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포문화재단 손숙 이사장·이창기 대표 "‘문화’는 우리 삶과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 마포문화재단 손숙 이사장·이창기 대표 "‘문화’는 우리 삶과 멀리 있지 않습니다"
  • 이은영 발행인/김수련 인턴기자
  • 승인 2018.08.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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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M-PAT ‘도시, 클래식에 물들다’ 마포 곳곳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홍대, 신촌, 망리단길, 연트럴파크. 거리 문화의 중심지 마포 곳곳에 문화예술의 씨앗을 틔우고 꽃피우려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마포구의 ‘문화 컨트롤타워’ 마포문화재단의 손숙 이사장과 이창기 대표다.

손숙 이사장은 5년째 마포문화재단 이사장 역할을 하고 있다. 요사이 배우로서 아이돌 못지않게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지만, 인터뷰 내내 밝은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는 “이창기 대표와 직원들이 워낙 열심히 잘하니, 그저 얼굴 역할만 하는 것”이라고 자신을 한껏 낮췄다. 그러나 이창기 대표는 ”손숙 이사장이 오랜 시간 문화예술계에 몸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마포 지역문화 발전에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고 손 이사장의 역할이 적지 않음을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이창기 대표에 대해 “마포 문화를 일궈가는 든든한 짝이자 마포문화재단의 기둥이다”라며 그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강동아트센터 초대 관장 시절, 강동아트센터를 ‘무용전문극장’으로 탈바꿈시켜 지역문화 특성화의 성공적인 선례를 보였던 인물이다. 지난 2015년 마포문화재단 대표로 부임해 독창적인 콘텐츠로 마포구 지역문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오는 9월5일부터 10월 26일까지 50일 간 마포 전역을 클래식으로 물들일 제3회 M-PAT을 앞두고 손숙 이사장(이하 손 이사장)과 이창기 대표(이하 이 대표)를 만나 축제와 마포문화예술의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 마포문화재단 손숙 이사장·이창기 대표

“9월 ‘M-PAT 클래식 음악축제’, 관광예술·낭독공연 등 다채롭게 펼쳐

마포문화재단은 오는 9월 ‘M-PAT 클래식 음악축제’를 앞두고 있다. 올해 3회째를 맞은 ‘M-PAT 클래식 음악축제’는 마포 전역이 클래식 공연장이 되어 가을 내내 클래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마포문화재단의 회심의 역작이다. 이 대표가 “지난 축제 때는 ‘조기매진’으로 좌석을 구하지 못한 지역민들의 민원이 많았다”는 후문을 우스갯소리로 할 정도로, 지역의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도시, 클래식에 물들다’라는 타이틀과 함께 시민들에게 더 가까워진 축제로 찾아온다.

이번에 이 대표가 특징 있게 강화시킨 부분은 바로 ‘관광예술 콘텐츠’다. 마포구는 서울 핵심 도심 관광지다. 최근 마포구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160만 시대를 맞이하기도 했다. 쇼핑과 음식, 버스킹과 클럽, 게스트하우스파티 등 거리 곳곳의 젊은 활기는 마포구를 상징하는 주요 관광 콘텐츠다. 마포문화재단은 이번 ‘M-PAT 클래식 음악축제’를 통해 마포구만의 지역문화에 ‘예술’을 더해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제시할 예정이다.

‘클래식 마포 관광브랜드’를 통해 관광 요지 홍대 라이브클럽, 게스트하우스, 한강 등에서 오페라 아리아와 클래식 연주가 들리는 공연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클래식과 클럽이라니, 새롭지 않나요? 이 ’신선한 충격’을 통해 마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고 싶어요.”(손숙 이사장)

뿐만 아니라 작년보다 ‘오페라’에도 힘을 더했다. 특히 상암월드컵공원 수변특설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기초자치단체 최초의 야외 제작 오페라다. 이 외에도 <토스카>, <라 보엠>, 만하임챔버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등 많은 프로그램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작년에 실질적으로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적었던 점을 복기하며 보완하기 위해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마련했다”며 자신 있게 소개했다.

