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티베트 여행 ‘티베트박물관’
한국에서 티베트 여행 ‘티베트박물관’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8.12.14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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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작지만 아기자기한 맛, 다양한 유물로 옹골찬 구성

대부분 박물관 하면 근 규모에 진열장 가득 채운 수천 년 전의 유물들이 떠올라 작은 규모의 사립박물관들을 보면 실망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작다고 실망했다면 박물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사람이다.

규모가 크던 작던 박물관은 문화의 보고이며, 관람객의 적극적인 의지만 있으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산 교육장이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유일무이한 ‘티베트박물관’에서 예부터 우리나라와 깊은 관계가 있는 ‘티베트 문화’의 불교, 생활, 역사 등을 마음으로 느껴볼 수 있다.

티베트박물관에 가서 한국과 티베트 문화를 비교하며 ‘티베트’를 충분히 느껴보자.

지하철에서 내려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여유롭게 걸어 들어가면 10분이면 충분하다.
덕성여고와 풍문여고의 예쁜 담 사이에 난 감고당길 따라 삼청동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을 지나면 정독도서관이 보인다.

정독도서관 정문과 슈퍼 사이 길 입구에 삼청동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박물관을 안내하는 박물관 표지판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길에서 몇 걸음만 떼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망설임 없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외관이 특이한 건물이 눈에 띈다. 2층으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티베트박물관.

 좀 더 재미있게 찾아가려면 정독도서관 앞 슈퍼에서 세면서 딱 100걸음만 가면 티베트박물관으로 들어가는 티베트 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 입구가 눈앞에 들어온다.

티베트라는 국가와 문화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돼있고, 그나마 불교미술과 민속이라는 한정된 장르나 서양인의 시각이라는 ‘걸러진’ 정보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티베트는 아직 생소하고 신비로운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티베트 관련 전시나 책, 영화로 본 티베트의 모습이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우리나라에 2개뿐인 티베트박물관은 불교에 대한 유물로 이루어진 전남 보성 대원사와 전반적으로 생활사와 문화적인 유물이 많은 서울 삼청동의 티베트박물관.

티베트박물관 신영수 관장이 40여년을 모아온 티베트 유물 1천 여 점으로 티베트인들의 불교문화뿐 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숨어있는 미의식까지도 느껴볼 수 있도록 꾸며, 지난 2001년 12월 티베트 불교문화 전문박물관을 열었다.

▶ 불교가 생활에 묻어있는 티베트 문화
    티베트 역사 알면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

박물관은 크게 불교미술, 생활용품, 복식으로 나눠진다. 1층은 티베트의 생활인 불교와 생활문화 유물, 2층은 복식(몸에 걸치는 의류와 장신구) 문화 유물. 전시된 유물들을 통해 각각이 유리된 것이 아니라 티베트인의 생활 속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 가운데 티베트의 특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불교의식에 쓰이는 ‘마니차’와 역대 달라이라마의 모습을 형상화 한 ‘생불’이다. 티베트에서는 각 가정에도 작은 생불을 두고 반 이상의 사람들이 마니차를 소지하고 다닌다고 하니 이들에게는 불교가 삶 그 자체라는 것을 확실하게 말해주는 상징적인 전시품이다.

티베트는 고산지대라 사람을 묻기가 어려워 시신을 새에게 주는 ‘천장’의식이 있었다.

승려들의 경우 사리나 유골을 봉안한 묘탑을 세워 ‘부도’라고 하고, 각 부도에는 대부분 그 승려의 행적, 다른 승려와의 관계와 사적(寺蹟) 등을 새긴 탑비를 함께 두었다.

인피(人皮) 경전, 두개골 공양기, 의식용 인공장식관, 넓적다리뼈 나팔 등 명칭만큼이나 생김새도 강렬해 시선을 끄는 유물들은 예로부터 고승의 뼈나 살가죽을 교구로 만들어 쓰면 악을 물리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왔다.

 

전시된 유물들은 13세기에서 19세기까지 출토된 것으로 넓지 않은 공간이어서 짧은 동선 에서 찬찬히 전시품을 살펴볼 수 있다.
티베트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만 알아보고 가면 마음에 애잔함이 더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몰라서 머뭇거릴 필요는 없다. 친절한 큐레이터가 항시 대기하고 있어 원하면 언제든지 정답게 설명해준다.
친구들과 함께 가서 유물을 보며 어디에 쓰였는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짐작해보고 큐레이터에게 친절한 설명을 들어보면 티베트 유물들이 뇌리에 좀 더 깊은 인상을 남게 될 것이다.

입장료는 10명 이하 5천원, 이상은 4천원이고 학생은 2천 원씩 다운된다.
관람객들의 부담을 줄이고 박물관의 활성화를 위해 ‘삼청동 박물관 자유이용권’을 마련해 어른 1만5천원, 어린이 1만원에 세계장신구, 티베트, 토이키노, 부엉이, 북촌생활사 박물관 등 다섯 곳의 박물관을 모두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경 시작한 이 자유이용권의 활약으로 외국인들에 비해서는 한국인들이 더 많이 오지만 관람객들이 2배는 더 늘어났다.
생활보호대상자와 장애인은 무료로 티베트의 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려있으니 적어도 여유 있게 오후6시 전에는 들어가는 게 좋으며,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간은 피한다.

티베트박물관 큐레이터인 권희선씨는 “불쑥 들어와서 잠시만 보고 가자고 우기며 막무가내로 보는 사람들 때문에 곤란을 겪을 때도 많다”. 큰 박물관 이미지를 떠올리며 찾아온 사람들은 작고 볼 것 없다며 불평만 늘어놓고는 가버려서 속상한 일도 다반사란다.

하지만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작지만 다양한 유물들로 옹골지게 채워져 있으니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티베트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하러 갔다가 만난 서울에 사는 김지은씨(32세)는 “오래 전 티베트에 가서 받았던 감동을 지울 수 없다. 티베트에 다시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상황이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 곳 박물관을 가끔 찾아와 티베트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티베트 박물관에 혼자 가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티베트 음악을 들으며 취한 듯 유물을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도 보였다.
또 티베트를 여행하고 온 한 관람객은 어떻게 이렇게 소소한 것까지 모을 수 있느냐며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평소 ‘움 마니 반메훔’이라는 불경 낭송 소리가 박물관을 고요하게 울러 퍼진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신영수 관장이 네팔에서 직접 구해온 티베트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총 74분 27초 동안 세 곡이 연주되는 'TIBETAN'.

또한 티베트에 갈 때마다 현지에서 유물들을 가져와 2~3달에 한 번씩 유물 교체를 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