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詩]가구작곡가 강기원(1957~)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詩]가구작곡가 강기원(1957~)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8.09.0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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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가구작곡가
                                                              강기원(1957~)

우리 동네 목공소 이름은
‘가구를 작곡하다’
오늘도 목공소 아저씨
장미나무, 오동나무, 박달나무에
악보를 쓴다
곡을 쓰고 연주를 한다
망치, 대패, 끌, 집게, 톱, 도끼, 드릴 ……의 악기들
북을 치듯 망치를
현을 켜듯 톱을 켠다
듣는 사람 없어도
연주를 한다
식탁이 뚝딱
칸칸이 다른 노래 새어나오는
서랍장이 뚝딱
우리동네 목공소
오늘도 쓱싹쓱싹, 윙윙, 드르르릉
연주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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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동시집 ‘눈치 보는 넙치’(한겨레아이들)에서 한편 뽑았다. 시인은 목공소의 기계와 연장소리를 음악으로 듣는다. 물론 목공소 이름을 ‘가구를 작곡하다’로 붙인 주인의 감각도 여간 아니다. 목공 일이 고역스런 노동이 아니라 악기를 즐겁게 켜는 일이라니. 시인의 상상력 역시 이만저만 아니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