박정자, 윤석화, 손숙. 한국 대표 연극배우들이 함께하는 ‘책 읽어주는 클래식’도 주목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문학과 클래식 음악이 결합된 공연으로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다. 박정자는 이육사, 박용재, 이원 등의 시를, 윤석화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손숙은 드뷔시가 영감을 받은 프랑스 문학을 주제로 관객들과 만난다.

손 이사장은 직접 박정자, 윤석화 배우에게 프로그램 합류를 제안했다. 클래식 낭독 공연은 작년 마포중앙도서관 개관 때 특별 공연으로 진행되어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손이사장은 “클래식 공연이 꼭 음악만 전달해야 하는 건 아니”라며 “문학, 연극 등 다른 장르와 접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축제와 상관없이 매 달 정기 공연을 진행하거나 시인, 젊은 배우, 음악학도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 손숙 마포문화재단 이사장

 “클래식과 같은 기초예술, 공공기관이 시민들이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힘써야”

최근 마포문화재단이 주력하는 분야는 바로 ‘클래식’이다. 공연예술이 두부 자르듯이 딱 나뉠 수 없다는 이 대표는 클래식 역시 다양한 장르와 어우러져 ‘종합 예술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페라, 인디밴드, 재즈, 대중음악, 성악 등 예술에 대한 구민들의 다양한 니즈를 클래식과 함께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클래식은 전문 공연장에서 엄숙하게 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친숙한 존재라는 걸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이창기 대표)

손 이사장과 이 대표는 기초예술에 대한 인식과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최근 상업예술에 치중돼있는 문화예술시장의 현실과 한편으로는 클래식과 같은 기초예술이 ‘어렵고 거리감 있는 존재’로 여겨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들이 내세운 해답은 ‘공공기관의 역할’이었다. 개인이 홀로 일으켜 세우기 어려운 기초예술을 많은 사람들이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한다면 직접 찾아가서 친해지자고 손을 내미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M-PAT은 ‘찾아가는 클래식’을 표방하며 클래식이라는 기초예술이 지역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말 그대로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복지시설 등 사회 소외층은 물론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서, 소방서, 자원봉사센터로 찾아가 수준 높은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또 올해는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그들이 묵고 있는 GUESTHOUSE로도 찾아간다.

이 대표는 ‘찾아가는 클래식’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문화 향유도를 높이고 ‘문화를 가깝게’ 느끼도록 해서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공연장을 찾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뜻을 전했다. 오랜 시간 연극인으로 활동해온 손 이사장 역시 “대중예술도 다 기초예술에서 파생되어 나온 거라서, 기초예술이 탄탄히 자리 잡아야 대중예술도 클 수 있다”고 기초예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문화예술교육’ 역시 그들이 제시한 공공기관이 해야 할 또 다른 역할이다. 교육의 중심에는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꿈타래엮기, 예술로자립보행, 찾아가는 공연, 아카데미 등 현재 진행 중인 마포문화재단 내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소신이 드러난다.

손 이사장은 “클래식의 경우, 훈련과 교육이 필요한 장르지만 한 번 그 과정을 거치면 평생 즐길 수 있게 된다”며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회상했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의 매력을 알고 가까이 하면 ‘습관화’되어 평생 삶 속에 녹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제 3회 M-PAT 음악축제’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바로 이 대표가 자신 있게 꺼내든 ‘미래세대 발굴 프로젝트’다. 오케스트라 마스터 클래스, 클래식 스쿨 캠핑, 스페셜 콘서트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아티스트와 어린이, 청소년, 학부모 모두가 함께 즐기며 가을의 초입에 클래식을 통한 추억을 쌓도록 했다.

