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향이 나는 그 곳 ‘관아랑’에 가고 싶다.
황토 향이 나는 그 곳 ‘관아랑’에 가고 싶다.
  • 홍경찬 기자
  • 승인 2009.09.17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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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숙 도조가, 황토가 좋아 ‘관아랑’서 도조작품 제작에 몰두하는 예술인

내게 있어 흙은 안에서 /꾸역꾸역 치밀어 오르는 / 슬픔과 그리움이다.

속에서 메어지는/사랑의 살집이다./이 내적 필연성을 토해 보고자 한적이 없다.

그저

꾹꾹 이어질 뿐이다.

만나 본적도 없는/ 별을 바라며 /밤을 새운다.

언제나 낯설다.

흙에 점점 주눅들어 가는/나의 언어/그러나 자연은 한번도/나를 꾸짖지 않는다.

내 안의 것이/ 다 이어져 나오는 날

나는 흙이 되리라.
                                                               오 정 숙 도조가

  오정숙 도조가가 관아랑(觀我廊)서 작품활동에 전념하면서 지었던 시이며, 도조(도자기 조각) 작업을 하면서 작업 노트에 빼곡히 적은 부분중에 하나를 이번 만남에서 발췌했다.

 시에서 볼 수 있듯이 흙은 그녀의 일부분이었고 흙이 되고자 흙을 통해 예술 세계를 표현 하고자 긴 시간을 흙에 쏟아 붓고 있다.

▲ 관아랑은 단순히' 나를 바라본다'뜻보다는 작품 연구에 몰두 하는 작업실이자 자연에서 받는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곳이다. 오점량(부산대 사범학장)교수를 역임한 아버지가 직접 쓴 휘호이다.
 황토에서는 늘 어머니의 진한 향수를 맡을 수 있었고 어떤 형상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부드러운 황토의 매력 때문에 무턱대고 이것 저것을 만들고 갖다 붙인 시간들이 소중함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도자란 황토와 유약과 불의 끊임없는 기나 긴 싸움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았고, 황토야 말로 사람의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외형적인 작품보다는 내면이 흐르는 소리, 마음의 울림까지도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산,바다,하늘,넓직한 앞 마당을 벗삼아 사는 관아랑에 대해 오정숙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관아랑요? 제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작품을 구상하고 넓은 야외 마당서 전시회도 열고 작업실 안에 있는 가마에서 직접 손으로 쌓아 올린 작품도 구워냅니다.” 라고 밝혔다.
 
 오정숙 도조가는 2001년, 작품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3번째의 개인전을 계획하며 경남 고성 신월리에 안착했다.

▲ 오정숙 도조가는 향토가 좋아 풍광이 수려한 경남 고성 관아랑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손으로 산을 가리킨후 “여기 관아랑 주변을 둘러보세요. 다 흙이자나요, 황토에요 황토, 여기에 제가 살고 있는 이유입니다” 라며 바늘과 실이 따라 다니는 마냥 그녀와 황토는 궁합이 맞는 것이다. 관아랑 주변 지천에 널린 황토에 눈이 한번 더 쏠렸다.  

 관아랑에 대한 사랑은 날이 갈수록 더해진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날 돌아보며 늘 더 나은 꿈을 그립니다. 바로 여기서죠. 생성과 소멸은 자연이 주는 무한한 원동력입니다. 자연에 혜택을 받는 영감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무한정 나눔에 늘 감사하다며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녀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관아랑은 ‘나를 보는 곳’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선다고 더 큰 뜻은 “사람답게 살고 자연인임을 자각하며, 자유,사랑, 찾아 오는 모든 이들에게 담과 대문도 없이 활짝 열려져 있습니다. 2층 다실이 있는 하얀 작업실은 아예 문이 없습니다. 내 작품이 좋아서 모르는 누가 와서 가져가도 내 작품에 대한 감사함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웃음)사랑방처럼 누구나 드나들면서 찾아와 주기를 바란다. 인터뷰를 한날도 변함없이 작업실엔 도조를 배우는 이들이 작품제작에 여념이 없었다.

 단연코 그녀는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매력은 마을이 황토로 둘러쌓여 있다는 것, 옹기골(옹기를 굽는 가마가 있는 마을)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전했다.

 관아랑이 내려앉은 곳은 포구를 낀 고성 신월리 곡룡마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용이 엎드린 형상을 한 마을이다. 고성은 가야시대 소가야의 중심부이다. 쇠가 많이 나서 쇠가야고 철성이고 굳을 고(固)자를 써 고성이다.

