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방탄소년단의 음악으로 재창조된 우리 국악
[김승국의 국악담론]방탄소년단의 음악으로 재창조된 우리 국악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장
  • 승인 2018.09.18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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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장.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8월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4만 5천명의 관객 앞에 섰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9월 ‘러브 유어셀프 승 허(承 Her)’ 발매 이후, 올해 5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轉 Tear)’ 앨범에 이어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발표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이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이번 앨범도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다시 오르는 쾌거를 이룩하여 BTS라는 글로벌 현상이 우연이 아님을 확실히 증명해 주었다.

방탄소년단이 기존의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다면 그들의 노래 속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자존감을 일깨우는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LOVE YOURSELF’ 시리즈가 제시하는 주제는 ‘너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이다. 상대방에게 근거 없는 우월감을 갖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이 타인들 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방탄소년단

자기 자신이 상대방에 비하여 못한 것이 아니고 서로 환경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 자신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의 소중함도 인식하고 인정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방탄소년단이 주는 메시지의 울림은 크다. 이것은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방탄소년단이 주는 시기적절한 공감어린 메시지이다.

이번 발표한 앨범은 국내외 차트를 석권하며 또 한 번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서울을 시작으로 ‘인종과 성별을 떠나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를 위해 해외 16개 도시에서 33회, 79만석 규모의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고 한다. 벌써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매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 스타디움’ 예매 분 티켓 4만석은 이미 매진됐다고 하니 자랑스럽기만 하다.

▲방탄소년단

특히 이번 공연에서 눈길을 끈 것은 이번에 발매된 총 26곡이 수록된 2개의 CD의 타이틀곡 ‘아이돌(IDOL)’이다. ‘아이돌(IDOL)’은 사우스 아프리칸 댄스 비트 위에 한국의 국악장단과 추임새를 얹어 트랩 그루브의 랩을 최신 유행의 EDM 소스가 받쳐주는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음악이다. ‘아이돌(IDOL)’은 마치 1993년 가수 서태지가 록 사운드에 태평소 연주를 접목하여 발표한 '하여가'의 연주를 떠올리게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과 아프리카 리듬이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음악이었다.

▲방탄소년단

아이돌(IDOL) 후반부에 100여명의 댄서와 함께 춤 춘 댄싱에 있어서도 아프리카 전통 춤인 ‘구아라구아라’ 댄스와 한국의 전통 탈춤이 결합되어 쉽게 따라 하기 쉬운 춤으로 안무된 것도 특징이다. 벌써 이번 발매한 BTS의 춤을 따라하는 커버 댄스 영상이 세계 각국의 트위터 등 SNS 상에 급격하게 올라오고 있다. 노래 가사의 후렴구에는 ‘덩기덕 쿵더러러’ 같은 국악장단과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와 같은 우리 국악가락의 추임새가 흥겹고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우리의 전통예술이 글로벌 대중음악으로 재탄생된 것이 특징이다.

▲방탄소년단

또한 이번 앨범의 뮤직비디오도 국내외 문화 요소가 절묘하게 혼합되어 있다. 뮤직비디오에는 열대 사바나 초원과 ‘호랑이’, ‘북청사자놀이’와  유로 아시안 건축과 한국 전통 양식을 차용한 화려한 세트를 바탕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신나고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간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세련된 한복을 입은 모습과 서브 컬처의 그래픽 효과가 더해져 색감은 감각적이고 화려하다.

▲방탄소년단

이번 방탄소년단의 앨범에는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해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기획자의 아이디어나 기획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소재를 더욱 많이 활용하여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서구 문화와 차별화된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전통적 원형질의 토대 위에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했다. 서구 공연예술의 구성과 방식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아류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우며 우리의 전통예술 속에서 소재를 찾아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재창조하여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세계음악시장에서 우리의 문화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시도해야할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대중음악의 세계화에 시사점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