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백제시대 최고급 옻칠갑옷 복원 고증’ 학술 포럼의 오류
[특별기고]‘백제시대 최고급 옻칠갑옷 복원 고증’ 학술 포럼의 오류
  • 이칠용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 승인 2018.09.1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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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칠용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2017년 6월 7일자 한 일간지의 백제시대 최고급 옻칠 관련 보도 이후 올해 8월 27일 국립공주대학교에서 공주 공산성에서 출토된 옻칠 갑옷에 대한 학술 포럼이 개최되었다.

포럼의 목적은 공산성 출토 옻칠갑옷의 조사과정과 의미를 비롯하여 보존 처리, 칠층성분분석을 통해 옻칠 갑옷의 제작년도 파악과 이의 복원을 위한 것이다.

국립공주대학교, 국립문화재 연구소, 일본의 메이지대, 간코지문화재 연구소, 국립민속박물관 등에서 재직 중인 학예연구실장 등이 참여했다.

학술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국립공주대학교 이현숙 보존과학연구실장은 맺음말에 ‘어떻게 이와 같은 고품격의 섬세한 칠피 갑옷을 백제가 생산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의문은 북송시대의 백과사전인 책부원구를 보면 의문이 해소된다. 즉, 당태종이 정관 19년... 산문갑(갑옷)에 입힐 금칠(황칠)을 요청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밖에 삼국사기는 이 황금칠 갑옷을 당나라 군사들이 입었고... 백제의 갑옷 제작 기술이 당나라에서도 알아줄 만큼 뛰어났다. 정관 19년 5월 백제가 당태종에게 보낸 금칠갑옷과 철제갑옷의 존재와 함께...’라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동문서답식 발표를 했다.

 

공산성 옻칠갑옷을 보존처리 하기 위해 성분 분석, 보존처리 과정의 성과의 의미를 논하여 복제 복원을 하려면 ‘옻칠’에 대해 논해야지 왜 뜬금없이 금칠(황칠)에 대해서만 논했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다. 혹시 옻칠과 금칠과 황칠이 같은 도료라고 오해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예를 들어 옻칠 갑옷을 논하려면 생칠(生漆:Rus Vernicaflus Stockes)을 했는지 정제칠(精製漆)을 했는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고 엉뚱하게도 금칠(황칠)에 대해서만 논했으며 더군다나 이 분은 금칠을 황칠과 같은 도료로 오인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문이 든다.

금칠(金漆)이란 고시아부라 나무(Acanthopanax Sdadophylloides Franket Sav:낙엽수)에서 채취한 도료이며 전문장인들의 경험에 의하면 100~150회 정도 칠해야 3mm 정도의 두께가 형성된다고 하며 황칠(黃漆)은 가구레미노나무 (Dendropanx Trifidus Makino:상록수)로서 처음 수지액은 수분이 많고 하얀 점액장이나 며칠이 지나면 수분이 증발되고 황색투명으로 변하면 건조하면서 투명한 갈색으로 된다. 금칠나무는 일본의 경우 전국에 분포되어 있으나 황칠나무는 관동지방의 난지에 많이 자생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엔 금칠, 황칠 관련 연구가나 박사들이 있으나 우리나라엔 전무하다는 사실이며 황칠의 색상이 황색 빛깔이 난다 하여 일부학자들이 금칠(?)이라 말해왔던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는 실력을 가지고 이번 학술 포럼을 개최했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스럽고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옻칠의 종류인 생칠과 금칠, 황칠의 차이를 정리한 책자.(하단의 사진 좌측 한국에서 연구 발간된 옻칠 책에서 발췌)

그 뿐만이 아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이 모 학예사는 1936년 발간된 조선총독부 임업연구원 옻나무 관련 자료에 전국에 옻나무가 8,478,122그루라고 했는데 오타인지 모르겠으나 3,478,122그루이니 (5cm이하 1,441,760, 5~10cm 169,820, 10~15cm 20,303, 15cm 이상 7,255 주) 재점검해 보기 바란다.

▲한국과 일본의 옻칠연구 책자

세미나 이후 8. 28일 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주로 오류의 일부만을 인용했다는 것이 이 문제를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이 날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일본의 인간문화재인 마스무라 키이치로  외 세 명은 내심 은근히 비웃고 갔을 거다. ‘그래 그런 식으로 계속 연구를 해라’ 하면서...

이렇듯 옻칠에 대한 핵심도 제대로 모르는 자들의 연구에 국고를 낭비하며 바쁜 사람들을 모아놓고 학술포럼을 하는 예산으로 차라리 현장에서 작업하는 옻칠․황칠 장인들을 위해 활용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다.