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소통’과 ‘협력’의 서울문화재단이 되어주길
[김승국의 국악담론]‘소통’과 ‘협력’의 서울문화재단이 되어주길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8.08.11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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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의 문화예술 창작 및 보급과 예술교육, 그리고 시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 서울시가 설립한 공익 재단이다.

서울문화재단 직원들은 문화기획 분야에는 역량이 검증된 우수인력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서울문화재단 직원들이 몇 있는데 모두 역량이 뛰어나고 인성 또한 훌륭한 분들이다. 나는 또한 평소 서울문화재단이 펼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옥에 티’ 같은 일이 있었다. 서울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위임을 받고 진행하고 있는 「2018년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이라는 공모사업이 있는데 우리 노원문화예술회관도 예년처럼 두 개 단체를 자체 선정하여 응모하였다.

자체 선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회관이 임의로 예술단체를 선정하지 않고 자체 공모를 통하여 2개의 단체를 선정하였다. 전문성과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문가 심사위원님들을 다수 초빙하여 국악 1개 단체와 연극 1개 단체를 선정하여 서울문화재단 공모에 응모하였는데 모두 탈락하였다. 당연히 선정될 줄 알았던 우리 노원문화예술회관으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사업은 서울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임을 받아 서울 25개 기초 자치구에 소재한 문예회관의 공연장과 공연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본 사업이 시작된 이래 우리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선정에서 한 번도 탈락해본 적이 없었고, 본 사업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탈락 결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올해 서울문화재단에서 상주단체로 선정한 공연단체는 총 25개 단체로서 25개 자치구 중 13개구에만 집중 선정되었다. 그리고 1개 공연장에 무려 3개 단체가 선정된 곳이 있는가하면, 9개 공연장에는 각각 2개 단체나 선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55만의 노원 구민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 노원문화예술회관은 하나도 선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실무자가 유선 상으로 서울문화재단 담당직원에게 이의제기를 하였으나 담당직원의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 그래서 대표 이하 재단 간부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공문으로 두 차례나 이의 제기를 해보았지만 돌아온 답은 ‘역시나’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세부지침 및 사업계획에 명시된 데로 공정하게 심의하였다는 원론적인 공문 답변만 받았을 뿐이다. 두 차례의 공식적인 이의 제기에도 서울문화재단 실무 부서의 간부들로부터의 진정성 어린 일체의 해명 전화도 받지 못했다. 물론 서울문화재단은 답변대로 규정대로 심의하였을 것이다.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은 공연장과 공연단체간의 협력을 지원함으로써 공연단체의 안정적인 창작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공연장 가동을 활성화하여 서울시민의 문화예술 향유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렇다면 선정에 있어서 공연단체의 수월성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공연장의 그간의 성과나 극장 가동률, 수많은 지역민의 문화예술 향유 면을 고려하여 지역안배를 하여 선정했어야 했다. 단 하나의 상주단체도 인구 55만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원문화예술회관에 배정하지 않은 서울문화재단의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규정대로 한 서울문화재단은 법상 잘못은 없을지 몰라도 지역 안배를 고려하지 않은 선정심사 운영의 묘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서울시의 문화진흥을 주도하는 광역재단이라면 선정결과에 대한 지역 문화공간의 볼멘소리에 우선 공감하고 토닥거리는 자세를 보였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식의 심사과정을 합리화하려고만 하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재단의 답변 자세는 서울문화재단이 공언한 협력과 소통의 자세는 아니다.

문화예술 지역 지원 사업을 하는 기관이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소외받는 지역이 없도록 지역 안배에 신경 쓰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민원 제기가 있을 때는 우선 민원에 공감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민원제기 기관의 오해가 풀리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소통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를 산책하다가 이런 문구가 눈에 자꾸 밟힌다. “지역분권의 시대. 각 자치구 그리고 자치구 내의 각 지역이 문화적 삶의 주요 무대가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중략)서울문화재단에서는 각 지역(자치구)문화의 자생성 제고를 위해 가장 성실한 조력자가 되고자 합니다.”

나는 서울문화재단이 천명한 상기(上記)의 문구를 믿고 싶다. 그 문구를 썼을 때는 충심어린 것이었으나 혹시 서울문화재단이 변해가는 것이 아닌지 항시 경계해주길 바란다. 지역의 이야기에 귀 기우려주시는 소통과 협력의 서울문화재단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