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청계천 베를린장벽 훼손, 예술인가 범죄인가?
[다시 보는 문화재] 청계천 베를린장벽 훼손, 예술인가 범죄인가?
  • 박희진 객원기자
  • 승인 2018.08.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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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2005년 통일의 염원을 담아 독일 베를린시가 서울 청계천에 기증한 베를린장벽이 지난 6월 11일 한 그라피티 예술가에 의해 크게 훼손됐다. 복원이 불가하다는 판정까지 받게 된 이번 문화재 훼손 사건은 히드아이즈(HIDEYES)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그라피티 아티스트 정태용(28)씨의 예술 활동 표현의 자유라는 점에 대해 ‘예술’이란 명목아래 문화재를 훼손해도 되느냐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정씨는 한밤중 청계천 베를린장벽에 유성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메시지를 담은 예술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화재를 훼손한 범죄 사실은 인정하지만 자신의 예술을 통해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자 했다고 하여 네티즌들의 비난 뭇매를 받았다.

청계천 베를린장벽은 서울시가 청계천에 부지를 마련하고 베를린시가 베를린공원의 장벽 문화재를 조성했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독일 베를린의 장벽으로 서독 쪽 벽면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해 이산가족 상봉과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의 글과 그림 등이 새겨져 있고, 동독 쪽은 사람들의 접근이 불가했기에 깨끗한 콘크리트만이 남아있다. 장벽이 있던 공원 가로등과 벤치, 바닥 포장까지 부산항을 통해 배편으로 어렵게 도착했다.

높이 3.5m, 폭 1.2m, 두께 0.4m의 총 3폭의 장벽은 1961년 동독에 설치했다가 독일이 통일되면서 1989년 철거해 베를린시 마르찬 휴양 공원 안에 전시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조성할 당시 독일 측에서 기술고문이 직접 서울을 방문해 공사감독을 시행하면서까지 양국이 세심하게 준비해 상징적으로 청계천에 복원한 베를린장벽이었다. 베를린 공원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가져다 조성하여 장벽의 가치와 의미를 담아 복원한 것이었다.

SNS를 통해 많은 시민들은 정씨의 그라피티 행위가 예술이 아닌 엄연한 문화재 훼손 범죄라고 처벌받아야한다는 청와대 청원이 등장하는 등 비난의 여론이 높았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형법상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정태용 씨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하고 베를린 장벽의 복원이 가능한지 검토하였으나 불가한 것으로 보도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어렵게 마련된 문화유산이 훼손된 데에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베를린장벽은 형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는데- 베를린장벽이 서울시 소유인 점을 감안해 형법 143조에 따라 그라피티로 인한 공용물파괴죄에 해당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문화재 훼손의 처벌 기준이 모호하고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따른다.

베를린장벽을 훼손시켜놓은 장 씨의 그라피티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나 필자는 예술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아티스트로서 장 씨의 이기적인 예술 행위에 대해서 국민들이 비호하는 상황에선 어느 누구도 그의 행위를 예술로 보지는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그라피티(graffiti art) 자체를 길거리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할 수 있지만 장 씨의 행위를 예술로 보느냐 문화재를 훼손한 낙서로 보느냐는 공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로부터 비호 받지 못한 장 씨의 예술행위는 우리에게 익숙한 관광지의 낙서와 별 다를 것이 없다. 길거리 예술이라 불리는 그라피티에 대한 예술적 모호함과 사회적 통념의 착오가 아닌 예술이라는 명목 아래 공감 받지 못하는 이기적인 예술의 개념 없는 행위였다고 지적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에 낙서하는 행위는 매우 엄격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2000만 원이 넘는 벌금과 집행유해 4년형을 선고한 바 있고, 일본은 400만 원이 넘는 벌금에 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는 10만 원의 벌금형이 고작이다.

이번 청계천 베를린장벽은 공용물파괴죄가 적용될 것이다. 국민들의 뜨거운 감자였던 이번 이슈는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한 베를린장벽의 훼손에 변화된 우리 국민들의 의식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당장 국보나 보물급 유물은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화유산이기에 국민들은 목소리를 높여 예술가의 공감할 수 없는 예술행위에 대해 분계하는 것이다. 변화된 국민의식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