▲ 관아랑은 산과 바다로 둘러 쌓여 있으며 향토 향이 감싸고 있다.
 관아랑 방문시 물때가 맞으면 섬과 육지가 연결되는 바닷길을 직접 볼 수 있는 행운을 안을수 있다. 이날 방문을 환영하듯 관아랑서 바라본 고성만의 섬과 육지가 연결됨을 눈으로 확인했다.
 
 한국 교육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오점량 부산대 명예교수가 아버지다. “관아랑 현판은 아버지가 직접 써주신 겁니다. 부산 사범대 학장까지 역임하신 학자입니다. 서예에도 조예가 상당하셨으나, 아쉽게도 전해지는 작품이 많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귀합니다” 말끝을 흐리며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표현했다.

▲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며 관아랑 곳곳에 전시, 찾아오는 이들에게 야외 전시회장을 제공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정숙씨는 자연의 ‘생성과 소멸’이 작품의 주된 주제이다. 관아랑에 자리잡고 있는 200여 점의 작품들은 흙과 물,불이 만나 생명의 창조성을 나타나며 흙이라는 생명의 모체를 통해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돌,바람의 소리 등을 감각적으로 잘 살려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도조 물레를 돌리지 않습니다. 한단 한단 직접 손으로 쌓아서 올립니다. 이 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무의 경지라고 할까요?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작품에서만 전념합니다”(웃음)말했다.

 아주 편안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갔다. “관아랑은 모든 근심이 없어지고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관아랑에 대학 애착도 잊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서양화로 전공을 택했던 그녀는  “서양화는 평면이지만 도조는 공간을 보여주는 매력을 발산해서 좋아요”라며 지금은 도조에 흠뻑 심취해 있다.
 

▲ 관아랑에서 고성만이 내려다 보인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섬과 육지가 만나는 바닷길이 하루에 한 번 열린다.  야외 전시된 작품(잔디밭 너머)과 실내에 전시된 작품이 보인다.
 도조 작업할 때 "기본에 충실함을 우선으로 한다"며 덧붙이길 “작품에 몰두 할때면 흙의 질감을 그대로 살릴려고 합니다. 흙 본질을 그대로 살리는 순수함, 자연스러움이 좋아요. 인공적요소는 물론 제외시킵니다” 평화를 찾고 사색도 하고, 구도자의 삶을 따라가는 순수함으로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곳 관아랑 주변엔 60년대 불을 지펴 장독간 옹기를 구워내던 옹기 가마 2곳(옹기골이라 불림)이 있었다. 지금은 가마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기에 가마 복원이 그녀의 진실된 바람이다.

  사실 여자의 몸으로 도자를 한다는 건 매우 힘이 들고 지칠때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아랑의 오정숙 도조가는 “난 내 안의 모든 것이 다 이어져 나올 때 까지. 흙이 되어 돌아 갈 때 까지, 흙속에 내 모든 것을 소진하리라”며 수없이 다짐하고 있다. 자연에 감사하며 흙이 좋아 흙에 사는 그녀는 인터뷰가 끝나고 작업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였다.

관아랑을 들여다 보며

봄,    숲속의 옹기골은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떠나버리고

여름,   우리의 향토는 새로운 것에 화가나서 떠나버리고

    가을,   바람과 물은 방앗간 주인의 욕심이 싫어 떠나버리고

                    겨울,   황토와 옹기골은 외로움에 지쳐 죽음을 자초하며 떠나버렸다.

                                내일,   황토 흙과 옹기골은 나의 생명이니 내가 보존하고 지켜 나갈 것이다.

(관아랑을 보며 지나가는 나그네가 남긴 글, 2009년 8월 21일)
                                                      

 

오정숙은 누구?       

  ♦ 신라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 경성대학교 현대미술연구소 수료

  ♦  Indian South bend museum Art School 수학

  ♦ Indiana University South bend 초대 개인전

  ♦ Midwest Museum of American 공모전 입상

  ♦ 개인전 4회

  ♦ 찾아가는 미술관 통영작가전(08)

  ♦ 연명예술촌 기획전 및 정기전(07~08)

  ♦ 현 한국미협, 연명예술촌 회원

  ♦ 2009 통영아트페어 참가
 
  경남 고성읍 신월리 442 관아랑 전화:055)673-9795
                                              

-관아랑 스케치 사진-

▲ 오정숙 도조가는 흙이 좋아 풍광이 수려한 경남 고성 관아랑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 관아랑 주변은 황토로 둘러쌓여 있으며 오정숙 대표는 작품제작에 임하면 무의 경지를 이를정도로 잡념이 사라진다고 한다
▲ 관아랑 2층 작업실에 있는 다실에서 도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전통차를 마실수 있게 배려했다

 

서울 문화투데이 경남본부장 김충남 인터뷰

            사진/정리 홍경찬 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