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도시조명 이야기] 도시경관의 주인
[백지혜의 도시조명 이야기] 도시경관의 주인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8.08.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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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얼마전 외국에서 온 지인을 데리고 서울로에 다녀왔다. 뉴욕에서 조명디자이너를 하는 그가 그곳에 대해 묻고,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먼저 꺼내 당황스러웠다. 누구보다 서울의 야간경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할 내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터라 속으로 뜨끔한 생각도 들었다. 

내가 서울의 야경을 즐기는 장소는 주로 한강변이다. 강줄기를 따라 길게 이어진 가로등과 아파트들의 불빛 그리고 세빛둥둥섬, 제2롯데타워등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명 일을 하면서도 조명을 가까이서 마주하는 것은 불편하다. 그래서 모두 ‘간접조명’을 선호하는 지도 모르겠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사진으로만 본다. 사진의 동대문 플라자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앵글이 지상부에는 없기도 하거니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 오고야마는 길 건너편의 상업건물의 조명이 영 마뜩찮다. 언뜻 보여 지는 한양도성 일부와 동대문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나 스스로 논리가 아직 서지 않았다.

서울로를 자주 찾지 않았던 이유는 도심의 번잡함과 삭막함이 공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의 쌓임과 사람의 노력으로 이젠 제법 공원의 모습을 갖추고 서울 시민뿐 아니라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에게도 당당히 서울을 상징하는 명소로 거듭났음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날이 더워서인지 도심공원이라 그런지 여전히 서울로는 저녁이 되면서 혼잠이 더해졌다. 바닥에 파랗게 조명이 들어올 무렵 하늘은 불그스름하게 노을이 지고 지는 해와 드러나는 달이 얼굴과 뒤통수에 동시에 보이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다. 첫날에 발견하지 못했던 빌딩 숲사이의 남대문 교회, 반대편의 약현성당도 숨겨 놓았던 보물처럼 드러났다가 밤이 되면서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서울의 야경이 아름다운 것은 야근하는 직장인들 때문이라는 말이 사실인양 주변 고층건물 사무실의 불빛이 서울로에서 바라보는 서울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천천히 걸으며 잡힐 듯이 눈에 들어오는 서울역사는 근대건축물의 모습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수 있어서 좋고 돌아서면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기차길의 전경이 발아래 놓여있다. 

서울로를 관통하는 통일로, 한강대로는 서울의 크기를 가늠해보라는 듯 남북으로 곧게 뻗어 그 끝이 보이질 않고 세종대로의 끝에는 남대문이 서울의 랜드마크로 버티고 있다. 

옛것의 모습을 비추는 주황색 조명과 가로등의 흰빛, 기찻길의 어둠 그리고 미처 정비되지 못한 주변의 모습들이 어우러진 전경이 서울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아쉬운 건 전광판과 발광광고물들이었다.

7017 서울로 초기에 보지 못했던 전광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었고 주인을 기다리는 빈 광고판도 여럿 눈에 띄어 걱정이 앞선다. 사업 초기 서울로에 올라 서울스퀘어의 미디어파사드와 주변 전광판을 보며 나중에 뉴욕의 타임스퀘어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 빠졌던 것이 생각이 나 씁쓸했다.

서울로는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물리적으로도 서울을 조망하기에 흥미로운 곳이다. 지상으로부터 17m 올라와 도시의 전경을 360도 돌아가며 돌아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서울의 독특한 가치 - 과거와 현대의 공존, 테크놀로지, 정중동 등 -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앞서 말한 뉴욕의 타임스퀘어는 뉴욕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가보는 곳이다. 찾기 쉽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모인다. 그 곳이 명소가 된 데에는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라는 조직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화행사, 예술 행위에 대한 관리 및 운영의 주체로 비영리, 자발적인 시민 단체이다. 

서울로의 탄생은 시에서 주도하였을지라도 꼭 한번 가보아야 할 명소가 되는 것, 야경을 통해 서울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경관을 만들어 가는 것, 이러한 일들은 시민 ,우리에 의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의 소중한 재산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 제도나 법, 행정적인 관리뿐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 의견과 관심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 무성해진 나무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이 서울로를 채워가고 있다. 지금은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부 사람들의 노고에 의한 것이지만 하루 빨리 민간주체 운영, 관리 시스템의 도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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