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축제공감]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화유산 활용 콘텐트, 디지털헤리티지
[이창근의 축제공감]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화유산 활용 콘텐트, 디지털헤리티지
  • 이창근 문화칼럼니스트/문화기획자
  • 승인 2018.08.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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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문화기획자ㆍ문화칼럼니스트, 예술경영학박사

연일 이어졌던 폭염 속에서도 문화재 현장에서 여름밤 추억과 낭만을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축제가 열렸다. 지난 8월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수원화성에서 문화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야간축제 ‘문화재 야행(夜行)’이 그것이다.

그렇다. 문화재는 이제 우리 일상의 휴식처이고 공연장이며, 살아 숨 쉬는 야외박물관으로 변모했다. 문화재의 관리와 보존 중심이었던 과거 문화재 정책은 문화의 시대인 2000년대에 들어와서 다양한 콘텐트 확충을 통한 적극적인 개방과 활용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궁궐에서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 주관으로 경복궁 별빛야행, 창덕궁 달빛기행, 궁중문화축전 등이 대표적 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당시 비공개 문화재의 적극적인 개방과 문화재 관람서비스의 혁신이 시발점이었다.  3대 키워드로 ‘창의성(Creativity)’ ‘다양성(Diversity)’ ‘역동성(Vitality)’을 도출했는데, 이 개념이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도 현재까지 문화정책의 핵심개념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오늘날 우리가 문화재를 박제화 된 유적이 아닌 체험하는 문화재로 느끼게 되는 원동력이다.

‘문화재 야행’은 창의성, 다양성, 역동성의 결정체다. 2016년부터 문화재청이 지자체 지원사업으로 시작하여 3년 차인 올해는 전국 25개 지역에서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를 제목으로 지역별 문화재의 역사문화적 특성에 따른 주제를 설정하여 추진되고 있다. 필자도 늘 관심을 두고 모니터링이나 취재차 방문하곤 하는데, 지난 8월 10일 ‘수원 문화재 야행’을 찾았다.

▲수원문화재야행 중 '유여택' 미디어파사드 (사진=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수원 문화재 야행은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이 2017년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개최하기 시작하여 올해로 두 번째다. 성곽건축의 꽃이라 불리는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이 아름다운 밤빛 속에 미디어아트로 새롭게 단장하고 곳곳에 역사와 이야기를 담아 8야(夜)로 이뤄진 문화유산축제다.

여덟 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는데,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문화시설을 관람하는 ‘야경(夜景)’, 빛을 주제로 수원화성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야화(夜畵)’, 수원화성의 황금빛 야경을 한눈에 보는 문화재 투어 ‘야로(夜路)’, 수원화성을 따라 걸으며 듣는 수원의 역사문화 이야기 ‘야사(夜史)’, 수원화성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공연 ‘야설(夜設)’, 성안마을 행궁동의 음식체험 ‘야식(夜食)’, 성안 거리에서의 다양한 체험 ‘야시(夜市)’, 수원에서 야행을 즐기며 머무는 하룻밤 ‘야숙(夜宿)’으로 수원화성 활용 콘텐트의 성찬(盛饌)이 차려졌다.

‘문화유산 활용 미디어파사드’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도 했던 필자는 이 중 단연 ‘야화’의 한 프로그램인 화성행궁 미디어아트 특별전시 <행궁, 빛으로 물들다>에 시선이 끌렸다. 화성행궁의 좌익문, 유여택, 경룡관, 봉수당, 남남헌, 화령전 등 여러 전각에 프로젝션맵핑(Projection Mapping) 기법을 이용하여 여러 미디어아티스트들이 다양한 색과 이야기를 입혔다. 화성행궁의 공간을 거니는 동안 전통의 건축과 현대의 빛이 조화되어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의 화성행궁 시간여행을 제공하였다. 특히, 유여택에서는 프로젝션맵핑 상연과 상연 사이에 경기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 살풀이춤 전수교육조교 신현숙 선생의 춤사위는 한국 여인의 흰색 한복과 한삼자락이 전각을 배경으로 한 편의 수묵화를 그렸다.

▲수원문화재야행을 찾은 관람객 (사진=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문화유산이 첨단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콘텐트와 예술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디지털헤리티지(Digital Heritage)가 화두다. 2015년 4월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Industrie 4.0’을 미래 독일, 나아가 미래 세계를 만들어 갈 핵심 키워드라고 선언했다. 이어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거역할 수 없는 물결이 되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로 시작된 미디어아트는 새로운 시선의 예술작품 창작을 세계적으로 선도하였다.

‘문화재 야행’은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의 문화재 체험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예술가들에게는 예술작품 창작의 영감을 얻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문화유산은 콘텐트의 보고(寶庫)다. 고유한 문화재에 예술과 첨단기술이 결합된 문화재를 체험하는 것은 신선한 감동을 준다. 수원 문화재 야행은 9월 7일부터 8일까지 한 차례 더 열린다고 하니, 가을의 문턱에서 사색의 시간인 동시에 특별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문화재 야간산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