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귀향2- 권혁재 시인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귀향2- 권혁재 시인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8.08.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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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귀향2
                                                        권혁재(1965~)

불법체류자 검문에 걸려
바탐으로 송환되는 날
공항터미널에서 밤이 되길 기다려
어둠으로 위장하여 시골집에
숨어든 깁시
누구네 딸네미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헤어살롱을 차렸다니
또는 국수집을 냈다는 소문이
건너 마을에서 개짓는 소리로
차츰 번져와 떠돌았다
돈을 잃고 몸도 빼앗긴 깁시의 아픔같이
배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
브로커들이 정산하지 못한
깁시의 빚을 정산하러 왔다가
산달만 확인하고 돌아갔다
소문처럼 낳은 코리안 베이비에
빚만 진 깁시의 코리안 드림
 <귀향2>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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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시인이 200만 이주노동자에게 바치는 시집을 냈다. 타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중국 조선족, 러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그중에 이 시가 눈에 들어온다. 바탐은 인도네시아 소도시. 한국에 와서 돈을 벌겠다고 브로커를 통해 불법 이주노동을 했나보다. 돈을 벌어 돌아가 헤어살롱이나 국수집을 차리고 싶었나보다. 그러기도 전에 불법체류 검문에 걸리고, 뜻하지 않게 한국 남자 아이까지 생겼나보다. 빚만 남긴 코리안 드림. 내가 가봤던 인도네시아. 키 큰 야자수와 스콜, 깜보자꽃이 아름다운 나라. 그냥 아프고 미안하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