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비평의 窓]부산오페라하우스가 '물 먹는 하마'?
[탁계석의 비평의 窓]부산오페라하우스가 '물 먹는 하마'?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 승인 2018.07.2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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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라 스칼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은 '수퍼 하마' 인가??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어느 국회의원 후보가 ‘동백아가씨’를 부르려 하자 누군가가 말렸다. 표 찍는 주인인 시민들이 다 좋아하겠지만, 좀 차별화된 수준을 보이십시오. 어렵사리 가곡 하나를 불렀다고...

부산오페라하우스가 10년 논란 끝에 시작한 공사가 첫 삽을 뜨자마자 ‘중지’ 명령을 받았다. 전임 시장 때 한 공사들이 무효화되는 것은 다반사다. 언론에 나온 기사를 보면 오페라하우스를 보는 시각이 참 불편하다. 눈에 띄는 것이 오페라하우스가 ‘물 먹는 하마’다. ‘자기들끼리 노는 놀이터다’. ‘롯데가 준다는 돈으로 야구장을 짓겠다, ’뮤지컬 극장, 신문화회관 등과 중복 기능이다‘ 얼마나의 시민이 본다고... 등등... 시민 여론에게 붙이겠다고 한다.

이럴 때 ‘시민’은 누구일까? 적지않은 세금이 들어갈 것이 뻔한 오페라에 수익 논리를 앞세우면, 오페라 관람 경험이 없는 시민들이 송해의 ‘전국노래자랑’ 처럼 환호하지 않을 것은 뻔하다. 표결에 붙여 보자~! 거 봐라~. 이건 안하겠다는 것의 포장술이란 것을 우리는 다 안다. 포퓰리즘을 정책의 아젠다로 생각해서 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문화는 저급한 가속력에 질주한다.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다했지만 예술계는 그 추락에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그저 수장될 뿐이다. 시민들이 반대하지 않느냐. 반대하는 것을 할 필요가 있느냐, 아니, 한방 먹이기도 전에, 시장님 눈치에서 이미 답은 끝나있는 것 아닌가.

오페라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

그런데 다른 입장도 있다. 소위 선진국이란 곳이다. 'Go East, Young Diva(동쪽으로 가라. 젊은 프리마돈나여)' 뉴욕타임스가 지난 2010년 12월2일 글로벌판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오피니언 코너에 2011년 글로벌 어젠다로 실은 기사의 제목이다.동쪽은 다름아닌 코리아다.

몇 해 전엔 이태리 라스칼라에 경영난이 덮쳐 어려움을 겪자 이곳의 한 기업이 우리 돈 270억원을 쾌척한 일도 있다. 메트로폴리탄극장에서는 바그너 탄생을 기념해 이를 선점하려고 할 때 예산이 부족하자 도밍고가 시(市)에 지불보증을 요청했고 시민들이 자존심이 상한다며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어 성공시킨 사례도 있다.

시민 토론 보다 전문가 토론이어야

10년 간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논란이 많았다, 참으로 어렵사리 테이프 커팅을 했다. 지금의 논란은 이같은 사정을 전혀 몰랐다는 듯 원점(原點) 재검토다. 부산 수준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다. 거~ 자갈치 시장가서 회에다 소주나 한 잔하고 노래방 가서 놀면 되지 오페라 누가 본다고? 오페라 같은 소리하네~!! .. 부산시가 시민들로부터 듣고 싶은 시민의 소리가 아닐까? 오거돈 시장이 표 때문에 파도처럼 흔들리는 마음일까?

한 나라의 자존심을 걸고, 오페라하우스로 도시 브랜드를 만들고, 전쟁중에도 불을 꺼트리지 않고 샹드리에 환환 불빛에서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를 들었던 시민들. 죽음과 삶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예술에 영혼의 갈망을 목축인 이들은 ‘수퍼 하마’??인 오페라하우스를 왜 오늘도 운영하고 있을까. 세계 도처에서,,, 종사자만 2,000명이 넘는 오페라하우스 ,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가지 않았는가?

예술의 다양한 스펙트럼 존재할 수 있어야

물론, 부산시의 재정이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때문에 탄탄히 준비하고 전문가들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금의 시설 설계보다 더 나은 극장이 될 수 있도록 오시장께서 몇 곳의 오페라하우스라도 시민들과 관람하고 오는 것은 어떨까?

예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없는, 먹고 마시는 소비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면 무엇으로 전환할 것인가. 하루아침에 비엔나나 베를린 시민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국제시장을 통해 근대화를 이룬 우리 대한민국이 이제는 글로벌 시대에 멋과 격조로 좀 같이 소통하는 문법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야구장, 축구장, 빙상 등 모든 스포츠 경기장은 국제 표준화가 되어 있다. 오페라극장도 마찬가지다. 당장을 보지 않고 내일을 보고 난관이 있어도 돌파하는 리더를 우리는 존중하고 사랑한다. 설혹 시민의 눈이 미치지 않아도 지도자는 그 눈을 열어주어야 한다.

현실 적응이 아니라 높은 목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시골 촌놈이란 게 이제는 생활 시설에서 못느끼는 세상이다. 편의점, 백화점 이런 것 도시와 차이가 없다. 단 하나, 오페라 한편 못보고 자란 청년이 문화 소외를 느끼는 것이 무섭다, 지금의 판사, 시의회 의원, 땅콩 페밀리와 찬양 꽃다발 받으며 기뻐하는 항공사 회장, 국회의원들을 예술인들이 무서워 하는 이유다.

"저는 예술에는 문외한입니다"라고 스스로 진술하는 그 독백이 오늘날 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무서운가~! 그럴 수 있지만 자랑은 아닌 것이다.

이해가 부족해 오페라하우스가 침몰한다면 너무 슬프다.

‘안경’은 바꿀 수 있지만 ‘안목’은 쉽게 못 바꾼다. 경험과 체험이 없이 문화를 논하는 것은 그래서 비극이다. 한 도시를 책임진 시장의 생각이 표를 쫒을 것인가. 한 때의 오해를 넘어 미래를 위한 멋진 초석을 놓을 것인가? 그래서 리더가 중요하다. 한강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를 묻어버린 제2의 전철을 부산시가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