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 국악제’를 꿈꾸며
[김승국의 국악담론]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 국악제’를 꿈꾸며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장
  • 승인 2018.08.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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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장

지난 8월 20일 역사의 굴곡에서 통한의 세월을 보낸 남북 이산가족의 애끓는 상봉장면을 지켜보면서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들의 통한을 풀어줄 통일조국은 과연 올 것인가?

금년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과 북의 선수들이 함께 어울려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또한 평창올림픽 선수단에 합류한 북한 예술단의 강릉아트센터 특별공연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무대에서의 공연은 그 감격을 더해주었다.  우리도 그에 화답하여 ‘북한 방문 예술단’을 구성하여 3월31일부터 4월4일까지 평양을 방문하며 2차례의 감격스러운 공연을 가졌다. 이어 4월 27일 남북정상의 감격스러운 만남으로 이어졌고, 그 결실로 얼마 전 8월에는 두 차례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졌다.

올 3월 우리 측 ‘북한 방문 예술단’이 꾸려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대중가요 가수들과 연주자뿐만 아니라 대중성 있는 유명 국악인들도 당연히 예술단에 합류되리라고 기대를 한껏 하였다. 그러나 북한 방문 예술단은 대중가요 예술가 일색으로 구성되었다.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남과 북의 전통예술만큼 좋은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중가요 예술가 일색으로 방문공연단이 구성되어 아쉬움과 실망감이 컸다.

어차피 북한 방문 공연은 지나갔다. 앞으로 더 잘하면 된다. 앞으로는 대중가요를 매개로 한 남북 교류 공연도 좋지만 남과 북의 뛰어난 국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 국악제’를 펼쳐 보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이면 1958년 시작된 ‘한국민속예술축제’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렇다면 남과 북의 민속예술 전승자들이 함께 모여 ‘통일 민속예술축제’를 공동으로 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미 남북은 그런 문화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서로의 공통적 요소를 찾아 무대화하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남과 북이 분단되던 시점으로 되돌아가 보자. 일제강점기로부터 벗어난 해방공간에서 월북한 저명 국악인들이 많았다. 월북한 국악인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대부분은 민속악계에 속한 분들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면 그들 모두가 공산주의자들이었기 때문에 월북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들은 대부분 그냥 예술인들이었다. 당시 좌우의 극심한 대립이 있었고 1948년 8월 15일 남한의 정부가 수립되고 좌익음악인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지자 좌익으로 분류된 국악인들이 월북하게 되었던 것이다.

월북한 국악인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판소리 명창 김소희, 박귀희, 한승호, 장월중선의 스승인 박동실과, 가야금산조의 명인 김윤덕의 스승인 정남희와, 판소리 명창 박송희, 박초선의 스승인 조상선과, 가야금과 거문고의 명인 정남희와 김진의 스승인 안기옥과, 가야금산조의 명인 성금연의 스승인 최옥삼과, 판소리 명창 성창순의 스승인 공기남과, 판소리 명창 성우향의 스승인 임소향이 그들이다. 이들은 월북해서도 후진 양성에 힘썼다. 남과 북에는 이들의 1대 제자들도 이미 고인이 된 이들이 많다. 지금은 주로 2대. 3대 제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남한에는 8.15 해방 후와 6.25 전쟁 중에 북에서 월남한 북의 예술인들이 북의 예술을 가지고 내려와 전승기반을 구축하였다. 그리하여 평안도와 황해도의 민요를 노래하는 ‘서도소리’와 북한지방의 탈춤인 ‘은율탈춤’, ‘봉산탈춤’, ‘강령탈춤’, ‘북청사자놀음’ 등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고, 서도 선소리산타령, 평양검무, 평안도 향두계놀이, 화관무, 부채춤, 평북농요, 평안도다리굿 등이 이북5도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남과 북의 전통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한 바탕 축제를 펼칠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이자 기반이다.

이제 통일조국은 헛된 꿈이 아니라 부단히 노력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꿈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남과 북이 분단된 지가 어언 70년이 지났다. 70년이라는 세월은 강산이 일곱 번 변하는 시간이어서 남과 북의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적 DNA는 변함이 없기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노력하면 민족적 동질성은 회복할 수 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이 있다. 남북 문화당국자들은 남과 북이 함께하는 ‘통일 국악제’나 ‘통일 민속예술축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