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지진에 이은 폭염과 태풍까지… 한반도 자연재해 속, 문화재도 비상
[다시 보는 문화재] 지진에 이은 폭염과 태풍까지… 한반도 자연재해 속, 문화재도 비상
  • 박희진 객원기자
  • 승인 2018.08.3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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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

‘더위 조심하세요.’가 일상의 안부가 된 요즘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한증막 못지않게 고온 다습한 공기가 밤낮으로 사그라들지 않는 폭염은 거의 재난 수준이다.

지난 8월 17일 기상청은 역대 최악이라고 불렸던 1994년 폭염의 평균기온과 최고기온, 일조시간, 폭염일 수 등을 지금의 이상기온현상과 비교했다. 1994년 여름은 평균기온 25.5도, 최고기온 30.9도의 폭염이 27일 간 지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그 여름의 폭염에 대한 기록은 10년 동안 더워 죽겠다는 여름을 보냈어도 쉽게 깨지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그 기록마저 깼다.

올 여름 6월부터 8월 15일까지를 기준으로 기상청이 분석한 결과, 전국 평균기온은 25.5도에 달해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기온을 달성했던 1994년 최고기온은 30.7도였는데, 묘하게도 2018년과 동일한 온도를 기록해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올해 폭염이 더 최악이었던 이유는, 장마가 일찍 끝나고 비는 거의 오지도 않았으며 일조시간은 역대 최장시간인 611.3시간으로, 1994년보다 더 지독한 여름이란 것이다.  

지독한 여름의 폭염으로 힘든 건 사람 뿐만이 아니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지속되는 폭염 속에서 온습도에 민감한 문화재 또한 온전할 수만은 없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수장고 등 온·습도 관리가 되고 있는 공간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장시간 야외에 노출되어 있는 문화재의 훼손이 우려된다.

고온에 장시간 노출된 문화재는 그 변형의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보수 복원한 유물일 경우에 발굴 당시 파손되거나 균열이 있어 합성수지로 접합한 경우는 접착제의 특성상 변질 될 수 있다. 장시간 고온에 의한 훼손은 당장 변질되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문화재 재질을 약화시킬 수 있어 위험하고 단시간 커다란 온도차를 겪은 문화재는 갈라지거나 뒤틀릴 수 있어 위험하다.

야외문화재 전반이 지속적인 폭염에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인데다 특히 재질이 유기질로 이뤄진 문화재 가운데 목조문화재는 원목 자체가 갈라지거나 틀어질 수 있으며 원재료인 나무에 병충해 발생까지 우려된다. 특히 날이 더워질수록 원목 중앙부에서부터 나무의 수분을 빨아들이며 사는 곤충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다. 애벌레로 시작해 문화재의 바탕재질을 갉아먹으며 수분과 영양분을 섭취해 성충으로 자라나는 충해 문제도 커진다. 

이러한 문화재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문화재의 상태를 점검하는 현장 모니터링 작업을 진행하는 것 또한 폭염 속엔 전쟁이다. 제초와 방청, 배수구 청소 등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한 업무를 진행하는 지역의 ‘문화재 돌봄 사업단’ 관리사들도 폭염과 사투를 벌인다. 게다가 땡볕 아래서 안내판을 보수하거나 지반을 정비하고, 조경을 관리하는 등의 경미수리를 해야 할 때는 인명피해까지도 우려될 정도이다.

살인 같았던 더위의 끝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제는 태풍이 온다.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22일 제주를 시작으로 느리게 북상,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기상전문가들은 그 간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서 태풍이나 허리케인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강력해짐에 따라 피해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력한 태풍이 이동속도까지 느리면 당연히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데, 이번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 ‘솔릭’은 380km 강풍 반경에 최대 43m 풍속으로,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동반한다고 예상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집계된 문화재의 자연재해는 434건이나 된다. 태풍과 지진, 폭우 등의 재해가 다수이고 이로 인한 지붕과 담장 등의 붕괴, 파손, 유실 등 직접적인 물리적 훼손이 크다. 2016년 제18호 태풍 ‘치바(CHABA)의 영향으로 우리 문화재 37건(국가지정문화재 22건, 시도지정문화재 15건)이 피해를 입었다. 장시간 폭염에 노출되어 약해질 대로 약해져있는 문화재들의 태풍 피해까지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발생한 지진 등에 자연재해에 대비해 올해는 상시 관리, 수리 체계를 고도화 했다. 올 한해 자연재해와 재난 등에서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신속한 대응과 복구를 위한 대응체계를 강화한 것이다. 태풍의 북상과 함께 문화재청은 비상상황근무에 돌입했다. 밤낮 교대로 근무하며 태풍으로 인한 문화재 피해 상황을 긴급하게 살필 것이다. 문제는 개인이 소유하거나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 비지정문화재는 문화재 임에도 불구하고 재해에 방치되어 있는 문화재가 많다. 문화재청은 소속기관 및 지자체에 문화재 피해 대비를 요청하였지만 그것이 대안이 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재해에 대비해 문화재들을 임시 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풍기나 에어컨, 제습기만으로 안정적인 온습도 관리는 불가능하다. 폭염에 대비한 항온기능을 갖춘 공간의 대여나 협업 기관의 문화재 기탁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야외에 문화재들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데, 야외 문화재 관리에 있어서 더디고 힘에 부친 한 사람의 인력에만 기대할 것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곧 들이닥칠 태풍에 대한 대책도 긴급한 상황이만 태풍이 지나간 후엔 습도에 더 큰 영향을 받았을 문화재 상태 점검의 후속 대책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재의 피해는 복구한다 해도 본래의 가치를 온전히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앞으로 지구의 환경은 지금보다 더 극단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에 우리 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는 대비로 예방적 차원의 매뉴얼들이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변화된 환경 속에 약해질 대로 약해진 문화재의 상태를 충분히 점검하고 문화재의 상태에 따른 대비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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