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무용가들 '난민'을 바라보다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세계의 무용가들 '난민'을 바라보다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8.2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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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과 실험성, 믿고 보는 세계 무용단들의 명품 무대가 10월을 채운다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18, 이하 '시댄스')가 오는 10월 1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KOCCA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에는 한국, 일본, 중국, 시리아, 핀란드,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 영국, 스페인, 독일, 룩셈부르크 등 26개국 60개 단체의 53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시댄스는 전 지구의 정치 사회적 이슈인 '난민'에 대한 국내외 안무가들의 다양한 접근방식을 펼쳐보이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스스로 난민, 이주민으로서 목격하고 경험했던 기억과 아픔을 춤으로 풀어낸 작품부터 국내 난민의 실상을 다룬 작품까지 다양한 무대가 진행된다.

▲ 피에트로 마룰로 <난파선-멸종생물 목록> ⓒYana Lozena

개막무대는 2018년 유럽댄스플랫폼 에어로웨이브즈 '올해의 안무가'로 선정되면서 유럽 무용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젊은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의 <난파선-멸종생물 목록>(10.1~2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이다. 이리저리 스멀거리며 무대 위 무용수는 물론 객석까지 위협하는 커다란 검은 형체가 등장하는데 무용수들을 집어 삼키고 다시 뱉어내는 모습은 바다 밑 괴물 레비아탄을 연상시킨다.

이 검은 형체는 유럽의 난민과 이주 문제를 상징하기도 하고, 혹은 블랙홀 같은 거대자본주의, 정체성의 포기,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의 형상화로 보이기도 한다. 작품은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정의를 달리하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건너온 안무가 미트칼 알즈가이르가 자신의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한 <추방>(10.2 에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실제 국내에 체류하는 난민들이 참여한 윤성은/더 무부의 <부유하는 이들의 시>(10.5 KOCCA 콘텐츠문화광장), 한불합작으로 독일로 망명한 두 작곡가 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를 통해 경계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최은희&헤수스 이달고의 <망명>(10.7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1998년 콩고 브리자빌 학살사건에서 살아남은 플로랑 마우쿠가 그리는 미래를 보여주는 <나의 배낭>(10.16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등 '난민'을 화두로 한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

▲ 미트칼 알즈가이르 <추방> ⓒTanz im August, Dajana Lothert

최고 수준의 명성과 규모를 자랑하는 '믿고 보는' 무용단들의 명품 섹션 '댄스 프리미엄'도 주목된다. 이미 네 번의 한국 방문으로 국내 관객에도 잘 알려진 천재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아코디언의 지미 헨드릭스'로 불리는 킴모 포흐요넨이 호흡을 맞춘 <숨>(10.9~10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2016년 시댄스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의 <바쿠스-제거의 전주곡>(10.15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전위무용가이자 보컬리스트, 명상가로 20세기 무용계를 풍미한 홍신자가 데뷔 45주년을 맞아 관객들을 찾아온 홍신자/사단법인 웃는돌의 <거울>(10.13~14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만날 수 있다.

'댄스 모자이크' 섹션은 신진 및 중견 안무가들의 독창성과 실험성, 세계 무용의 다양한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다. 플라망코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현대무용으로 승화시킨 파울라 킨타나의 <잠재적인>(10.4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나체의 결연함'과 '순수한 움직임의 절감'을 보여줄 졸탄 버쿠여&첸웨이 리의 <함께 홀로>(10.6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광란의 파티를 통해 '환각 속 망각을 위한 게임'을 보여주는 레아 티라비소의 <장난감>(10.12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TanztheatreOnes의 네 안무가(김원, 문성연, 한상률, 박준형)와 음악가 김민석이 지난 7월 룩셈부르크에서 예비 초연을 한 후 이번에 정식 초연하는 <비언두 두언비>(10.12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가 공연된다.

▲ 홍신자/사단법인 웃는돌 <거울> ⓒ이재훈 Jae Hoon Lee

또 폐막무대는 지난 2014년 '댄서'를 조망하는 기획 프로젝트로 마련된 <댄서의 순정>을 이은 <댄서의 순정, 두 번째 이야기>(10.18~19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로 꾸며진다. '춤이 곧 자신'이라고 하는 이광석, 전 안애순무용단 단원으로 뚜렷하고 강한 춤을 선보였던 박소정, '뭔가 새로운 것을 느끼고 싶어'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자리를 떠난 조정희,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안무자로 활동하고 있는 복미경이 무대에 올라 댄서로서의 자신의 길을 표현하게 된다.

이와 함께 아시아 간 합작과 협력으로 세계무대 진출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인 'HOTPOT:동아시아무용플랫폼'과 지난 5년간 40여건의 해외진출 성과를 거둔 시댄스의 대표 플랫폼 '후즈 넥스트', 만 25세 이하 무용가들을 지원하는 '시댄스 투모로우'가 선보이며 전문 무용인과 연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무 워크숍,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움직임 워크숍, 예술가와 소통하는 예술가와의 대화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난민 특집에 따른 부대 행사로 시리아 난민예술 '아카이빙 프로젝트'의 창립자 사나 야지기와 시댄스 초청 외국 예술가들의 라운드테이블 등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를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