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축제공감]88 서울올림픽의 감동을 전시로 되살리다
[이창근의 축제공감]88 서울올림픽의 감동을 전시로 되살리다
  • 이창근 문화기획자ㆍ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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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문화기획자ㆍ문화칼럼니스트, 예술경영학박사(Ph.D.)

“쎄울 피프티 투, 나고야 투엔티 세븐, 쎄울 꼬레아!” 사마란치 I.O.C. 위원장의 낭랑한 음성이 울리자 방청석에서는 요란한 박수갈채와 함성이 터졌다. ‘바덴바덴의 함성’으로 역사에 남은 한 장면이다.

1981년 9월 30일, 분단국이었던 당시 서독의 바덴바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는 제24회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기 위한 득표 경쟁으로 열기가 가득 찼다. 그런 가운데 국제 체육계의 분위기는 서울보다 나고야를 우세한 쪽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52대 27로 일본의 나고야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우리 대한민국의 서울이 198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이는 우리 서울의 도시발전과 경제 성장을 견인한 대형사건이었다.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서울도시계획은 ‘올림픽 대비’라는 특수한 목표를 설정하고 대규모 개발을 통한 체육시설과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는데 총력을 다했다.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라는 88 서울올림픽의 표어처럼 이는 서울이 마주한 시대적 도전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올해 우리는 또 한 번의 올림픽을 치렀다. 감동을 넘어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한 평창동계올림픽을 말이다. 특히 북한이 참가함으로써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게 돼 그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해빙되는 실마리가 마련된 민족화합의 계기이기도 했다.

▲ 88 서울 올림픽의 감동을 전시로 되살리다.

이러한 가운데, 동서 냉전 종식을 이끌었던 서울올림픽을 추억하고 그 의미를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가 7월 28일부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반가운 마음에 필자는 개막 첫날부터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앞마당에서부터 사마란치 IOC 위원장 내한 당시 공식 의전 차량인 콤비버스가 야외에 전시돼 시선을 끌었다. 「88 올림픽과 서울」 특별전은 1부 <1988, 올림픽과 서울>, 2부 <88 올림픽과 서울의 공간 변화>, 3부 <올림픽과 80년대 서울 문화> 3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전시실에서는 코리아나가 부른 공식주제가 ‘손에 손잡고’가 울려 퍼지며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여 화합되는 모습이 담긴 개회식 영상도 상영되었다. 그때의 감동과 환희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필자 또한 서울올림픽 개최 당시 집에서 TV 중계로나마 응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별전 서울올림픽 공식의전차량 전시. (사진=페스티벌컬러링랩)

그렇다. 당시 서울올림픽은 동서진영의 화해와 냉전 구도 해체에 크게 기여했다. ‘세계를 하나로, 인류를 평화로’라는 모토 아래 이전까지 역대 최대였던 160개 나라가 올림픽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이후 30년 만에 다시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평가받으며 성공적으로 치른 후에 열린 전시라서 더욱 그 의미가 깊게 전해졌다.

올림픽의 유래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대 그리스의 성소였던 올림피아에서 열렸던 체육대회다. 원래 올림픽은 그리스에서 열리던 제우스 신에게 바치는 제전경기의 하나였다. 처음에는 종교성이 강한 대회였으나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종목이 추가되었고, 제전을 위해 올림피아에 몰려드는 예술인들이 집대성을 이루었다. 따라서 고대의 올림픽은 종교, 예술, 군사훈련을 집대성한 헬레니즘 문화의 결정체였다.

▲특별전 전시장 입구(사진= 페스티벌컬러링랩)

이처럼 우리도 지난 서울올림픽에서는 서울문화예술축전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평창문화올림픽이라는 올림픽 속의 문화예술축제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결국 올림픽은 국가와 국가 간의 체육경기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향유하고 교류하는 전 세계인의 문화축제인 것이다.

이번에 열린 서울역사박물관의 특별전은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마치 큰 잔치가 끝났을 때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 듯 30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치렀던 88 서울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전하는 장을 마련하였다. 전시기획은 유물과 예술작품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렇게 역사를 생생하게 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시기획은 역사의 전달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