연출시킨 사진기자 탓으로, 여기며 잘 다녀오기만 바랬는데, 어찌 이런 일이 생겼더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온 종일 밖에 나가 공원을 싸돌아다녔으나, 도저히 슬픔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어찌 좋은 사람은 먼저 데려가고, 나쁜 놈들이 잘살게 할 수 있는가? 세상을 원망하며 분노했으나, 아무 소용없었다.

난 노무현 전대통령이나 노회찬씨를 정치인으로 보지 않고 지도자로 본다. 정치하는 장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기에, 인간적으로 가슴이 따뜻한 그들은 그러질 못한다.

이제 그 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 기회에 정치자금법의 대수술과 함께 생각의 전환을 이루어 내야 한다. 슬픔은 뒤로하고 우리 모두 냉정을 찾자.

▲ <부산사견록> 전시장에서 왼쪽부터 정남준, 문진우, 김동준 (사진=조문호)

‘부산 사(思)견록’전이 지난 20일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부산의 중견 사진가 김동준, 문진우, 정남준씨 등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생각의 시선으로 바라 본 부산이다.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범5동 매축지의 골목풍경을 찍은 문진우의 ‘매축지’는 마치 죽음의 그림자처럼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정남준의 ‘영도 수리조선소’는 조선소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노동의 의미을 일깨운다. 삶의 본질을 비틀지 않고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김동진의 ‘해운대’는 소외, 외면, 박탈, 욕망, 갈등 등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자기만의 목소리로 기록했다. 각기 다른 삼색의 ‘부산사견록“은‘갤러리 브레송’ 3-3시리즈 두 번째 기획전이다.

▲ 사진-정남준

‘부산사견록’이란 제목 차체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추진한 '부산참견錄을 떠올리게 한다. '부산참견錄'은 매년 중견사진가 한 명을 선정해 부산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개인적 친분에 의한 작가선정으로 결과가 들죽 날 죽 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서 태어나고 자란 부산의 사진가가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는 사실은 지역작가들의 소외감을 살 수도 있지만, 자칫 뿌리 없는 사진이 될 수도 있다.

▲ 사진-김동진

때로는 외지인의 낯선 시선이 필요할지 모르나 바닥에 뿌리내린 자의 익숙한 눈빛에 따르지 못한다. 문진우의 ,매축지의 소시민들과 해변에서 잡아 낸 김동진의 부조리한 장면, 정남준이 찍은 조선소 노동자의 정면 사진은 또 다른 부산의 모습이다. 각기 사진들이 갖는 의미나 우열은 풀이하는 바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일단은 ‘부산참견록’을 의식한 전시라는 느낌도 든다.

전시 기획자는 사견록의 ‘사’자가 생각 사(思)자라 했다. 생각하고 보고 기록한다는 의미로 세 사람의 작품 성격을 한 마디로 나타내고 있다.

▲ 사진-문진우

“문진우의 사진은 부산의 아주 오래된 마을, 아직도 그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매축지라는 장소를 기록한 것이다. 문진우가 기록한 그 장소성은 사람이 이 땅에서 추방되어야 하는 슬픔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그림자 안에 있거나 온전치 않은 형태로 나타난다. 사진가의 슬픔이 배어 있으니 슬픔으로 읽어내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그 읽기는 과학적 읽기가 아닌 문학적 읽기다. 정남준은 노동자의 삶을 담았다. 인간은 일 하는 기계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임을 말하는 전형적인 사회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노동이 정당하게 인정되지 않은 이 세상에서 사는 노동자의 모습을 어둡게 그리지 않은 것은 역설적이거나 그들이 세계의 주체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김동진의 사진은 역사 인식이 강한 사진이다. 세상은 일반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게 아니고 개별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보편이란 과학성을 숭모하다 보니 사람이 소외되고 세계가 비정상이 되어 감을 말하고자 한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세계를 그렇게 보지만 나는 세계를 이렇게 본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그의 사진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진의 문법으로부터 벗어나 있음은 바로 그런 그의 역사 인식 때문이다.”고 사진비평가 아광수교수가 서문에 적고 있다.

이 전시는 28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