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축제공감]서리풀페스티벌-지역주민, 축제의 주인공 되다
[이창근의 축제공감]서리풀페스티벌-지역주민, 축제의 주인공 되다
  • 이창근 문화기획자/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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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ㆍ문화칼럼니스트, 예술경영학박사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9월과 10월 전국 각지 저마다의 특색을 소재로 개최되는 축제로 대한민국이 들썩인다. 그 중 필자는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 어떤 축제보다도 지역주민이 직접 축제의 기획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서울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초 서리풀 페스티벌’을 찾았다.

서초(瑞草)란 서리풀에서 나온 말로 상초(霜草)라 불렀으며, 고구려 때에는 쌀을 서화(瑞禾)라 하였다고 한다. 옛날부터 이곳 서초동에서 나는 쌀을 왕실에 진상했다는 기록을 보아서 초는 상서로운 풀, 즉 벼를 뜻한다. 오늘날 서초는 앞에는 한강, 뒤에는 우면산과 청계산이 있어, 서울에서 가장 많은 녹지공간을 보유한 푸른 숲의 도시이며, 예술의전당과 국립국악원 등 문화인프라가 풍부한 문화예술도시다. 게다가 지난 5월에는 전국 최초의 음악문화지구로 지정되는 경사도 있었다고 한다.

마을지명에서 유래한 서초구의 대표축제 ‘서초 서리풀 페스티벌’은 지난 2015년에 ‘문화로 하나되다’를 주제로 개최하기 시작하여 올해 4회를 맞았다. 또 하나의 경사가 있다. 서초구는 지난 1988년 5월 탄생했고 올해로 개청 30주년을 맞이했다. 그래서 올해는 특별히 ‘젊음’이라는 부제를 설정하여 청년들이 축제 곳곳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는 것은 물론 남녀노소, 세대ㆍ계층을 넘어 누구나 젊음의 열정을 발산하는 축제로 지역주민과 함께 기획했다고 한다.

▲ 개막축하공연 주제공연 (사진제공=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필자는 먼저 1일 차인 8일 오후 3시에 ‘방배 비보이 페스티벌’을 찾았다. 많은 관람객들로 방배 뒷벌공원이 가득 메웠다. 한국 비보이팀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떨친 ‘진조크루’와 ‘제이블랙, 킹오브커넥션, 고릴라크루가 출연해 비보잉, 펑키, 힙합, 마샬아츠, 트릭킹, 락킹, 팝핀까지 다이믹한 댄싱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지역민공동체가 주제공연으로 무대를 열었는데, 서문여중 학생난타팀을 비롯하여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여러 난타팀이 평소 동아리 활동으로 익힌 기량을 연합하여 공연을 펼쳤다. 이것이 결국 문화거버넌스이고 생활 속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공동체 화합을 실현하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의 결정체다.

이 날 저녁에는 개막식과 축하음악회가 열리는 서초구청 주차장 특설무대로 이동했다. 창작뮤지컬 ‘춤추자 서초’를 15명의 청년 배우들로 구성된 ‘쇼머스트’가 서막을 열었는데, 서초구 개청 30년의 스토리와 서초구의 특색을 담아 연기와 노래, 춤 그리고 영상으로 표현했다. 이어 탤런트 윤유선의 사회로 서초교향악단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비올라 김가영, 바리톤 고성현, 해금 강은일 협연으로 낭만적인 가을밤이 선사됐다. 또 S,E.S 메인보컬 바다, 가수 휘성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 양재천 연인의 거리콘서트 (사진제공=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2일 차인 9일 오후 7시 양재천 수변무대에서는 7080 서초 동네친구들이 펼치는 ‘양재천 연인의 거리 콘서트’가 열렸다.  MC 김승현의 사회로 서초에서 3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구민이기도 한 가수 민해경, 권인하, 남궁옥분, 혜은이가 초청됐다. 양재천 수변무대의 객석과 주변은 선선한 날씨에 산책을 나온 주민들과 가족단위 관람객 등 많은 사람이 찾았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선 가수 혜은이의 무대였다. “열정”을 부를 때는 노래 제목처럼 중장년의 관객들도 젊은 시절의 열정을 추억하며 열창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축제를 주관한 서초문화재단에 따르면 올해 서초 서리풀 페스티벌은 서초를 ‘문화예술의 아고라’로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아고라(agora)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광장으로 오늘날에는 의사소통이나 직접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말인데, 필자가 이틀간 참관하며 느꼈던 점도 ‘문화로 하나되다’는 축제의 주제처럼 그야말로 구청장부터 공무원, 주민자치위원, 지역주민 모두가 축제의 아마추어 예술가로, 진행요원으로, 또 관람객이 되어 이룬 커뮤니티형 축제였다. 절정은 폐막하는 16일(일요일)에 스케치북, 퍼레이드, 음악축제, 만인대합창, 불꽃쇼 등 반포한강공원에서라고 한다.

고대 제천의식에서 참여자 모두 어울려 춤추고 노래했던 축제의 기원처럼 진정한 축제는 결국 참여자 모두의 잔치가 되어야 한다. 지역주민이 기획자가 되고 예술가가 되는 축제혁신에 그 답이 있는 것이다. 서초 서리풀 페스티벌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아고라다. 그래서 문화로 공동체의 화합이 실현된다. 그 주인공은 지역주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