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을 소환하는 사진가 김문호의 '성시점경'전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을 소환하는 사진가 김문호의 '성시점경'전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8.09.02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오는 9월 5일까지 ‘성시점경(盛市點景.In the city)’전

우리가 사진을 보는 이유는 사진 속에 무엇이 있는지, 자기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시된 사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사진이 왜 관심을 이끄는지, 그 사진이 자신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등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 ‘성시점경(盛市點景.In the city)’의 김문호 사진가 Ⓒ정영신

한 장의 사진이 텍스트처럼 자신에게 말을 걸어와 새롭게 읽게 되고, 새롭게 해석하고 싶어지는 사진가 김문호의 성시점경(盛市點景 In the city)전이 지난 30일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사진집 출간과 함께 열렸다.

특히 ‘성시점경(盛市點景.In the city)’사진집에 실린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 인터뷰는 작가가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고자 하는지, 희망과 절망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사진이 세계를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힘이 있는지, 왜 도시만을 찍는지 등 상세하게 적혀있다. 사진을 통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작가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 성시점경(盛市點景.In the city)에 전시된 작품 (작품제공:김문호사진가)

김문호 사진가는 매우 감성적이다. 생쌀에 서정적인 물을 부어 밥을 짓는 시인처럼 그는 사진으로 숨을 쉰다. 자신이 천착해온 한시대의 물음이 터질듯 응어리져 있다. 그 물음이 바깥세상으로 밀려나오면, 오랜 시간 숙성시키고 성찰해온 이미지를 채집하러 도시를 찾아 나선다.

마치 신경림선생의 시(詩) ‘떠도는 자의 노래’ 처럼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을 찾기 위해, 두고 온 것을 찾기 위해, 좁은 골목을 서성이기도 하고, 낯설고 지저분한 저잣거리도 기웃거린다. 도시 한복판에 서서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주시하며,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대상을 사진으로 불러들인다.

▲ 성시점경(盛市點景.In the city)에 전시된 작품 (작품제공:김문호사진가)

도시에 어둡게 깔린 문명의 불빛, 자본주의에 희망을 잃어버린 헬조선, 과연 이 시대에 희망이 존재하고 있는가를 그의 사진들이 관람자에게 묻고 또 묻는다. 그는 불완전한 인간, 아니 그저 평범한 인간, 보통사람의 삶의 모습에서 자기성찰을 하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사진을 통해 우리가 사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수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 주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사진세계다”고 사진가 김문호씨는 당당하게 말한다.

그의 사진철학을 꿰뚫어보는 평은 소설가 이경자선생의 말속에 다 들어 있다. ‘온 더 로드’ 사진작업을 보고 “내가 300쪽의 책에다 겨우 드러내는 시대와 인생을 그는 단 한 장의 사진으로 그대로 보여줬다” 며 놀라움을 표했다.

▲ 성시점경(盛市點景.In the city)에 전시된 작품 (작품제공:김문호사진가)

그는 인터뷰말미에 “이번 생(生)에 ‘희망이 없다’. 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오랫동안 서있으면 누구나 다리가 아프다. 그런데 다리가 왜 아픈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난 우리사회가 아프고 슬퍼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자본주의가 헬조선을 만들었다. 이런 충격 속에 살아가는 게 우리 같은 중생들이다. 누군가는 사진으로, 누군가는 언어로, 누군가는 그림으로 이 시대를 꾸짖고, 은유와 상징으로 재현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얘기하는 사진을 만들고 싶었다”고도 했다.

▲ 성시점경(盛市點景.In the city)에 전시된 작품 (작품제공:김문호사진가)

사진비평가인 부산 외국어대학 이광수 교수는 “김문호사진가는 사진을 왜 이렇게 찍는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의 세계관이 투철한 작가로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힘과 시선의 흐름을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전시를 보여줬다”며 한국에서 다큐사진을 하는 사진가라면 꼭 한번 봐야할 수준 높은 사진전이라고 했다.

▲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 이광수교수 Ⓒ정영신

또한 “김문호 사진처럼 문학적 다큐멘터리는 흔하지 않다. 사회자체를 마네킹이나 소비와 먹는 것,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어내라고 유도하면서 해석으로 끌어가는 힘이 좋다. 사진 한 장만 봐도 전체적인 주제를 읽어낼 수 있는 네러티브(narrative)가 있다. 장소에 의해 사진이야기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전체이미지를 따라가면서 자기스토리를 만들다보면 자기경험이 거울 속에 투영 된다” 고 말했다.

▲ 성시점경(盛市點景.In the city)에 전시된 작품 (작품제공:김문호사진가)

사진가 김문호에게 ‘사진계에 대한 쓴 소리 한 마디 하라’ 는 이교수의 인터뷰 질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후배들이 진득하게 정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현실사회는 늘 급변하고 거기에 따른 사회적 이슈들은 늘 시시각각 변한다. 따라서 대중들의 관심도 변한다. 나는 다큐멘터리사진가가 그런저런 사회적 시류를 타고 스포트를 받을만한 소재를 따라 우왕좌왕 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좀 더 심도 있는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의 사진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대목이 아쉽게 생각된다.

물론 사진작업도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사진가들의 생활이 어려워서 그런 면이 있어 안타깝기는 하다.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사진이 필생의 작업이라고 한다면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공부가 부족하다. 사진이란 이미지로 이야기를 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자칫 시각적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에 현혹되어 본말을 잊어버리기 쉬운 장르이다.

현란한 수사와 멋진 단어들을 늘어놓는다고 훌륭한 문학이 되지 않듯이, 사진도 마찬가지다. 인문학의 근간인 문사철(文史哲)은 두말 할 나위도 없지만, 특히 자신이 다루는 주제에 대한 천착이 아쉽다.“고 말하고 있다.

'성시점경' 김문호사진집 책표지. 눈빛출판사 2018

사진가 김문호의 사진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사진으로 재현해 놓아, 사진 밑에 숨어 있는 갇힌 아름다움을 파악하고 싶은 욕망이 스멀거린다. ‘나’아닌 ‘나’를 찾아내 본질에 닿게 하고, 영혼을 잃어버린 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과연, 소환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사진가 김문호의 ‘성시점경(盛市點景.In the city)’전은 서울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오는 9월5일까지 열린다. (전시문의 : 반도갤러리 02-2266-5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