“시민들의 ‘꿈의 무대’를 실현시켜주고 싶어, 마포 지역문화 활성화 위해 노력”

마포문화재단은 마포주민들의 삶에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국악에서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주민들을 맞고 있다. 확실히 스포츠문화센터 운영에 치중돼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역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단순히 일회성 공연으로 그치지 않고 국악, 클래식, 인디문화, 대중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지속적으로 구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커뮤니티아트 마포 프로젝트 ‘꿈의 무대’로 마포구민들은 극단, 합창단, 무용단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직접 참여하며 제2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기존 마포어머니합창단의 경우, 마포구립(여성)합창단으로 새롭게 개편해 지난 2016년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마포구민이 ‘1인 1예술’처럼 문화예술분야 내 1가지 취미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관객의 입장을 넘어 실질적으로 참여, 경험하고 직접 공연도 진행하면서 1가지 예술을 가깝고 친숙하게 다룰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드리고 싶었어요.”(이창기 대표)

특히 홍대 거리와 인디밴드 문화는 마포구의 핵심 문화 생태계 중 하나다. 이 대표는 인디밴드 문화 활성화에 대해 소신 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인디밴드 문화는 지역예술 생태계의 일부지요. 기관이 너무 개입하면 홍대 내 인디밴드 생태계를 저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연 진행 등은 홍대 문화 생태계에 맡기면서도, 인디밴드 친구들을 발굴하고 지원, 육성하는 기관 나름의 공공적인 역할을 이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이 대표는 내년 정도에 신진 인디밴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경연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다고 전했다.

“50년 배우 인생 손숙, 더 겸손한 모습으로 대중과 작품 만나고 싶어”

손 이사장은 최근 연극은 물론 드라마, 영화 출연 등 활발한 활동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오는 9월 <장수상회> 정기 공연과 12월 <그대를 사랑합니다> 공연을 앞두고 있고 새로운 드라마도 들어갈 예정이다. 50여년 오랜 세월을 ‘배우’로 살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났을 그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단연 <어머니>를 꼽았다. 연극 <어머니>는 해방과 전쟁을 겪는 한 여자의 일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 한 시대 전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품고 있죠. 이 작품을 하면서 내 어머니 생각도 많이 하고, 러시아도 가고, 시련도 겪고······.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을 뒤집은 작품이라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연극이에요.”(손숙 이사장)

손 이사장은 지난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 <아름다운 박수소리> 헌시를 낭독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그동안 <아이 캔 스피크>, <귀향>등 위안부 관련 영화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꾸준히 나눔의 집에 방문, 관련 행사에 참여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그 누구보다 귀를 기울여왔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해 직언했다. 

“근래 2~3년 만에 할머니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셨어요. 평생을 숨어 살던 할머니들이 용기를 가지고 나오신 겁니다. ‘국가가 그분들을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따라’에 달렸고,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죠. 돈 10억 엔으로 단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귀향>도 지난 날 방해가 많아서 개봉하지 못 할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악착같이 도와주셔서 감사하게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손숙 이사장)

지난 해 12월, 북한 삼지연악단 공연을 현장에서 관람한 손숙은 그날의 소감과 남북한 문화예술교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2월 공연은 대중예술만 모아서 갔는데, 분야 별로 문화교류가 돼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문화가 뚫리면 다른 것도 뚫릴 수 있지 않을까요. 뉴욕 필하모닉 로린 마젤이 놀랄 만큼 북 클래식 수준이 높다. 클래식은 물론, 연극이나 영화도 합작 프로젝트나 협연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손숙 이사장)

▲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

“문화는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 자랑스러운 문화예술지역 마포로 거듭나길”

손 이사장과 이 대표는 가을의 시작과 함께 ‘제 3회 M-PAT 클래식 음악축제’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마포구를 찾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도심 지역에서 열리는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해 더 많은 관객들이 클래식을 즐겼으면 하는 소망을 가득 담아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바람을 전했다.

“문화예술행사는 관객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에요. 마포를 더 좋은 문화예술지역으로 만들려면 관객 분들의 호응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마포구에 사는 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우리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공연들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클래식이 좋아지지 않을까요?”(손숙 이사장)

“지속가능한 문화’이면서도 관객의 니즈에 따라 변화하고 새롭게 다가서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마포구의 매력 있는 관광콘텐츠들을 문화예술과 함께 키워나가고 싶어요. 아는 만큼 보이고, 알지 못하면 보이지 않아요. 문화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래식 음악축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구민 여러분이 정서적으로 더 좋은 교감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작년보다 공연도 다양해지고 장소도 확대되었으니 지난 축제 때 미처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와서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이창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